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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돈 번 은행·정유사 '돈 잔치' 압박에 정부와 정치권 뚜렷한 온도차 속내

역대급 실적에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연일 은행권 압박, 야당발 정유사 횡재세 추진 재점화

2023.02.17(Fri) 11:01:27

[비즈한국] 지난해 각각 고금리 시대 이자 장사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역대급 실적으로 임직원들이 ‘돈 잔치’를 벌인 은행권과 정유업종을 상대로 정부와 정치권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정유업종에 대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은행권에 대해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 대해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은행의 공공재 성격’을 강조하며 사회적 책임 강화를 촉구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발 빠른 관리·감독 강화 움직임에 돌입했다. 정유업종에 대해 민주당은 일정 수준의 초과 이익에 대한  ‘횡재세’를 도입해 그 재원으로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은행의 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공공재 역할을 강조했다. 사진=대통령실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팬데믹을 전후해 완화된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대출 증가와 지난해 본격화 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수익으로 연결되는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예대금리차)로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월 2.24%포인트에서 12월 2.55%포인트로 0.31%포인트나 확대됐다.

 

5대시중은행 중 각각 KB국민은행은 전년 대비 15.6% 증가한 2조 9960억 원, 신한은행은 22.1%늘어난 3조 450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3.3%, 22.9% 급증한 3조 1692억 원, 2조 9198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농협은행은 10,5% 증가한 1조 7182억 원을 달성했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차주들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성과급과 희망퇴직 잔치를 벌이면서 비판에 직면했다. 5대 시중은행의 성과급은 모두 1조 3823억 원으로 전년 성과급 총액 1조 193억 원보다 약 35.6% 급증했다. 임원 1명의 평균 성과급은 국민은행이 2억 16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 1억 6300만 원, 신한은행 1억 7200만 원, 우리은행 1억 400만 원, 농협은행 4800만 원 순이었다. 직원 1명당 평균 성과급은 농협은행이 39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1300만 원대, 국민은행은 1200만 원, 우리은행 1000만 원 순이었다. 농협은행은 압도적으로 많은 직원 성과급에 대해 “당행의 성과급 자료에는 기본급을 제외한 정기상여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총급여는 다른 시중은행보다 낮다”고 해명했다. 

 

은행권 희망퇴직제도는 법정퇴직금 외에 수억 원대 특별퇴직금까지 지급하며 편법 복지제도로 전락해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가속화 등 변화에 따라 해마다 수백 명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데 실제로 2019년 말 4700여 곳이었던 전국 은행 점포 수는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지난해 3분기 3900여 개로 급감했다. 최근 희망퇴직을 완료한 국민, 신한, 우리은행의 경우 희망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으로 1인당 평균 3억 원대에서 4억 원대를 지급한 것 외에 법정퇴직금까지 더해 1인당 6억~7억 원대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며 금융당국을 향해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공공재 지적은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권 구조조정을 위해 국민혈세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2022년 12월 6일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성과급 제도의 적정성부터 들여다볼 방침이다. 은행의 성과보수체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부합하게 운영되는지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단기 성과가 성과급 산정에 과도하게 반영되는지 여부, 성과급 이연 지급 제도의 운영 적정성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점검한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은행의 예상 손실을 소화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 권한을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정기검사 등을 통해 성과급 체계 적정성을 점검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4일 금융발전심의회 전체 회의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조속히 세부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오는 3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기로 했다. TF는 은행권 성과급과 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 능력 제고,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을 논의해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같은 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은행권이 사상 최대의 이자 이익을 바탕으로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도 국민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성과급 체계 점검 강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은행의 급여체계, 금리 등에 대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고 ‘관치 금융’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은행 성과급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노사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사안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익명의 시중은행 관계자들도 “민간은행 결정 사항을 두고 정부 압박이 거세다. 은행권보다 월등한 성과급과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하는 업종들도 있는데 억울하다”는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은행권은 뒤늦게 지난 15일 향후 3년간 취약계층에게 10조 원을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실제 출연금은 지난달 이미 발표한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 5000억 원을 포함해 7800억 원에 그치고 대출과 보증을 통해 10조 원 공급 효과를 낸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4월 리터당 2425원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서울 한 주유소 현장. 사진=박은숙 기자


