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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홍콩 ELS 손실…제 역할 못하는 시중은행 '불완전판매 방지책'

우리·하나·신한 모니터링 강화…"요식행위 그쳐" 지적

2024.01.24(Wed) 10:46:18

[비즈한국] 국채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2019년)·사모펀드 환매중단(2020년) 사태를 겪으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강화돼 녹취·숙려기간 보장 제도·지정인 알림 서비스 등이 도입됐다. 시중은행은 신뢰 회복을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 개편안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을 두고 불완전판매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지며 앞서 도입된 안전장치가 소비자 보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가입으로 원금 피해를 보게 된 투자자들이 피해복구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조직 신설·리스크 측정 등으로 불완전판매 방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은 19조 3000억 원으로, 15조 9000억 원을 은행에서 판매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투자자 수는 8만 6000계좌(21.6%)로 금액은 5조 4000억 원(30.5%)에 달한다. 판매액의 90%는 대면(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팔린 것으로 확인된다.

 

금융당국은 DLF·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계기로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이 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강화한 바 있다. 원금의 20% 넘게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DLS), 파생결합펀드(DLF),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경우 판매·계약 체결 등 전 상담 과정을 녹취하고, 투자자에 숙려기간 2일 이상을 보장하고, 고령투자자는 지정인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은행은 자체적인 대책도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상품 리스크 및 불완전판매를 점검하는 고객케어센터팀을 신설하고, 상품 판매부터 사후 관리까지의 절차를 투자자 중심으로 바꿨다. 2021년에는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비예금상품위원회를 발족했다. 우리은행이 이번 홍콩H지수 ELS 판매액이 가장 적은 데에는 비예금상품위원회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노력을 임원 평가에 반영하는 경영인증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하나은행은 소비자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 강화를 위해 분기별로 소비자보호협의회를 열고 있다. 소비자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해 전 과정에 대한 리스크 측정도 한다. 고위험 투자상품은 판매 이후 외부 전문가의 리뷰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상품 판매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필체 인식 인공지능(AI) 모형을 적용해 고객이 자필로 기재한 필수항목의 누락과 오기재 여부도 점검한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투자상품 판매 정지 제도를 도입했다. 3단계로 이뤄졌으며, 1차 미스터리 쇼핑을 시행해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을 선정한 후, 그 영업점을 대상으로 2차 미스터리 쇼핑을 진행하는 식이다. 2차 미스터리 쇼핑에서 결과가 부진한 영업점은 최종적으로 한 달간 판매 정지 영업점이 된다. 도입 초기 파생결합증권(ELT, ELF) 상품에 대한 자체 미스터리 쇼핑으로 7개 영업점이 한 달 동안 판매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해피콜·가족조력제도 등으로 고령투자자 보호하지만…

 

홍콩 ELS 상품의 고령층 가입자가 5명 중 1명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고령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호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은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에 대해 판매 당일 해피콜을 의무화하는 등 해피콜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고, 초고령자를 대상으로 투자자 성향 분석 시 녹취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80세 이상 초고령층의 경우 ELT·ELF 상품은 비대면채널 가입이 불가하다. 고령층은 투자성향 분석결과 공격 투자형일 시 투자자성향 분석결과에 대해 사전 확인콜을 시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초고령자 고객에는 투자 상품을 먼저 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고령자와 초고령자가 투자상품에 가입하려면 조력자를 등록해야 하고, 녹취추가확인서 작성 및 영업점장 확인 등을 거쳐야 한다.

 

국민은행도 초고령 투자자 가족조력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상품이 적합하지 않으며, 권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고객이 가입을 요구하는 경우 가족 및 후견인 등과 동석 또는 통화를 통해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고객이 가족조력제도를 신청하지 않을 경우, 내부통제 담당자나 지점장 등이 조력자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고령투자자 보호확인제도로 영업점 내 내부통제 담당 직원이 고령자 고객 계약의 적정성 여부도 사전에 확인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자체적인 대책은 의무 사항이 아닌 만큼 고객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층 가운데 가족에 본인의 재산 등에 대해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가족으로부터 조력 받는 것을 강제할 수는 없고, 고객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은행 내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 고려”

 

그동안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맞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은행은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만큼 오인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2020년 고난도 사모펀드 및 신탁의 판매를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은행권 반발로 판매한도 제한 및 소비자 보호조치 강화 등을 조건으로 파생상품을 판매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홍콩 ELS 사태로 은행권에서 자체 판매한도를 늘리거나, 핵심성과지표에서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을 팔아야 높은 점수를 주도록 하는 등 조건을 지키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고, 가입자 가운데 고령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마련된 절차들이 요식 행위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이복현 원장은 금융투자협회 간담회 직후 “일부 은행은 자필 서명과 녹취를 확보했기에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다. 금소법 취지를 생각해보면 그런 말을 쉽게 하기는 어렵다. 은행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우려면 소비자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 가입 목적에 맞는 상품을 권유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정황 등을 확인하고 현장검사를 벌이고 있다. 당국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3월까지는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많은 고객이 손실을 보게 된 상황은 안타깝지만, 손실이 났다는 것만으로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불완전판매가 한 건도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많은 고객이 상품을 이해하고 가입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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