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있다. 10여 년 전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한 말이다. 함께하는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멋진 카피다. 같이 한다는 것은 공감 혹은 소통을 뜻하고, 이 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예술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공감은 시대정신과 보편적 예술 언어에서 나온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쉬운 미술 언어로 보여주고자 한다. 시즌 10을 맞으면서 공자가 말한 ‘좋은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는 작가를 응원한다.

아무도 잠들지 마라/당신도, 공주여/그대의 차가운 침실에서 별을 보시오/사랑과 희망에 전율하는/허나 나의 비밀은 내 안에 숨어 있고/아무도 내 이름을 모를 것이오/아니 아니 그대 입술에/여명이 밝아오면 내가 말해주리다/그러면 내 입맞춤이/침묵을 녹이고/그대는 내 것이 될 것이오/그의 이름은 누구도 알지 못할 터/그러면 우리는, 아 아, 죽는구나, 죽어/물러가라 밤이여/사라져라 별들이여/새벽 밝아오면, 나 이기리라/이기리다 이기리라.
드라마틱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네순 도르마(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마라’의 가사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 지아코모 푸치니(1858-1924)의 유작 미완성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다.
이 아리아는 테너가 부르는 노래 중 가장 유명하다. 심지어 10여 년 전 우리나라 유명 자동차 광고에까지 사용돼 우리에게도 친숙한 곡이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감정 조절의 기교가 없이는 소화하기 힘든 곡이다. 고난을 넘어 승리한다는 내용으로 동서고금의 예술에 단골로 등장하는 구조다. 나온 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노래다. 아마도 인류 문명이 끝날 때까지 이 곡은 생명력을 지켜 나갈 것이다.
같은 내용의 노래는 그 이후에도 수없이 만들어져왔다. 특히 시위 현장에서 선동적 목적으로 불리는 노래들 역시 같은 구조다. 끝내는 승리하리라고.


그러나 ‘네순 도르마’처럼 한결같이 인기를 유지하는 노래는 없다. 노래 가사를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감정을 흔드는 마력을 보여준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순수한 아름다움의 위력이다.
그동안 우리 예술계에서는 이념을 분칠하거나 논리를 앞세우는 예술에 후한 평가를 줬다. 사회 문제나 정치적 이데올로기, 조형 논리로 포장해야 가치 있는 예술로 대접받았다. 민중미술이나 추상미술이 수준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기저에 깔린 것은 문화적 위선주의다.
이선우의 회화는 이런 미술계 인식에 일침을 가한다. 그의 그림에는 이야기가 없다. 읽어낼 만한 내용을 갖지 않았다. 일상 정서를 평범한 방법으로 그리는 그림으로 보인다.

그가 그린 화면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 차려진 식탁이 주로 등장한다. 크리스마스 시즌 분위기를 풍기는 인형과 이국적인 시계탑, 그리고 다양한 꽃도 보인다. 작품 주제가 ‘오월의 정원(메이필드)’이다. 그래서 흔한 정물화 정도로 평가 절하돼 왔다. 그러나 이런 소재는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을 보여주려는 수단일 뿐이다.
“우리는 그림에서 내용을 읽으려고 합니다. 회화는 눈으로 소통하는 예술입니다. 시각 소통 언어는 형상이나 색채, 화면 구성 등이죠. 저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목표 삼아 그림을 그립니다. 오월의 정원처럼 행복한 느낌의 미감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서려고 친근한 정물을 선택합니다.”
이선우가 지향하는 회화에서 ‘네순 도르마’ 음율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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