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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오롱 오너 일가 소유 족자섬, '철새 천국'으로 방치된 사연

이동찬 전 회장 매입 후 이웅열 명예회장이 상속, 현재 관리 안 된 채 '농지법 위반' 상태…코오롱 "사생활"

2024.04.04(목) 09:23:55

[비즈한국]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인근의 ‘섬’을 소유한 사실이 밝혀졌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코오롱 오너 일가는 상수원 보호지구에 해당하는 두물머리 족자섬을 1973년부터 소유해왔다. 인근 주민들은 과거에 실제 이곳에 사람이 거주했다고 증언한다.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인근에 있는 족자섬. 1973년부터 코오롱 오너 일가가 소유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임준선 기자

 

#재벌가의 비밀섬?

 

양평군 양수리에 위치한 ‘족자섬’은 ‘새박사’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섬이다. ‘민물가마우지’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생태학 박사 A 씨는 “섬에 들어가진 못하지만, 두물머리와 함께 새 서식지로 유명한 곳이라 매년 가서 살펴봤다”고 전했다. 이 섬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배가 뜨기도 어려운 곳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족자섬은 민물가마우지의 천국이 됐다. ​인근 주민들과 생태학자 사이에선 유명하다. ​족자섬의 나무들은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하얗게 덮였다. 사진=임준선 기자

 

그런데 이곳에 ‘비밀 저택’이 있다는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섬과 저택은 코오롱을 창설한 이동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사들여 현재 오너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이동찬 전 회장은 1973년 ​족자섬 토지를 7만 6840㎡(2만 3285평)가량 매입했다. 이 전 회장의 첫째 딸 이 아무개 씨 역시 같은 시기 족자섬 토지 1만 8357㎡​(5663평)와 60㎡​(18평)의 단층 주택을 매입했다. 2년 후인 1975년에는 이 씨 명의의 지하 1층~지상 1층, 연면적 100㎡​(30평) 규모의 주택을 준공했다.

 

이동찬 전 회장이 소유한 토지는 이 전 회장 타계 후인 2015년 아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에게 상속됐다. 같은 해 이웅열 명예회장은 누나 이 씨로부터 토지와 2층 주택을 4억 3784만 3000원에 매입했다. 2층 주택은 현재 지붕이 무너져 내린 상태이며, 족자섬의 나무들은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하얗게 뒤덮였다. 

 

지난 2015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누나 이 씨로부터 매입한 2층 주택 모습. 지붕이 무너진 채 방치돼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지난 2015년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누나 이 씨로부터 매입한 주택 모습. 지붕이 무너져 내린 폐허 모습이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웅열 명예회장이 누나에게 매입한 토지는 지목이 ‘전’으로 이곳에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법 위반’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해당 필지는 농지전용허가를 받은 일이 없다. 오래전에 주택 지으면서 건축 허가를 받았을 텐데 원칙적으로 그 면적 외에는 ‘전’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매입 후 농사를 짓지 않았으면 농지법 위반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족자섬은 무인도와 같은 모습이다. 

 

폐허로 방치된 이웅열 명예회장 소유의 주택 역시 추후 ‘이행강제금’ 대상이 될 수 있다. 올해 6월부터는 붕괴 등 우려가 있을 때 시장·군수가 빈집의 ‘철거’ 명령을 할 수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내도록 관련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주했나…주민들 “예전에 사람 봤다”

 

족자섬 매입 당시 이동찬 전 회장과 딸 이 씨 등의 주소지는 ‘족자섬’이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 씨는 1993년 서울 성북동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들이 실제로 족자섬에 거주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인근 주민들은 40여 년 전에 족자섬에 사람이 살았다고 증언한다. 6대째 족자섬 인근에서 거주한다는 주민 B 씨는 “47년 전에 사람이 사는 걸 봤다. 그때는 인근 지역에서 배를 타고 다녔다. (이 전 회장) 가족들이 다같이 산 걸로 알고 있다. 고기를 잡다가 (족자섬에) 들어가본 적도 있다. 집이 굉장히 컸고, 소문이 무성했다. 3번 정도 도둑이 들어서 이사 간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환경단체 소속 주민들은 가마우지 서식으로 족자섬이 망가졌다고 말한다. 양평 C 환경단체 대표는 “지금은 족자섬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다. 가마우지 배설물 때문이다. 산성이 강해 섬의 자연 자체가 망가졌다. 가마우지 왕국이 됐다. 사람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없어서 더 그렇게 된 것 같다. 한 7~8년 전부터 이런 상태다. 그 이전에는 사람은 못 봤지만, 주기적으로 나무가 새로 심어졌다”고 전했다.

 

족자섬의 토지는 대부분 이웅열 명예회장 소유지만, 일부는 환경부와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수원) 등이 소유하고 있다. 또 족자섬은 상수원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돼 수질 보존 대상 지역이다. 다만 현재 족자섬을 관리하는 기관은 찾을 수 없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1973년에 팔당댐을 설치하면서 홍수 피해가 예상되는 필지를 매수했다. 2021년 회사가 분사되면서 소유자가 한수원이 됐다. 댐 때문에 매입한 거라 한수원에서 ​섬 관리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족자섬을 개발하는 행위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무슨 목적으로 2015년 족자섬의 땅과 주택을 추가 매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이 육지와 족자섬을 잇는 다리를 설치하고 카페를 운영하려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해당 섬은 수도법에 따른 특별보전지구이며,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이 불가능하다. 기존에 있는 건축물을 사용할 순 있지만, 추가로 건축물은 짓기는 어렵다. 개인 소유 땅은 개인이 관리하고, 하천 구역은 지자체에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양평군 관계자 역시 “현재 어디서 관리하는지 모르겠다. 이장에게 문의하니 ‘예전에는 서울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관리했던 걸로만 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주택 매입 이유와 추후 활용 계획 등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개인적인 생활이라 아는 부분이 없다”고만 밝혔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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