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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지구보다 2배 큰 행성은 왜 발견되지 않을까

중력 부족해 5억~20억 년 동안 가스 대기권 잃어…새로운 천문학 '외계행성학'으로 증거 포착

2024.04.15(Mon) 16:57:06

[비즈한국]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에게 ‘행성’이란 단어는 태양 주변을 맴도는 태양계 행성이 전부였다. 다른 별에도 주변을 떠도는 외계행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실체는 확인하지 못했다. 1992년 펄사 주변을 맴도는 최초의 외계행성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만 개 가까운 외계행성, 그리고 후보 천체들이 발견되었다. 

 

외계행성을 한두 개 막 발견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외계행성 하나하나가 다 특별하고 소중했다. 어떤 행성은 지구를 닮은 살기 좋은 행성이고, 또 어떤 행성은 뜨거운 마그마 지옥 행성이고…. 개별 외계행성들의 세세한 특징에 주목하던 시절이다. 하지만 외계행성 만 개 시대가 된 지금은 개별 외계행성의 특징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외계행성의 전반적인 특징을 통계적으로까지 살펴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대부분은 크기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름이 지구 정도 되거나 지구 지름의 1.5배 정도 되는 암석 행성. 이런 행성들은 슈퍼 지구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름이 지구의 2~3배 사이 정도이고, 천왕성과 해왕성보다는 살짝 작은 가스 행성들이 있다. 이런 행성은 미니 천왕성이라고 부른다. 겉은 두꺼운 가스 대기로 덮여 있지만 중심에는 단단한 암석 핵이 있을 거라 추정한다. 

 

흥미롭게도 슈퍼 지구와 미니 천왕성 두 그룹 중간인 딱 지구 지름의 1.5~2배 정도 크기 외계행성은 10배 가까이 적은 빈도로 발견된다. 압도적으로 그 수가 적다. 슈퍼 지구와 미니 천왕성 사이, 채워지지 않는 외계행성 크기의 빈 공백을 ‘외계행성 지름 간극’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의 지름을 비교한 히스토그램. 유독 지구 지름의 1.5~2배 사이에서 발견된 외계행성의 수가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유독 이 범위에서 외계행성이 잘 발견되지 않는지에 대해선 아직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특히 당황스러운 점은, 정작 우리가 사는 태양계에서는 슈퍼 지구급 행성도, 미니 천왕성급 행성도 없다는 점이다. 아예 더 크기가 작은 암석 행성, 또는 아예 더 거대한 가스 행성만 존재한다. 그래서 왜 이런 ‘외계행성 지름 간극’이 발생하는지, 행성이 덩치를 불리거나 줄이는 과정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기회가 없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은 2018년에 미션을 마치고 우주 쓰레기 된 케플러 우주 망원경의 과거 관측 데이터를 다시 활용해 ‘지름 간극’의 비밀을 풀 흥미로운 단서를 발견했다. 과연 태양계 바깥 외계행성들의 성장 과정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왜 지구보다 딱 1.5~2배 지름이 큰 행성은 잘 발견되지 않을까?

 

특정한 크기의 외계행성만 유독 적게 발견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행성의 크기는 행성의 중력이 결정한다. 행성이 비교적 작은 질량으로 반죽되어 탄생한다면 지구처럼 작고 단단한 암석 행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육중한 질량의 물질이 더 많이 반죽되어 무거운 행성이 만들어진다면, 더 강한 중력으로 쉽게 날아가려고 하는 가벼운 가스 물질까지 더 많이 붙잡을 수 있다. 그래서 대기권이 더 두꺼워진다. 목성과 토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지구 지름의 1.5~2배 정도로 그다지 크지는 않은, 덩치가 다소 애매한 행성이라면 중력이 부족해서 암석 핵을 감싼 가스 대기권을 오랫동안 붙잡기 어려울 수 있다. 서서히 우주 공간으로 가스 대기권을 잃으면서 행성이 작아지고 결국 단단한 암석 핵만 드러나게 될 수 있다. 

 

이처럼 크기가 조금 더 큰 가스 행성의 외곽 대기가 사라지고 그 내부의 암석 핵이 노출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하나는 중심 별에서 내뿜는 강한 별빛 항성풍으로 인해 행성을 감싼 가스 대기권이 날아가는 ‘광증발’ 현상이다. 별에서 나오는 강력한 자외선 빛이 행성을 감싼 대기권의 기체 분자들을 이온화하면서 더 가벼운 작은 입자들로 쪼갠다. 더 가벼워진 대기 입자들은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되고, 행성의 미약한 중력을 더 쉽게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탈출한다. 민들레 꽃에 바람을 불면 둥근 씨앗이 다 날아가고 속살만 덩그러니 남는 것과 비슷하다. 

 

또 다른 방식은 행성 내부의 핵 자체가 발산하는 열 때문에 생긴다. 행성 내부의 암석 핵에서 방사성 붕괴 또는 화산 활동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행성 내부의 온도가 뜨거워진다. 그러면 행성의 암석 핵을 감싼 대기권의 온도도 올라가고, 대기 분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서서히 대기 분자들은 행성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다. 이러한 과정을 행성의 ‘핵에 의한 질량 손실’이라고 부른다. 

