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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국산화 의욕 꺾는 국산화' 30mm 기관포 전쟁의 내막

CIWS-II 기관포 국산화 과정 업체 간 갈등…군, 정부 모두 반성해야 지적

2024.04.15(Mon) 10:48:46

[비즈한국] ‘세계 최고 성능’을 목표로 개발 중인 해군 차세대 근접방어무기 ‘CIWS-II 사업’은 큰 문제 없이 순항 중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막을 수 있었던 판단 실수, 수습 과정에서의 업체들 사이의 치열한 이권 다툼 등에 대한 교통정리가 있었다. 우리 군 대공 무기체계의 전력 건설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CIWS-II 기관포. 사진=김민석 출처

 

이같은 문제를 초래한 이유는 CIWS-II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30mm 포/포탑 체계’때문이다. CIWS(근접방어무기체계)는 군함에 탑재되는 자동 기관포로 가장 마지막까지 함선을 방어해야 한다. 군함이 불에 타고 있거나 가라앉는 중이라도 전기와 탄약만 유지되면 스스로 적의 미사일이나 항공기와 자동으로 전투할 수 있는 ‘함정 최후의 방어 수단’이다.

 

그래서 CIWS의 기관포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맞출 정도로 정밀하면서도, 많은 탄을 눈 깜짝할 사이에 쏟아부어야 하는 고성능 무기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 해군이 운영 중인 두 종류의 CIWS는 ‘20mm M-61’과 ‘30mm GAU-8’ 등 이다. 해군은 CIWS-II를 개발하면서 골키퍼 CIWS에 장착된 30mm GAU-8을 그대로 장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해군이 30mm 기관포 장착을 요구한 것은 위력이 20mm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포탄의 지름은 10mm 차이지만 위력, 유효사거리 등에서 차이가 분명할 정도로 30mm가 강하다.

 

문제는 20mm와 달리 30mm기관포 GAU-8은 이제 거의 단종돼 아무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GAU-8은 1분에 무려 4200발을 발사하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30mm 기관포지만 무게도 1.8톤에 달하는 가장 크고 무거운 기관포이기도 하다. ‘탱크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A-10 공격기가 이 기관포를 쓰고 있지만, A-10은 곧 퇴역할 예정이다.

 

이같은 이유로 GAU-8의 제작사인 제너럴 다이나믹스(General Dynamics, GD)는 CIWS-II 기관포에 자신들의 무기를 장착한다는 소식에 과도한 비용을 한국에 제시했다. 방위사업청이 21년 12월 제작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GD사는 방사청이 처음 예상했던 가격보다 무려 143억 원이 높은 초기 견적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방사청은 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견적가격보다 73억 원을 할인한 성과를 이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GD사는 물량도 조기 발주하고, 과도한 수량의 선금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조기 발주가 안돼서 생기는 추가 비용을 방사청이 부담해야 한다고 사실상 ‘강짜’를 부리고 있다. 

 

