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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미세먼지 속 혼란스러운 민수와 바질릭

물음표가 계속 떠오르는 가사…빠르게 퍼지는 '매력적인 음악가' 소문

2019.12.10(Tue) 17:23:34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진=민수 - 커다란(XXLove) 뮤직비디오 캡처


휴대전화기가 느닷없이 소리를 지른다. 미세먼지 경보다. 지난 몇 년 동안 지구를 위해서, 지구에 사는 나를 위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분리수거도 꼼꼼하게 했다. 그럼에도 겨울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미세먼지 경보가 울린다. 나의 마음이 지구의 마음과 같지 않구나. 너와 나의 마음이 다르고 나는 아는 것이 없구나. 혼란스럽다. 

 

민수 – 민수는 혼란스럽다

 

경쾌한 베이스 소리와 민수의 맑은 목소리는 미세먼지로 가득한 대기 속에서 기분이나마 상쾌하게 해준다. 우리의 문제인지 아님 내 문제인지 고민하는 가사 속에서 자꾸 대통령의 이름이 들리는 듯하지만 다 기분 탓이다.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울 땐 질서를 잡으려 애를 쓰기보다는 혼란을 가중하는 것이 좋다. 알쏭달쏭한 쁘띠가토를 찾으러 메종엠오(Maison M.O)에 간다. 한 입 먹었을 때 물음표가 떠오를만한 가토를 골라본다. 

 

메종엠오의 바질릭(Basilic). 사진=이덕 제공

 

가토는 기쁘거나 슬플 때, 이미 맡은 프로젝트가 너무 많은데 새로운 디자이너는 뽑지 않고 자꾸 내게 일이 쌓일 때, 새로 시작한 게임의 과금 정책이 인간적으로 너무 할 때,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의 플레이 수준이 치명적으로 한심할 때 등 많은 순간에 유용하지만 가장 고전적인 쓰임새는 바로 생일이다. 민수가 생일을 축하해준다.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비록 지금은 시원한 바람 대신 얼어 죽게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불지만.

 

민수 – 생일 노래

 

바질은 분명 친숙한 허브지만 그것이 면이나 고기 위에 있을 때나 그렇다. 포크로 바질릭(Basilic)을 갈라 한 덩이 입에 넣으면 은은한 바질 향이 퍼진다. 메종엠오가 던지는 도전장이다. 바질향이 담긴 크림은 이내 제주도 감귤이 스며든 머랭, 새콤하고 과육이 실감 나게 씹히는 베리 콩포트와 섞이며 납득할 수밖에 없는 맛으로 완성된다. 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는 붉은빛의 초콜릿 가보뜨(pâte à gavotte choclat)의 쫀쫀한 식감은 가토를 씹는 어금니에 재미를 더한다. 

 

단면을 보여주고 싶었으나 실패했다. 사진=이덕 제공

 

훌륭한 가토를 먹으면 자기애가 샘솟는다. 이 가토를 사러 가겠다고 결심한 사람도, 메종엠오의 개점 시간에 맞추려 부지런을 떤 사람도, 이 가토를 고르고 결제하고 소중하게 운반한 사람 모두 나이기 때문이다. 난 내가 좋아!

 

민수 – I Like Me

 

민수는 2018년 5월에 첫 싱글을 발표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첫 단독공연을 했다. 너의 색깔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민수는 춤을 좋아하는 거 같다. 언젠가 댄스곡을 만들지 않을까? 

 

민수 – 커다란(XXLove)

 

요즘엔 매력적인 음악가에 대한 소문이 아주 빠르게 퍼진다. 민수의 팬들은 민수가 6개월 안에 아주 크게 뜰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 음악가가 아주 크게 뜬다는 것은 곧 공연 티켓을 예매하기가 몹시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수를 보려면 좀 더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 

 

민수 – 섬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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