정유 4사는 지난해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지난해 정유사별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을 보면 SK이노베이션 3조 9988억 원, GS칼텍스 3조 9795억 원, 에쓰오일 3조 4081억 원, 현대오일뱅크 2조 7898억 원 등이다. 4사 합계 영업이익은 14조 1762억 원으로 전년 7조 2000억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정유 4사가 지난해 상반기에만 연결기준 12조 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자 횡재세 부과 움직임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집중 제기됐다. 다만 하반기 들어 실적 저조 현상이 뚜렷해지자 횡재세 부과 논란은 잠잠해지는 듯하다가 최근 정유사들의 막대한 성과급 지급과 난방비 폭탄 논란까지 가세하면서 재점화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이익 급등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업계가 미리 사둔 원유 재고자산 가치가 덩달아 껑충 뛰었고 정제마진까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정제해 만든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으로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등 최종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정유업계 손익구조의 핵심이다. 정제마진은 배럴당 지난해 1월 평균 6.01 달러에서 6월에는 평균 24.51 달러로 치솟았다. 

 

하지만 정유 4사 실적은 지난해 3분기 이후 주춤하더니 4분기에는 각각 연결기준 SK이노베이션 6833억 원, GS칼텍스 514억 원, 에쓰오일 1574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현대오일뱅크만 4분기 적자를 면했지만 영업이익은 128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정유 4사 실적 부진은 유가 약세와 한동안 달러당 1400원 대로 치솟은 환율 급등으로 원유 수입 비용을 달러로 결제하는 국내 정유사들에게 재고 평가 손실을 급증시켰기 때문이다. 정제마진도 10월에는 배럴당 평균 2.7달러까지 감소하면서 정점을 찍었던 6월에 비해 9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정제마진은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정유 4사는 성과급 잔치를 진행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성과급으로 모든 임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1000%를 줬다. GS칼텍스는 연봉의 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아직 성과급 규모를 정하지 못했지만 모두 전년에 비해 높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유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유 4사가 최근 난방비 폭탄을 맞은 에너지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내놓은 기부금은 360억 원에 그친다. 각각 한국에너지재단에 SK 150억 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각각 100억 원을 기탁했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은 10억 원만 내놓았다. 

 

이에 민주당은 정유사들의 이익 일부에 대해 횡재세를 걷거나 사회공헌 기금 출연 등을 통해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재원으로 써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현행 석유사업법 제 18조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 수급과 석유 가격의 안정을 위해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다. 그 대상으로 ‘국제 석유 가격의 현저한 등락으로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얻는 석유정제업자·석유수출입업자’가 명시돼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원내교섭단체연설에서 “고유가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지만, 호황을 누린 정유사들은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횡재세 제안에 국민 과반이 찬성하지만 정부·여당은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정유업계의 수익에 대해 법인세를 거두는 게 바람직하며 횡재세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업이 때로는 경기나 시장 여건에 따라서 이익을 볼 때고 있고 손실을 볼 때도 있다. 횡재세 도입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정유업계는 횡재세 도입 재점화와 관련한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는 난방비 폭등과 관련해 업계에 횡재세를 거론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내 가정의 난방 연료별 비중은 액화천연가스(LNG)가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LNG 수입·판매를 한국가스공사가 주로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수요 급감으로 연간 5조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때 정부나 정치권의 지원은 일절 없었다고 반발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횡재세 논의와 관련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를 시추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업에 집중돼 있어 유럽과 미국 등에서 나오는 횡재세와 그 배경이 다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탈탄소 전환 움직임에 정유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 조성과 관련해 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금 출연의 경우 주주들이 배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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