 

결과적으로 두 방식 모두 행성을 감싼 외곽의 대기권 층을 우주 공간으로 날려버리고, 내부의 암석 핵 속살만 남긴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전체 과정이 끝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중심의 강렬한 별빛으로 인해 행성 대기가 이온화되고 날아가는 광증발 현상은 행성이 완성되고 나서 약 1억 년 안에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다. 

 

반면 행성 자체 핵에서 나오는 열로 인해 대기권이 달궈지고 서서히 대기 입자들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두 번째 방식은 5억~20억 년 정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바로 이 시간 차이를 활용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외계행성들의 크기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이 둘 중 무엇일지 확인할 수 있다! 

 

지구보다 지름이 2배 이상 더 크고 외곽에 가스 대기를 두른 행성을 미니 천왕성이라고 부른다. 사진=NASA


2009년 우주로 올라간 외계행성 사냥꾼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약 9년에 걸친 긴 사냥을 마치고 미션을 종료했다. 원래 케플러는 백조자리 부근 쭉 뻗은 팔 끝의 손바닥 하나로 가릴 만한 면적의 특정 방향 하늘을 겨냥하고 그곳에서만 외계행성을 집중적으로 찾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2012년과 2013년에 연이어 망원경이 겨냥하는 방향과 자세를 조정하는 리액션 휠 네 개 중 두 개가 하나씩 고장 났다. 결국 케플러는 특정한 한 방향의 하늘만 고정해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고민 끝에 천문학자들은 2013년 케플러 망원경의 시야를 좀 더 넓히는 새로운 전략, K2 미션을 시작했다. 한 방향만 고정해서 겨냥하는 대신 지구와 함께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를 돌면서, 망원경이 바라보는 시야도 길게 돌게 되었다.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황도면을 따라 시야에 들어오는 다양한 별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에 관측된 별들 중에는 프레세페 성단과 히아데스 성단이 있다. 둘 모두 별들의 나이가 대략 6억 년, 8억 년 정도 밖에 안 되는 아주 어린 별들로만 이루어진 산개 성단이다. 성단은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동갑내기 별들이 모인 집단이다. 따라서 이 두 성단에 있는 별 주변의 행성들은 모두 비교적 최근에 탄생한 나이 어린 행성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어린 나이가 핵심이다! 

 

만약 행성 대부분이 강렬한 별빛을 받아 대기권이 날아가는 광증발 효과를 받고 있다면? 이 과정은 1억 년 안에 빠르게 진행된다. 프레세페, 히아데스 두 성단 속 어린 별 곁을 맴도는 행성들에서도 이미 충분히 진행되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성단에서 발견되는 행성들은 이미 대기권이 다 날아간 상태, 암석 핵만 남고 사이즈가 작은 슈퍼 지구 정도의 행성들이 주로 발견되어야 한다. 

 

반대로 만약 행성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행성 핵에서 방출되는 열로 인해 대기권이 아주 천천히 날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면? 이 과정은 5억~20억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된다. 프레세페, 히아데스 성단 속 별들처럼 어린 별들이라면 시간적 여유가 아직 부족하다. 즉 두 성단 속 별 주변에서는 아직도 외곽 대기가 날아가지 않은 덩치가 큰 미니 천왕성 규모의 외계행성들이 주로 발견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두 성단에서 발견된 외계행성은 주로 어떤 종류일까? 미니 천왕성 행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두 성단 속 별 주변에서 미니 천왕성 행성이 발견된 비율은 79~107% 정도다! (100%를 넘는 이유는 별 한 개 주변에 행성이 두 개 이상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두 어린 성단에 비해 훨씬 더 나이가 많은 별들이라 볼 수 있는 성단 바깥, 별들의 밀도가 낮은 성간 공간의 별들은 많이 다르다. 나이가 많은 별 주변에서 미니 천왕성이 발견되는 비율은 20% 수준으로 훨씬 적다. 대신 대기가 다 날아간 상태로 추정되는 크기가 더 작은 암석 행성들이 많이 발견된다! 오랫동안 나이 많은 별 곁을 맴돌면서, 천천히 행성 핵을 통한 질량 손실 과정을 거쳐 행성의 대기가 날아가는 과정을 충분히 겪었기 때문이다! 

 

중심 별에서 방출되는 자외선 빛, 또는 행성 자체 열에 의해서 행성을 감싼 대기권이 손실될 수 있다. 사진=Ron Miller/NASA


즉 이번 발견은, 외계행성들의 크기가 줄어드는 우세한 방식이 중심 별빛에 의해 빠르게 진행되는 광증발이 아니라 훨씬 천천히 자체 핵에 의해 진행되는 질량 손실임을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외계행성 지름 간극’이라는 특정 사안에 작은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외계행성 자체를 바라보는 인류의 관점 자체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발견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외계행성 하나하나의 특성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특정한 외계행성에 바다가 있는지, 온도가 지구처럼 따뜻한지, 물론 이런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지구를 닮은 외계행성을 발견했다는 뉴스도 그리 드물지 않다. 새로 발견된 외계행성이 지구를 닮았다고, 또는 닮지 않았다고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천문학은 이미 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금껏 쌓인 수만 개의 외계행성 데이터를 모아놓고 이들이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외계행성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통계적으로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른바 ‘외계행성학(Exoplanetology)’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새로운 천문학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번 발견은 새로운 시대의 천문학이 이미 천문학 연구 현장의 중심에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멋진 증거라 할 수 있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3881/acf9f9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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