GD사가 기관포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기술료다. CIWS-II는 우리 입장에서 완전히 새로 개발하는 체계로 GD사 입장에서는 CIWS-II가 골키퍼 CIWS에서 발전된 것으로 해석해 관련된 지식재산권(IP)을 광범위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CIWS-II는 일단 현대 위아가 GD사와 기술협력생산으로 30mm 기관포를 제작하지만, 동시에 국방기술진흥연구소(KRIT)의 주도하에 ‘전략부품국산화’의 일환으로 SNT다이내믹스가 국산화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진짜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 문제는 협력업체의 역차별 문제이다. 기술협력 생산은 원제작사로부터 기술자료를 받기 때문에, CIWS-II에 장착되는 기관포를 현재 생산하는 현대 위아는 국산화 개발을 시도하지 못한다. 법적 분쟁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 위아 입장에서는 체계업체가 시키는 대로 해서 참여했더니, 갑자기 향후 수주물량과 내용이 크게 줄어드는 날벼락을 맞았다. 방위산업을 발전시키고 자주국방을 위한 부품 국산화 사업이 오히려 국내 업체에 피해를 준 셈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이런 ‘불의의 사고’를 사전에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기관포 GAU-8은 전 세계에서 미국 공군과 한국 해군만 사용한 지 20년이 넘었다. GAU-8을 사용한 CIWS인 골키퍼가 팔리지 않아 단종됐고, GAU-8을 탑재한 A-10 공격기도 퇴역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GAU-8 기관포가 오직 우리 해군만 사용하게 되는 제품이 될 것이고, 제작사 입장에서는 라인을 폐쇄해야 할 기관포를 구매하는 한국이 ‘손쉬운 고객’이 되리라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하다. 하지만 CIWS-II의 ROC(작전요구성능)를 만든 해군은 30mm 기관포에 4200발의 발사속도를 요구했다. ROC대로 물건을 만들어야 하는 체계업체는 시작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해군이 유연한 ROC를 설정하고, 사업 개발 시작 당시 처음부터 기술협력 생산이 아닌 국산화 개발 품목으로 도전했었다면 현대 위아와 SNT 다이내믹스 둘 다 업체 자체 연구를 시작해 서로 정당한 기술과 생산능력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 위아는 자신들의 국산화 기술력이나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도 없이 사업이 넘어간 상황이다. SNT 다이내믹스 역시 개발 도중에 국산화 작업을 들어가니 개발기간이 부족하고, 순수 국내 개발이 아니고 GAU-8에 치수와 기능을 맞춰야 하니 개발 난도는 더욱 올라가는 핸디캡 안에서 국산화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과 가장 비슷한 사례로 K2전차 파워팩 국산화 사건을 들 수 있다. K2전차는 원래 파워팩 국산화 계획이 없다가 중도에 생긴 바람에, 국산화 파워팩을 제작하는 HD 현대인프라코어가 크기와 중량, 기타 규격을 미리 정해진 규격에 맞추면서도 독일산과 다른 설계를 구현하기 위해서 굉장한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전차에 넣을 수 있는 파워팩으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규격과 크기, 중량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제는 30mm 기관포를 CIWS-II에 적용한 것 자체가 오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GAU-8 기관포는 너무 크고 무거워 활용 용도가 제한된다. CIWS-II도 기관포 때문에 10톤 이상의 무게를 가져, 소형 함정에 탑재가 제한돼 수출 경쟁력이 좋을 수 없다. 예커대 터키 아셀산(Aselsan)사의 GOKDENIZ CIWS는 35mm 쌍열 기관포를 사용하는데, 30mm GAU-8보다 구경은 크지만, 발사속도가 느려 우리 CIWS-II보다 가볍고, 거의 그대로 육군의 장갑차에 얹어 KORKUT 라는 이름의 자주 대공포에 쓰이고 있다.

 

또한, CIWS-II를 개조해서 지상에 배치대 박격포탄 등을 요격하는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 버전을 계획하는 국산화 전략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CIWS-II는 너무 커서 지상에서 운용하기에는 제약이 많고, C-RAM 임무는 북한의 장사정포나 초대형 방사포가 아닌 소형 포탄만 요격할 수 있어 우리 실정에 잘 맞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무조건 최고만 원하는’ 해군의 ROC 설정과 ‘그냥 사다 쓰면 된다는’ 당국의 안일한 예측으로 CIWS-II의 기관포 생산은 현대 위아와 SNT 다이내믹스의 ‘이상한 대결 구도’로 변해버렸고 승자 없는 전쟁이 됐다. 필자는 처음부터 CIWS-II를 단순한 ‘국산 골키퍼’가 아닌, 다양한 구경의 다양한 기관포 사용을 고려하고, 다목적 임무를 고려했다면 이런 불필요한 갈등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두 회사가 지금이라도 정당하게 경쟁하고, 기술력을 활용해 방산 수출을 극대화할 추가 사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첫 번째 추가 사업 제안은 30mm GAU-8 기관포와 같은 탄을 사용하면서 훨씬 경량화한 기관포를 신규 개발하는 것이다. CIWS에 쓰이는 30mm 포탄은 우리 군의 주력 대공 장갑차인 K30 ‘비호’와는 탄이 호환되지 않지만, 이 탄을 사용하는 대공 장갑차와 보병전투차들이 해외에 많이 있다. 호주에 수출을 성공한 AS21 장갑차도 이 포탄을 사용한다. 이를 고려해 경량화 30mm 기관포를 개발한 뒤, 해군의 저가-경량 근접 방어 무기나 육군 장갑차량용 기관포를 개발하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두 번째 제안하는 사업은 CIWS와 KF-21에 둘 다 사용할 수 있는 20mm M61 기관포 국산화 사업이다. 일명 ‘벌컨포’라는 별명의 M61 기관포는 KF-21은 물론 공군 전투기에 많이 쓰이고, 우리 해군이 운영하는 팰링스 CIWS에도 같은 것이 장착된다. KF-21은 스텔스 성능을 높이는 블록 3으로 업그레이드 하려면 이 기관포를 개조해야 하는데, 개조하는 김에 국산화를 시도하면, KF-21에 장착하는 것은 물론 지금 CIWS-II보다 좀 더 작고 가벼운 ‘저가형 CIWS’를 만들 수 있다.

 

모든 계획은 틀릴 수 있고, 예상은 잘못될 수 있다. 다만 지금의 ‘K-방산의 수출 대박’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못 생각한 결정, 근시안적인 생각을 반성해야하며 미래를 더 잘 예측하고 대비하는 개발계획, 확장성 있는 무기체계 개발 비전 등을 우리 군과 당국이 가져야 한다. 그래야 업체들이 불필요한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ir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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