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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물 신고절차 개선했다는 구글, 직접 해보니 '시작부터 난관'

양식 찾기부터 어렵고 콘텐츠 내용 자세히 기록하도록 해, 피해자 아닌 구글 중심'…국제앰네스티 "개선했다고 볼 수 없어"

2023.12.18(월) 14:11:08

[비즈한국] 구글의 디지털 성범죄 콘텐츠 삭제 절차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제앰네스티는 구글에 1년 전 디지털 성범죄 콘텐츠를 삭제하는 신고 시스템의 개선을 요구하라며 글로벌 탄원을 진행했다. 1년 후 구글은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고 답했지만 갈 길이 먼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앰네스티는 구글에 비동의 성적 촬영물을 삭제하는 절차를 개선하라고 요구해왔다. 사진은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구글코리아 본사 앞에서 개최된 플래시몹 현장. 사진=국제앰네스티 제공


#피해물 삭제 절차 복잡해 추가 피해 우려

 

인권 단체 국제앰네스티가 구글에 성범죄 콘텐츠를 삭제하는 절차를 개선하라고 요구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개선 상황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진이 입수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구글 본사 간의 질의응답 문건에 따르면 구글은 한국의 성범죄 콘텐츠 신고 양식을 ‘n번방 법률 양식(Nth-room legal forms)’으로 지칭하며 절차를 개선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n번방 법률 양식이 무엇인지 모호한 데다, 처리 과정을 피해자가 알 수 없는 등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구글은 성범죄와 관련한 콘텐츠 신고 절차가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구글은 답변서에서 ‘합의하지 않은 성적인 콘텐츠가 구글 검색 결과에 검색될 때 괴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거나 ‘비동의 성적 이미지(NCEI) 피해자·생존자가 온라인 서비스와 플랫폼에서 삭제 요청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고 언급했다. 

 

구글은 “한국의 신고자는 어떤 성적 콘텐츠 옵션을 고르든 n번방 법률 양식으로 이동한다”라며 “n번방 법률 양식에 따라 신고한 사람은 검토 결과와 접수 알림을 받는다”라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불법 성범죄 콘텐츠를 신고하는 신규 양식을 제공하고, 접근성을 높이고자 신고 단계가 담긴 도움말 센터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앰네스티가 구글에 제시한 개선 사항은 △도움말 센터의 접근성 향상 △삭제 양식(법적 이유로 이미지 삭제) 관련 정보를 명확하게 제공 △성범죄 피해자에게 트라우마를 일으키지 않도록 신고 양식 개선 △신고 후속 조치를 위한 시스템 마련 등이지만 실질적으로  접근성 향상이나 후속 조치 개선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2022년 12월 8일 구글 신고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탄원을 시작했다. 구글 검색 결과로 나온 디지털 성범죄 콘텐츠를 신고하는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재생산을 야기한다는 점에서다. 신고 과정에서 △콘텐츠를 신고자가 직접 묘사해야 하거나 △신고자에게 허위 신고의 책임을 묻고 △신고자의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부담을 주는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구글은 국내에서 디지털 성범죄 콘텐츠의 삭제 절차를 개선했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는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진=구글 캡처


디지털 성범죄는 추가 피해를 일으켜 피해자의 고통이 크다. 비동의·불법 성적 촬영물이 온라인에 유포되면 완전히 삭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세간에 알려진 n번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성 착취 영상물이 비밀 채팅방에서 거래된 n번방 사건은 일부 운영자가 구속됐지만, 처음 유포된 촬영물이 구글 등에 남아 피해자가 이를 빌미로 촬영 강요, 협박 등의 추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 사건 외에도 유사한 범죄가 횡행해 온라인상에서 피해물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해졌다.

