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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역사 위에 세워진 미래도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의 어제와 오늘

조선시대엔 훈련도감, 근현대엔 동대문운동장, 지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2023.11.21(Tue) 16:03:24

[비즈한국] 지하철 2, 4, 5호선이 만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서울 시민이라면 익숙한 이름이다. 지하철 개통 당시에는 2호선 서울운동장역이었다가, 여기에 4호선이 추가되면서 동대문운동장역으로 바뀌었고, 2009년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면서 지금의 역명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문을 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잠시 시간을 내 둘러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맞이하는 UFO 같은 건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사진=구완회 제공

 

#조선시대 유구 위의 미래 건축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가면 불시착한 UFO 같은 건물이 불쑥 나타난다. 건축비만 5000억 원이 넘게 들었다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다.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게 의뢰한 DDP는 계획 때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며 2014년 3월에 개장했다. 쇼핑 시설을 겸한 전시장으로 운영 중인 DDP는 지금 봐도 미래 도시에 온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런데 이 미래지향적 건물이 서 있는 곳은 조선시대 훈련도감의 분영 중 하나인 하도감이 있던 곳이다. 이는 건물 바로 옆 ‘DDP 어울림광장’에 있는 ‘동대문운동장 유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옛 건축물의 흔적이 남은 자그마한 공터뿐이지만,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한양도성 성곽과 이간수문, 하도감 터 등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조선시대 한양도성 안의 방어시설 및 건축물 구조를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동대문역사관 내에 훈련도감 분영 하도감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갑옷과 투구가 전시돼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DDP에서 산책로를 따라 동대문역사관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가는 길에 옛 동대문운동장의 조명탑 두 개가 선 것을 볼 수 있다. 1966년 야구장에 조명탑들이 설치되면서 국내 최초의 야간 야구 경기가 열렸단다. 2년 뒤에는 축구장에도 조명탑이 설치되면서 동대문운동장에는 모두 11개의 조명탑이 생겼는데, 지금은 그중 2개만 남았다. 

 

동대문역사관 양쪽으로 서 있는 조명탑은 옛 동대문운동장의 흔적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조명탑은 지나 조금 더 가면 동대문역사관이다. 이곳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조성 과정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다. 먼저 만나는 것은 훈련도감 분영이었던 하도감의 면면이다. 훈련도감은 조선 후기 오군영 중의 핵심이었다. 이곳은 여러 분영을 두었는데, 그 중 도성 동쪽에 있던 하도감의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한다. 유구에서는 조선시대 갑옷과 투구, 각종 무기와 순찰 도구 등이 다수 발견되었다. 이 밖에도 전시실에는 배수구의 역할과 함께 방어 기능도 담당했던 이간수문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일제강점기에 훈련도감이 폐지되면서 훈련원공원이 들어서는 변화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의 추억이 쌓인 동대문운동장

 

동대문역사관에서 또 하나의 야외 유구 전시장을 지나면 동대문운동장기념관이다. 이곳은 2007년 철거된 동대문운동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에게는 지나간 역사지만, 아빠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곳이다. 

 

동대문운동장의 역사는 1925년 이곳에 경성운동장이 문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면 100년 전 경성운동장을 만난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종합운동장이었다. 전시실 1존에서는 경성운동장 개최 경기 기념사진과 경기장 사진엽서 등의 유물을 통해 당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동대문운동장기념관에 자리한 옛 동대문운동장 모형. 사진=구완회 제공

 

1945년 해방과 함께 경성운동장은 서울운동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여기서는 다양한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각종 정치 집회나 기념식, 문화 행사도 열렸다. 1968년에는 메인스타디움인 육상경기장까지 건설되면서 명실상부한 ‘종합 경기장’이 되었다. 2존에서는 당시 경기 사진과 스포츠 장비 등을 통해 대한민국 최대 경기장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운동장은 1985년 동대문운동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치를 잠실 운동장의 명칭이 ‘서울종합운동장’으로 확정된 탓이다. 이때부터 동대문운동장을 찾는 이들은 줄어들었지만, 스포츠 꿈나무들의 보금자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3존에서는 동대문운동장 시절의 물품과 대형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동대문운동장기념관을 나오면 복원된 이간수문과 한양도성의 모습이 보인다. 이곳은 청계천 오간수문과 함께 도성 안의 하천이 흘러 나가는 문이었다. 이곳에서 나와 청계천을 지나면 동대문을 지나 낙산까지 한양도성이 이어진다. 

 

동대문운동장기념관을 나오면 복원된 이간수문이 보인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위치: 서울시 중구 을지로 281

△문의: 02-2266-7188

△운영시간: 상시, 연중무휴(동대문역사관, 동대문운동장기념관은 10:00~19:00, 월요일, 1월1일, 명절 당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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