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2월 2일 밤 10시 30분 기습적으로 발령된 계엄 선포는 6시간 후인 4일 새벽 4시 30분에 종료됐다. 아직 추가적인 군사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계엄 선포에 따른 군사작전은 민간인을 포함한 인명 피해 없이 무사히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인 결정과 향방, 법률 위반 문제 등은 제외하고 군사적 관점에서 이번 ‘6시간 계엄 작전’에 사용된 전력과 장비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살펴볼 것은 국회에 투입된 병력 구성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박선원 의원실에 따르면, 1공수특전여단, 수도방위사령부 특임 군사경찰대대(SDT), 그리고 707특수임무단(백호 부대)이 투입됐으며 이들 특수부대를 수송하기 위해 육군특수전사령부 특수작전항공단(흑매부대)이 동원됐다.
국회에 투입된 특수부대의 특징은 모두 ‘야간전투’에 철저히 준비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투입 인원이 미국 L3 테크놀로지가 만든 GPNVG-18 야간투시경을 장착하고 임무에 투입됐다. 일반적인 야간투시경이 1개 혹은 2개의 렌즈를 가진 반면, GPNVG는 4개의 렌즈와 4개의 광증폭관(Photo Multiplier Tube)을 갖추고 있어 다른 야간투시경보다 시야각이 매우 넓다. 대신 기존에 한국군이 구매했던 PVS-04K 야간투시경보다 가격이 10배 비싼 4000여만 원으로, 현재 한국에는 특수전사령부와 특수부대 중심으로 1000여 개만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계엄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이 국회 진입 시 국회 전원 차단 후 야간전으로 돌입해 어둠 속에서 정치인들을 체포할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증명이 어려워 계엄부대들이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국회를 장악하려 했는지는 구체적인 조사와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 정말 야간작전을 위해 야간투시경을 준비했다면, 국회 의사당 건물에서 전원을 차단하기 위한 행동을 했는지, 야간투시경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대테러용 섬광탄을 휴대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강한 빛과 소음으로 사람의 정신을 어지럽히는 섬광탄은 조명이 차단된 어둠 속에서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회에 진입한 계엄부대가 인질 구출 작전이나 적 요인 암살 임무와 같은 임무를 처음부터 가정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총기들에서 삽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시뮤니션 탄약(simunition ammo)을 장착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시뮤니션 탄약은 훈련용으로 쓰이는 비살상 탄환으로, 탄약의 위력이 낮고 비금속 소재로 만들어져 근접 전투 훈련(CQB) 등에 사용된다. 이 탄환을 사용하려면 총기의 노리쇠 부품을 교체해야 하며, 푸른색으로 노리쇠가 색칠되어 있어 쉽게 알 수 있다. 공개된 사진으로는 이 시뮤니션 탄약을 사용한 부대는 국내 최고의 대테러 작전 부대로 알려진 707 특임단이 사용하는 벨기에산 FN SCAR 자동소총이다. 이 장비를 장착한 것 자체가 국회에 진입하기 전부터 무력 사용을 피하고자 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모든 부대가 시뮤니션 탄약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고, K1 기관단총 등을 소지한 특전사 일부 병력의 경우 사람에 따라 탄창을 삽탄하거나 비워 놓는 등 일관된 무기 휴대 정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복수의 언론과 정당에서는 계엄군의 실탄 소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특수부대 병력을 국회로 수송한 것은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특수작전항공단으로 추정된다. 특수작전항공단은 원래 항공작전사령부 예하의 수송 헬기 운용 부대였으나, 2019년 특수전사령부 예하로 편입되어 특수전사령부의 특수부대만 수송하는 임무를 맡아오고 있다. 이 부대가 운영하는 UH-60P 블랙호크(Black Hawk) 기동헬기는 장거리 작전을 위한 보조 연료탱크 및 야간 비행을 위한 야간투시장비(FLIR)를 갖추고 있어 야간작전이 가능하다. 다만, 장비 노후화 및 적 공격에 취약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특수 작전 헬기 성능개량 사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능과 장비들이 원래 임무가 아닌 정치인 체포 및 국회 점령에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계엄 상황에서 어떤 부대에 어떤 작전을 맡겨야 하는지 정해진 규칙은 없으나, 동원된 부대가 우리 특수작전 및 전시 최중요 임무를 맡는 부대라는 점 때문에 이번 ‘국회 점령 작전’의 정당성과 위법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공수특전여단과 707 특임단, 그리고 특수작전항공단은 전시에 북한 지역을 침투해 적 요인 암살과 적의 지휘소 점령 임무를 수행하며, 평시에는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되기 때문에 정치인 체포 임무에 투입되는 것이 적합한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공수특전여단과 707 특임단, 그리고 특수작전항공단은 전시에 북한 지역을 침투해 적 요인 암살과 적의 지휘소 점령 임무를 수행하며, 평시에는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되기 때문에 정치인 체포 임무에 투입되는 것이 적합한지 논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논쟁이 계속될 또 다른 핵심 쟁점은 국회에 투입된 ‘계엄부대’의 작전행동의 적법성과 처벌 수위다. 현재 계엄이 불법적인 행위로 규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과 법률가들은 작전에 참여한 군인들도 정당하지 않은 명령을 수행한 불법행위자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지휘관들이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한 작전 지침을 내렸거나, 일부 현장 병력이 충돌을 막기 위해 정치인 등의 국회 진입을 허용한 점, 작전 행동에서 적극적인 행위로 보기 어려운 여러 행동이 단순한 작전 실패인지, 계엄사령부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 행동인지를 두고 많은 논의와 조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일부 군 부대가 소극적으로 행동한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임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규정을 활용해 군 투입을 지연시키는 등 다양한 부서와 다양한 직위에서 저항 활동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단순히 법 집행을 엄정히 하고 국민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와 처벌을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부당한 명령에 다양한 정도와 방법으로 저항한 군인들의 정신을 조사하고 이를 기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도덕과 정치의 영역을 넘어 군의 근본 목적인 시민의 보호를 위해 헌신하도록 군대를 바꾸기 위한 기초 자료이자, 대한민국 군의 정신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역사적 사료가 될 것이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는 물론 군이 슬기로운 판단으로 이번 계엄군 군 투입 사태를 자세히 조사해 사건을 조속히 수습하길 기대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ir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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