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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겸재 그림에 들어온 듯' 수성동계곡서 즐기는 막바지 피서

수성동에서 탁족하고, 황학정에서 활 쏘고, 통인시장에서 식도락 즐기기

2023.08.29(Tue) 14:33:50

[비즈한국] 한여름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도 처서를 지나면서 한풀 꺾였다. 이제 곧 짧은 가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면 여름 물놀이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서울 도심 속 수성동계곡은 늦여름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곳이다. 고종이 세운 활터인 황학정, ‘엽전 도시락’으로 유명한 통인시장과 지척이라 하루짜리 나들이도 가능하다.

 

인왕산 자락의 수성동계곡은 풍광이 수려한 데다 사대문 안에 있어 조선시대 왕족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즐겨 찾았다.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과 겸재 정선이 자주 찾았다고 전해진다. 사진=구완회 제공

 

#겸재 정선이 사랑한 수성동계곡

 

인왕산 자락의 수성동계곡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사랑하던 휴식처다. 풍광이 수려한 데다 사대문 안에 있어 왕족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즐겨 찾았다.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과 겸재 정선이 자주 찾았다고 알려지며, 중인들도 이곳에서 시사를 열어 수성동계곡은 조선 후기 위항문학(양반이 아닌 계층이 주도한 문학)의 산실이 되기도 했다. 수성동계곡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 지리서인 ‘동국여지비고’, ‘한경지략’,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도 전한다. 

 

‘수성동(水聲洞)’이란 이름은 계곡 물소리가 맑고 경쾌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기서 ‘동(洞)’은 읍면동 같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계곡을 뜻한다. 인왕산에서 발원한 옥류동천이 수성동계곡을 거쳐 청계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계곡 주변 숲에는 소나무를 비롯하여 산사나무, 화살남, 자귀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도 보인다. 

 

겸재 정선이 그린 수성동.

 

겸재의 그림을 토대도 돌다리 기린교와 구부러진 소나무도 심어 옛모습을 찾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아름다운 수성동계곡은 한때 제모습을 잃었다. 1971년에 계곡을 일부 메우고 옥인시범아파트가 세워졌다. 당시 폭증하던 서울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달동네 판잣집에 살던 시민들이 더 좋은 주거환경을 갖게 되었으나 그림 같은 경관은 훼손되고 말았다. 다행히 2008년 서울시에서 아파트를 철거하고 계곡을 복원하면서 제모습을 찾게 되었다. 

 

이때 복원 작업에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이 겸재 정선의 ‘수성동’ 그림이다. 겸재가 북악산과 인왕산 일대의 빼어난 경치를 그린 그림을 모은 ‘장동팔경첩’에 실려 있는 ‘수성동’은 계곡 사이를 잇는 돌다리 기린교를 비롯해 주변의 나무 한 그루까지 매우 상세하게 묘사해 놓았다. 그 덕분에 기린교를 원형대로 복원하고 구부러진 소나무도 심어 옛 모습을 되살릴 수 있었단다. 

 

#황학정에서 국궁 체험, 통인시장에서 엽전 도시락 먹기

 

황학정은 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가 세운 활터에 자리한 정자다. ‘황학정’이란 고종이 황제가 입는 황색 곤룡포를 입고 활을 쏘는 모습이 마치 황금색 학과 닮았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원래는 경희궁 안에 있었는데, 일제가 경희궁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이후 일제는 전국의 활터를 폐쇄했지만, 다행히 황학터는 살아남아 우리나라 전통 국궁의 명맥을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재 황학정 앞 국궁장은 회원 전용이지만, 이웃한 국궁전시장 체험 활터에서는 일반인도 매주 금요일(10:00~14:00)과 매달 마지막 토요일(10:00~12:00)에 국궁 체험을 할 수 있다. 국궁 체험은 전화 예약과 현장 신청 모두 가능하다. 황학정 옆 국궁전시장에선 국궁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다. 

 

황학정은 대한제국 시기 고종 황제가 세운 활터에 자리한 정자다. 황학정 앞 국궁장(사진)은 회원 전용이지만, 이웃한 국궁전시장 체험 활터에서는 일반인도 국궁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탁족과 국궁 체험 후 출출한 배를 채우기엔 가까운 통인시장이 좋다. 서촌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시장인 통인시장엔 주말이면 전국에서 모여든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은 ‘엽전 도시락’ 덕분이다. 시장 2층 도시락카페에서 엽전 꾸러미(10개 5000원)를 산 뒤, 미니 식판을 들고 시장을 누비며 엽전으로 먹거리를 구입해 다시 도시락 카페로 와서 맛있게 먹으면 된다. 엽전 몇 닢으로 떡볶이와 튀김 같은 시장표 간식들을 사노라면 조선과 대한민국의 서민 문화를 한꺼번에 경험하는 느낌이다.

 

통인시장 안에는 이름난 가게들도 여럿이다. 한국을 찾은 미국 국무부 장관도 맛보았다는 원조정할머니기름떡볶이, 변함없는 맛을 자랑하는 손맛김밥, 한번 맛보면 인생 닭꼬치가 된다는 효자동닭꼬치. 이 외에도 독특한 맛을 뽐내는 가게들이 곳곳에 있다. 추억의 물건을 파는 가게들도 즐비해 둘러보는 것만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서촌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시장인 통인시장엔 주말이면 전국에서 모여든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수성동계곡

△위치: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185-3

△문의: 02-2148-2844

△관람 시간:​ 상시, 연중무휴

 

황학정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산1번지

△문의:​ 02-738-5785

△관람 시간:​ 상시, 연중무휴 (국궁전시장은 10:00~17:00, 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휴관)

 

통인시장 

△위치:​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5길

△문의:​ 02-722-0911

△영업 시간:​ 업소마다 상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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