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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인력난 갑론을박 "외국인 고용제한 풀어야" vs "작업환경부터 개선"

외국인 인건비 낮고 근로 현장 더 열악…노조 "쿼터 늘리면 작업 환경 더 악화될 수 있어"

2022.10.12(Wed) 14:42:00

[비즈한국]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출입국 절차가 대폭 완화되면서 최근 건설업계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 제안을 풀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건설협회)는 올해 정부에 ‘외국인 고용 제한을 해제하고 외국인고용법 개정을 통해 적법한 외국 인력 활용성을 높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을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10월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2021년 건설근로공제회가 발표한 건설근로자 수급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건설업 총 인력 수요는 175만 4000명이지만, 이 중 내국인 인력 공급 가능 규모는 153만 9000명에 불과하다. 취업비자를 보유한 합법적 외국인 인력은 6만 5000명 수준. 결국 5만 명가량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올해 초부터 외국인 고용 제한 해제 등을 지속해서 건의했다.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기피 산업이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는데, 복잡한 취업 절차나 쿼터제 때문에 문제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예전이면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꽤 많았는데, 요즘은 관리도 확실하게 하고,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비율이 적은 편이다. 대부분 한국인 노동자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도 개선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외국인력 쿼터를 확대했다. 8월 31일 고용부는 △2022년 외국인 쿼터 1만 명 확대 △사업장별 총 고용 허용 인원 1~5명 상향 △비자발급절차 간소화, 항공편 증편 등을 결정했다. 이 중 건설업 쿼터는 360명이 추가로 배분됐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합법 외국인 쿼터 적정 규모 산정 △외국인력 배정 단위(현장)와 고용제한 단위(사업주) 일치 △신규입국 외국인 근로자 배정 요건 완화 △건설업 고용허가제 재입국 특례 허용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개선 측면에서 고용부와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 고용 제한 해제, 외국인 쿼터 제한 완화, 외국인 고용 제도 개선 등을 기회가 될 때마다 고용부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건설노동자들은 이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다. 특히 건설노조 내부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흘러나온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으로 건설업 인력난을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공사 최저입찰제 시행으로 건설사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외국인 취업 제한을 풀어달라는 요구는 사용자들의 이익 창출만을 위한 더 큰 욕심이라고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노조 차원에서 이 문제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지는 않는다. 다만 기본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 제한을 완화해달라는 주장 자체가,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내국인 건설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본다. 내국인 노동자를 더 고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게 아님에도 한국 노동자들의 인건비 문제와 노조활동 등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 최근 정부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TF팀 등을 만들어 노조 활동에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이 계속 보인다. 정부에서 내세우는 근거가 건설업체나 건설협회 주장과 일치한다. 외국인 쿼터제 완화도 이런 차원에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국인보다 임금을 적게 받거나 열악한 환경도 참으며 일하기 때문에 건설업체에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선호한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노동자 A 씨는 “외국인의 경우 노조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노조 소속일 경우 단체협약 등에 준거해 임금과 대우 등이 정해져 있는데, 외국인의 경우는 그보다 ​대우가 ​더 안 좋다”고 말했다. 건설노동자 B 씨는 “법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를 차별하거나 임금을 다르게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임금이 같다고 하더라도 일하는 환경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터널공사같이 환경이 더 열악한 현장에서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발주처, 시공사는 최저입찰을 통해 전문건설업체에 하청을 줘 관리·감독을 맡기고, 전문건설업체에 터무니없이 낮은 입찰금액으로 공사를 하게 하는 구조다. 인건비가 낮으니 내국인들은 일하려 하지 않고 그 자리는 당연히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외국인들에게 돌아간다. 현재 현장에서는 외국인 비율이 60%가 넘는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의 또 다른 관계자는 “힘을 더 많이 써야 하는 작업 등은 사측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쓰고 싶어한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그런 일을 안 해서가 아니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각종 작업시간과 안전관리 규정을 지켜야 하는데, 외국인 노동자를 쓰면 저렴한 가격에 더 빨리 공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건설업체로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게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노조 내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쿼터제 완화 기류가 작업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대응하는 노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최근 연맹 차원에서 이 안건을 논의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마치 외국인 노동자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안건으로 상정되지는 않았다. 다만 건설노조 내부에서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 제한 완화) 주장을 사측이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비즈한국DB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하고, 특히 힘든 현장에는 내국인 수요가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의 합법적인 고용 절차가 까다롭고,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가 적발되면 외국인 고용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돼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현장이 줄었다. 현재 있는 쿼터만큼도 외국인을 고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래서 고용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어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건설 현장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건설업체 말이나, 외국인 쿼터제 완화가 노동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노조의 우려 모두 맞는 이야기다. 실제 건설 현장에 있는 노동자 중 40~50대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근로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내국인들의 유입이 적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시장 진입을 유인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외국인 노동자를 무조건 늘리는 게 대안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전반적인 건설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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