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율 인상으로 건설업계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나라 양대 건설사로 꼽히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영업 실적이 전년 대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출과 영업실적이 전년 대비 3%가량 줄었고, 현대건설은 해외 프로젝트 공사 원가를 일시에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2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양사는 올해 수익성이 높은 물량을 선별 수주하고 원가 관리에 매진하는 전략을 내놓았다.

시공능력 양대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지난 22일 2024년 결산 실적을 발표했다.
시공능력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가량 줄었다. 2024년 매출액은 18조 65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6550억 원(3.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조 10억 원으로 같은 기간 330억 원(3.2%)가량 줄었다. 다만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5.4%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물산 실적 저하는 기존 대형 프로젝트 일감이 줄어든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발주한 경기 평택·미국 테일러 반도체 공장 등 하이테크 물량과 아랍에미리트 원전, LNG 수출기지 탱크 등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들이 올해 공정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면서 매출 감소를 견인했다. 특히 삼성물산 공사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이테크 물량은 다른 공사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 측은 “대외 환경 변화 등으로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소폭 감소했지만,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했다”고 자평했다.
시공능력 2위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3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024년 매출액은 32조 69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조 430억 원(10.3%) 늘었지만, 2023년 7854억 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 2209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현대건설 영업 실적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1년(-3860억 원) 이후 23년 만이다.
현대건설 영업 적자는 해외 프로젝트 부실 요소를 장부에 모두 반영한 영향이다. 이른바 빅배스(Big bath)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현대엔지니어링)와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공사 현장에서 향후 발생할 모든 공사비를 추정해 공사 원가에 반영했다.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의 국내 주택 현장 공사 원가까지 장부에 반영하면서 대규모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건설 측은 “(적자는) 연결 자회사의 해외 일부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에 기인한 것으로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공정 관리를 강화해 수익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양대 건설사 실적 전망이 밝지는 않다. 삼성물산은 올해 건설부문 매출을 전년 대비 2조 8000억 원(15%)가량 줄어든 15조 9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현대건설도 올해 매출 전망치를 역시 전년 대비 2조 3000억 원(7%) 줄어든 30조 3873억 원으로 잡았다. 다만 지난해 일시적 비용 반영으로 적자 전환한 영업 실적은 올해 1조 1828억 원(현대엔지니어링 6331억 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계획했다. 삼성물산은 영업이익 전망치를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주 목표는 공격적으로 잡았다. 올해 삼성물산 건설부문 수주 목표는 18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수주액 대비 8000억 원(4%) 늘었고, 현대건설 수주 목표는 31조 14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6131억 원(2%)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매출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하이테크 수주를 올해 6조 7000억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조 1000억 원 낮게 잡은 대신 플랜트(EPC, 9조 9000억 원)와 주택(2조 원)을 선별 수주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현대건설도 수익성이 높은 핵심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하고 원가 관리 강화에 힘을 쏟을 예정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형 하이테크와 플랜트 프로젝트 준공 영향이 이어지고 신규 수주의 매출화 시점 차이로 한시적인 매출 감소가 전망된다”면서도 “신규 사업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하고 있어 기존 수주 프로젝트들의 매출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발생하면 실적도 점차 개선되고 내년에는 전년 수준 이상으로 회복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대형 원전을 포함해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태양광·수소사업 등 청정에너지 사업을 확대해 기후 변화와 폭발적인 에너지 소비 확대에 대응하고 신개념 주거상품 개발과 생산기술 혁신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며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지속가능한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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