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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의정 갈등에 '의사 노조 결성' 다시 수면 위로

직역 이해관계 달라 번번이 실패…임현택 회장 "임기 중 역점 사업으로 추진"

2024.04.17(Wed) 10:22:15

[비즈한국]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의사 사회에서는 노조 설립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실패해왔다. 정부와 갈등이 불거질 때만 노조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가 관철되지 못한 것. 김재현 전 의료연대본부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개별 노조를 만들어 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라고 제언했다.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 이번에는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 광장에서 경기도의사회가 주최한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제21차 수요 반차 휴진 집회’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전공의·의사 노조 만들자” 목소리 나와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료계 안팎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현재 전공의 노조와 의사 노조가 거론되고 있다. 의사협회, 전공의협의회, 의대 교수협의회 등 의료계를 대변하는 단체들이 노조가 아니다 보니 단체행동권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데다, 정부와 소통할 단일 창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국제노동기구(ILO)는 전공의들이 제기한 긴급개입 요구에 “개입을 요청할 자격이 없다”며 거부했다가 대전협이 단체의 목적과 현황 등의 자료를 보완해 재차 요청하자 개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전공의 처우개선 논의를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임인석 수련환경평가위원회 기관평가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 사이에서 ‘젊은 의사노조’를 만들어 한국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산하에 들어가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아직 대전협 차원에서 의견 취합 등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관련한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 A 씨는 “전공의도 근로자고 일방적으로 권리를 침해 당한 부분이 있다. 법리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추후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 방안 중 하나가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다. 꼭 파업이 방법은 아니겠지만 노조가 생기면 파업 등 단체행동 등이 가능해지고 더욱 단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박단 대전협 위원장이 전공의 노조 설립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의정 갈등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온 이들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의사들 스스로 노동자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일부 병원장을 제외하면 노동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15일 정책피해 전공의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집단고소 기자회견을 열었던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도 “노조 설립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진행 전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자연스럽게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조 설립 노력했지만 수포로

 

의사 사회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의사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중앙보훈병원, 성남시의료원에 의사로 구성된 ‘의사 노조’가 있다. ‘의사 노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의사 사회 전체를 대표하기 위해 설립된 노조는 아니다. 이번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의사 사회 안팎에서는 “의사 노조가 있었다면 단체행동을 비롯해 정부에 의료계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더욱 용이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동안 의사 노조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앞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소속 김재현 전문의는 전국의사노조 설립을 위해 의료연대본부 전국의사노조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왔다. 하지만 비즈한국 취재 결과 준비위원회는 지난해 하반기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대한병원의사협의회를 중심으로 노조 가입을 위한 절차를 밟아왔다. 가입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 등 정체를 겪어 병원 단위별로 활동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의 휴학 신청이 이어지고 수업 거부 움직임도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 복도에 의학서적과 의사가운이 널려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김재현 위원장은 5~6년 동안 의사협회,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등과 소통하며 전국의사노조 설립에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같은 의사여도 △봉직의 △개원의 △교수 △전공의 △공보의 △전임의 등 직역별로 입장이 다르다 보니 목소리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고,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있었다고 한다. 개원의는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기 쉽지 않아 전공의가 포함된 봉직의를 중심으로 꾸리고자 했지만 이 과정 또한 어려움이 많았다. 

 

김 위원장은 “대학병원 대부분 전임교원은 30%밖에 되지 않아 이들을 제외한 봉직의를 대상으로 먼저 나섰지만 전공의의 경우 눈치도 많이 보고 시간도 나지 않다 보니 조직화가 잘 안 됐다. 의협에서도 관심이 있었지만 개원의 중심이어서 사실상 노조 활동을 하기가 어려웠다. 교수의 경우 전의교협이 만들어지면서 쪼개졌고, 아주대병원에서는 노조를 가입한 전임의에 페널티를 주는 일이 벌어지는 등 여건이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교수 갈등 등 최근 의료계 내에서도 분열이 생기고 있는 만큼 의사노조가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번처럼 정부와 싸워야 되는 일이 있으면 노조 설립 얘기가 나오다가 해결되면 다시 흐지부지되고는 한다”며 “처음부터 큰 조직을 만들어서 톱다운으로 하는 것은 어렵다. 개별 노조를 만들어 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우니 우선 종합병원 등에서 개별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튼튼한 조직원이 있으면 이들을 합하기는 쉽다”고 제언했다. 

 

한편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의사 노조 설립을 임기 중에 역점 사업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 당선인은 “아직 그렇다 할 힘을 지닌 노조가 없다. 영국에서는 전공의 노조가 작년부터 12번이나 파업을 했다. 노동 조건에 대한 파업은 당연한 권리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노조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왜 의사 노조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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