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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라이벌'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는 어떻게 다를까

앱 정의부터 수익모델까지 확연한 차이…코로나19 장기화 땐 순위 바뀔 가능성

2020.11.18(Wed) 12:13:30

[비즈한국]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와중에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위드(with) 코로나’ 상황이 이어지리라 예상되면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중고거래 시장으로 더욱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중고거래 앱 중에서는 당근마켓과 번개장터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 같은 시장에 진출한 두 기업이지만, 확연히 차이 나는 전략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와중에 중고거래 앱을 기반으로 한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앱 중에서는 당근마켓과 번개장터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순 이용자는 당근마켓, 최근 투자액은 번개장터

 

일단 2015년 출시된 당근마켓이 2010년 등장한 번개장터보다는 성장세가 가파르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해 월간 순 이용자 수(MAU)는 1월 480만 명에서 10월 1200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용자 1인당 월평균 24회, 하루 20분 정도 이용하는 셈이다. 당근마켓은 2016년 13억 원 규모의 시리즈A, 2018년 68억 원 상당의 시리즈B, 2019년 400억 원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첫 번째 투자를 시리즈A, 두 번째 투자를 시리즈B 등으로 부른다.

 

번개장터의 10월 MAU는 288만 명이다.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에는 못 미치지만 2016년 출시된 중고나라 앱보다는 많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앱과 카페를 나눠 말할 수는 없지만 월 방문자는 1300만 명”이라고 했다. 다만 네이버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성장한 중고나라는 카페 MAU는 매달 1000만 명 수준이지만, 앱 MAU는 100만 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번개장터 역시 당근마켓에 질세라 올해 3월 56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신규 유치했다. 시리즈C 지원 금액만 따지면 번개장터가 당근마켓보다 160억 원가량 많다.

 

2020년 3월 기준 당근마켓은 2019년 1월보다 월 사용자 수가 230% 늘었다. 표=모바일인덱스 ‘중고거래 앱 시장 분석’

 

중고거래 앱 시장 1, 2위인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조직 규모는 별반 차이가 없다. 11월 기준 총직원 수는 당근마켓이 120명, 번개장터가 110명이다. 두 기업이 ‘개발자’를 중요시한다는 점도 닮았다. 모바일 기술 기반의 서비스 회사로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당근마켓은 전체 직원 중 개발 직군 인력이 약 70%, 번개장터는 약 50%라고 밝혔다. 짝퉁 거래, 사기 등 논란에 대처하기 위해 AI(인공지능) 기술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같다.​

 

#같은 듯 다른 전략, 앱을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전략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는 P2P(개인 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앱이라는 공간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당근마켓은 동네 이웃을 연결하는 지역 기반 플랫폼을 표방한다. ‘맘카페’는 곧 당근마켓의 경쟁사이자 모방업체다. 당근마켓에서는 GPS(위성 위치확인 시스템) 상 반경 6km 이내(서울은 반경 4km) 동네 주민이 판매자와 구매자가 되어 채팅하고 대면 거래한다.

 

‘당신의 근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당근마켓이 이용자들의 평판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사용자들의 거래 매너는 ‘매너온도’라는 지표로 평가되는데, 거래자가 약속을 어기면 두 번째부터는 일정 기간 거래 이용이 정지되고 매너온도는 대폭 낮아진다. 당근마켓은 ‘지역생활 커뮤니티’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추가된 ‘동네생활’과 ‘내 근처’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은 소소한 ‘동네’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특히 30대 이상 연령층에서 활발히 이용 중이고, 주말인 일요일에 거래가 많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지역생활 커뮤니티’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추가된 ‘동네생활’과 ‘내 근처’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은 소소한 ‘동네’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사진=당근마켓 앱 캡처


번개장터는 맘카페보다는 유통 플랫폼이 경쟁상대에 가깝다. 번개장터는 당근마켓과 달리 전국에서 거래 가능하고, ‘우리 동네만’ 기능을 설정하면 GPS 상 2~10km 내에 있는 이용자와만 거래할 수 있다. 기존 유통 플랫폼처럼 번개장터 이용자들은 주로 원하는 물품을 검색해 구매하는데, 아이돌 굿즈나 명품 의류 등 취향 기반의 물품이 많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2020년 상반기 기준 가입자 중 MZ세대(1980~2004년생) 비중이 약 80%다. 디지털·기기, 패션의류·잡화 물품이 MZ세대 거래액의 약 80%, 구매건수의 7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소비자에게 당근마켓은 보물찾기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재미’를, 번개장터는 축제와 같은 ‘예측 가능한 재미’를 제공한다. 한 이용자는 “당근마켓은 검색 키워드 기반 판매가 아닌 지역 기반 판매다. 당근마켓에서는 자신과 산책할 친구를 구하는 등 별의별 글이 다 올라온다. SNS 생태계가 갖는 중독성이 있다. 반대로 번개장터는 ‘필요에 기반한 상품 거래의 장’이다. 예측 가능한 특정 상품을 우리는 ‘취향’이라 부른다”고 했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목적을 달성하면 머무르지 않는 앱이 아닌, 매일 한 번은 켜보는 앱이 성공하는 서비스”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밑바닥 비즈니스’ 당근마켓 vs ​빅데이터 마케팅​ 번개장터

