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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워홈 세 자매 '주주간계약' 기각…'남매의 난' 불씨 여전

구미현·명진·지은 2021년 4월 이후 '의결권 통일' 약속…법원 "합의 없었다" 가처분 기각

2024.04.24(Wed) 12:42:45

[비즈한국]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오너 2세들의 경영권 분쟁이 3년 만에 다시 불거졌다. 세 자매가 연합해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을 회사에서 몰아냈던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구본성 전 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가 힘을 모아 막내 구지은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를 밀어내는 모습이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는 세 자매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통일하기로 약속한 주주간계약을 무기로 구미현 씨를 압박했지만, 결국 올해 정기 주총에서 본인들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구지은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은 언니 구미현, 구명진 씨와 2021년 4월 의결권을 통일하기로 한 주주간계약 맺었지만, 법원은 선행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 가처분 청구를 기각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워홈은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구지은 대표이사 부회장의 언니인 구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오는 6월 임기가 만료되는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2021년 6월 언니 구미현, 구명진 씨와 연합해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을 회사에서 몰아내고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사내이사에 선임된 구미현 씨는 그간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올해 2월 자신과 남편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안건을 정기주주총회에 상정해달라며 주주제안에 나섰다.

 

아워홈은 범LG(엘지)가 종합식품기업이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이 2000년 LG그룹에서 분리해 설립했다. 현재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단체급식과 식품 사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 지분은 구자학 회장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장녀 구미현 씨(19.3%), 차녀 구명진 씨(19.6%), 삼녀 구지은 부회장(20.67%)이 나눠 가졌다. 남매간 합종연횡에 따라 회사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인데, 이번에는 가·부결 안건과 지분을 종합했을 때 장남 구본성, 장녀 구미현 씨가 연합해 막내 구지은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를 사내이사에서 몰아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는 이번 아워홈 이사 선임과 관련해 언니 구미현 씨 재산을 동결했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구미현 씨가 보유한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 자택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건물을, 5일에는 구미현 씨의 아워홈 주식을 가압류했다. 세 사람이 주총에서 통일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한 주주간계약을 위반한 데 따른 위약금(300억 원)을 보존해달라는 취지다. 가압류 청구 금액은 각각 위약금 일부인 50억 원과 100억 원이다.

 

이사 선임과 관련한 의결권 행사를 강제하는 가처분도 시도했다.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는 5일 구미현 씨가 주주간계약 당사자인 세 사람 또는 세 사람과 세 사람 지분율에 따라 1명씩 정한 사람을 아워홈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를 어길 시 주주간계약에 따라 위약금 300억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주총 하루 전인 16일 두 사람이 낸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런 전방위적 압박의 근거는 3년 전 맺어진 주주간계약이다. 아워홈 오너 2세인 구미현, 구명진, 구지은 씨는 2021년 4월 주주간계약을 맺었다. 세 자매가 △2021년 2월 구지은 부회장이 낸 주주제안에 대해 아워홈이 같은 해 4월 이후 소집할 주주총회에서 통일적으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고 △향후 열리는 주주총회 모든 안건에서도 의결권을 같은 방향으로 행사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반하면 나머지 계약당사자에게 위약벌로 30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세 자매는 향후 회사 지분도 같은 가격과 조건으로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법원이 구미현 씨에 대한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유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양측 합의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공동 의결권 행사는 계약당사자 간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사 선임 의안과 관련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법원은 양측이 이 사건 주주총회 의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워 피보전권리 소명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기각 결정을 했다.

 

서울 강서구 아워홈 마곡식품연구센터 전경. 사진=아워홈 제공

 

실제 양측은 이사 자격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구미현 씨는 이번 주총에 앞서 이사 선임과 관련해 등기이사를 ‘주주 또는 주주가 정하는 사람’으로 하고 나머지 필요한 인물은 미등기 이사로 선임해 주총 의결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는 등기 이사를 ‘주주간계약 당사자 또는 계약당사자가 정하는 사람’으로 하자고 맞섰다. 주주간계약 당사자인 세 자매를 제외한 주주가 사실상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인 것을 고려하면, 구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 또는 이사 선임권에서 양측이 이견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회사 사내이사 선임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법에 따라 자본금 1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사내이사가 최소 3명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구미현 씨와 이영렬 전 교수 외에 사내이사가 선임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올해 6월 전까지 최소 1명 이상의 사내이사 선임이 필요하다. 여기에 구지은 부회장과 구명진 씨가 주주간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앞선 가압류 및 가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 제기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편 아워홈 오너 2세 자매들은 3년 전 주주간계약을 맺고 회사 경영권을 쥔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을 몰아냈다. 그는 2021년 6월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친 혐의(특수상해 등)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직후 구지은 부회장과 구미현, 구명진 씨 자매는 주주총회를 열고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같은날 구지은 부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이사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해 통과시키며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경영권을 빼앗긴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21년 말 장녀 구미현 씨를 설득해 회사 지분을 공동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세 자매가 지분 공동 매각과 의결권 공동 행사에 관한 주주간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구미현 씨는 주주간계약 효력을 다툰 바 있는데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세 사람이 상당한 가격 및 조건으로 주식을 매각할 목적으로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위해 2021년 6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날까지 의결권을 통일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내이사 선임을 의결한 이번 아워홈 정기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아워홈 측은 “별도의 입장은 아직 없다.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주간계약은 개인 주주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회사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워홈 최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의 법률대리인 마콜 관계자도 “주총 의결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전달할 입장이나 의견은 없다”고 덧붙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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