 

밍 유 하(Ming Yu Hah)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동남아시아지역 캠페인 국장은 “구글은 1년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몇 가지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나 피해자에게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라며 “구글은 비동의 성적 촬영물의 재유포를 막기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해야 하며, 신고 내용을 검토할 때 생존자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설명 듣지 않고는 신고 양식 찾는 것부터도 쉽지 않아

 

구글이 개선했다는 콘텐츠 신고 절차를 직접 해보니, 양식을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기자는 앰네스티의 설명을 따른 후에야 신고 양식을 찾을 수 있었다. 방법은 이렇다. 우선 구글 검색창에 ‘구글 이미지 삭제’를 검색하면 ‘구글에서 이미지 삭제하기’라는 고객센터 사이트가 나온다. 첫 번째 관문이다. 구글은 먼저 ‘이미지가 있는 사이트의 소유자에게 문의하라’고 안내한다. 문의 방법을 한참 넘긴 후에야 검색 결과에서 삭제하는 방법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두 번째 난관이 나온다. 구글은 콘텐츠 삭제 상황을 6가지로 나눴다. 그 중 성범죄와 관련한 것은 △동의하지 않은 노골적이거나 은밀한 개인 이미지 또는 복수 포르노 삭제하기 △비자발적인 가짜 포르노 삭제하기 △법적 사유로 이미지 삭제하기다. 셋 중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골라야 하는 것은 ‘법적 사유로 이미지 삭제하기’다. 삭제 신청을 처음 해본다면 알기 어려운 선택지다.

 

법적 사유로 이미지 삭제하기에서 ‘양식 작성하기’를 누르면 ‘국가별 법적 기준을 따른다’는 설명이 적힌 콘텐츠 신고 페이지로 이어진다. 여기서 이미지 신고를 누르면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1항과 시행령 제30조의5 제2항에 따라 불법 촬영물, 허위 영상물, 또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신고하고자 합니다’라는 국내법에 맞춘 선택지를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요청 만들기’ 버튼을 누르면 비로소 신고 양식이 나온다.

 

콘텐츠 신고 양식은 간단해 보이지만, 신고 과정은 쉽지 않다. 피해자·신고자가 아닌 구글 중심의 양식에 가깝다. 구글은 신고 양식 상단에 “현지 법률을 근거로 콘텐츠를 삭제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신고자는 콘텐츠가 불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구체적인 법률 조항을 들어’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또 사진이나 동영상이라면 문제의 콘텐츠를 상세하게 묘사해야 한다. 피해자가 스스로 신고할 때 트라우마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구글의 검색결과로 나오는 피해물을 삭제하기 위해 구글에 신고할 때는 ‘법적 사유로 이미지 삭제하기’​를 통해 신고 양식을 작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법률 조항을 피해자가 찾아오거나 피해물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된다. 사진=구글 캡처

 

어렵게 양식을 다 쓰면 ‘위증 시 처벌을 받는다는 조건하에, 법률 위반을 신고할 권리가 있다’고 신고자가 맹세하는 체크 박스가 나온다. 신분증 첨부는 없어졌지만 법적 구속력을 가진 디지털 서명도 구글에 제출해야 한다. “신고서 내용이 불완전하면 신고가 처리되지 않으니 유의하라”라는 구글의 경고는 덤이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가는 “법률 신고 양식을 전면적으로 안내하고 피해자에게 처리 현황과 결과를 고지해야 한다. 구글에 복잡한 신고 절차 로드맵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영하지 않았다. 별로 개선하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라며 “사건을 겪고 피해물을 직접 신고하는 사람은 얼마나 정신이 없겠나. 양식을 적다가 포기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불법 성 착취물 콘텐츠를 공유하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지만 구글의 삭제 양식이 이를 포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앰네스티 활동가는 “한국 직원이 아니면 잘 모를 만한 수법도 있다. 예를 들면 피해자를 찾을 수 있는 키워드가 있는데, 키워드를 이미지로 만들어서 대표 이미지에 걸거나 공유하는 식이다. 신고할 때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라며 “국가별로 조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국에서 차단한 콘텐츠는 해외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IP를 우회해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불법 통신 정보를 심의할 권한이 있으나, 국내에서 접속을 차단하더라도 불법 콘텐츠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엔 결국 구글의 협조가 필요하다. 방심위 관계자는 “해외 서버는 삭제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접속 차단 결정을 한다”라며 “하지만 정보가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위원회 내부의 국제협력단을 통해 구글 등 해외 사업자에게 시정 요청을 한다”라고 전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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