 

이렇게 상이한 전략은 대표들의 창업 배경에서 기인한다는 시각도 있다. 당근마켓은 카카오 동료였던 개발자 김재현 공동대표와 기획자 김용현 공동대표가 설립했다. 당근마켓 전신은 ‘판교장터’다.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사내 장터에서 중고 거래가 활발한 데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보다 앞서 두 대표는 카카오 재직 시절 ‘로컬 TF(태스크포스)팀’에서 일하며 맛집 추천 앱인 카카오플레이스를 개발했다. 이를 두고 “두 대표가 판교장터에서 당근마켓으로 가는 과정에서 ‘밑바닥 비즈니스’를 관찰할 수 있었을 듯하다”는 해석도 있다. 글로벌 유통기업에서 지역화(Localization)는 주로 홍보·마케팅 대행사가 도맡아 처리하는데, 카카오플레이스 개발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

 

번개장터는 장원귀 전 대표가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동기·후배인 장영석, 김현석 이사와 세운 회사다. 모두 개발자인 이들은 대학 시절 함께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다. 초기 영상검색·인식 서비스를 준비하다 ‘스캔서치’가 먼저 나오는 바람에 사업 아이템을 바꿨다. 중고나라가 웹 기반이라 모바일로 전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시장을 공략했다고 한다.

 

장원귀 전 대표가 대학 동기·후배와 이끌던 번개장터는 지난 1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기고 신임 대표이사로 이재후 전 티몬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사진=번개장터 페이스북


지난 1월 번개장터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에 경영권을 넘기고 신임 대표이사로 이재후 전 티몬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이 대표는 구글코리아에서 유튜브 마케팅 총괄을 한 최재화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카카오스토리 사업부장과 SNS 사업본부장을 거친 정용준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영입하며 마케팅 역량을 높였다. 이 대표보다 앞서 합류한 이동주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R&D센터 빅데이터 연구소 출신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가 취향에 맞는 제품을 잘 고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더욱 집중하는 셈이다.

 

#수익모델에서도 확연한 차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는 수익모델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현재 당근마켓은 동네 상점들로부터 받는 광고비용으로만 수익을 낸다. ​수익모델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동네에 올라온 거래 물품 사이사이에 노출되는 지역 맞춤형 광고는 1000회 노출당 평균 비용이 4000~5000원으로 알려져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지역 거점 소상공인들은 동네 기준 최대 27개 동 또는 9개 구까지 선택할 수 있고, 상점별 광고비용은 지역 선택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며 “추후 중고거래 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삼을 계획은 없으나 지역 내 다양한 연결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번개장터 역시 맞춤형 광고비용이 주요 수익원이다. 다만 번개페이 수수료가 전체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번개장터 관계자의 말이다. 번개페이는 번개장터 자체 안심결제 서비스인데, 구매자가 거래액의 3.5% 수수료를 부담하면 거래가 완료될 때까지 번개장터에서 결제금액을 보관했다가 구매가 확정된 후 판매자에게 전달된다. 판매자는 별도 수수료 없이 정산받는다. ‘거래 안전성’을 수익 전략으로 내세우는 셈이다. 추후 ‘인플루언서’도 번개장터 수익 창구의 주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는 “매력적인 판매 상품을 많이 보유한 ‘마니아’, 즉 인플루언서를 많이 유입시키는 게 관건”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고거래 앱 1, 2위의 판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당근마켓은 카카오가, 번개장터는 네이버가 힘을 실어줬다고 보이는 점도 흥미롭다.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서 출발한 당근마켓에 카카오벤처스는 2015년 13억 원을 투자했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추가 지원했다. 네이버는 2013년 벤처투자사 프라이머로부터 번개장터의 전신인 퀵켓 지분 51%를 매입한 바 있다. 당시 인수가치는 100억 원대로 알려졌다. 퀵켓은 2017년 사명을 번개장터로 변경했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들 중고거래 앱 1, 2위 판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최근 있었던 ‘신생아 판매 사건’과 같은 논란이 잇따라 터지면 그에 따른 타격도 비켜나갈 수 없다. 일단 두 기업은 각자의 전략을 굳혀나간다는 방침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기존 맘카페보다 더 개방적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동네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전국구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서로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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