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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PF의 몰락' 부산 퀸덤아파트, 국민은행-HUG 소송전으로 비화한 사연

시행사·시공사 13년 전 파산…국민은행, 보증사 HUG에 "220억 내놔" 재판부 "허위 계약 빼고 188억 환불"

2024.04.15(Mon) 13:47:03

[비즈한국] 2005년 부산에서 5000억 원의 주택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계약이 성사됐다. 당시로서는 건설 업계 사상 최대 규모 PF로 불리며 유명세를 탄 부산 명지오션시티의 ‘퀸덤 단지’ 이야기다. 퀸덤 단지는 국내 최초 ‘영어 공용’에다 호텔급 아파트로 주목 받았지만, 시행사·시공사의 파산과 횡령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남겼다. 첫 분양 이후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아파트를 둘러싼 국민은행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소송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견건설사 영조주택은 2005년 영어 공용화, 호텔식 서비스 등을 내세운 최고급 아파트 퀸덤 단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자금난으로 파산했다. 사진=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초호화 영어 아파트 만든다더니 파산


KB국민은행과 HUG가 퀸덤아파트의 중도금 대출과 관련해 200억 원대 환불금 청구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2023년 11월 1심에서 원고인 국민은행이 일부 승소했으나 피고인 HUG가 불복해 항소에 나섰다. 

 

퀸덤 단지는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의 PF로 꼽힌다. 시공사​ 영조주택​은 ​2005년 11월 ​대주단과 5000억 원의 PF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국민은행은 PF 대주단 대표이자 퀸덤 2차 분양 계약의 중도금 대출을 취급했다. 당시 대한주택보증(현 HUG​)은 시행사인 대한리츠와 주택분양보증 계약을 맺었다.

 

퀸덤 단지 조성은 3차까지 계획됐지만 2010년 11월 자금난에 놓인 대한리츠의 사업 포기로 2차조차 끝내지 못했다. 이듬해 대한리츠와 영조주택은 결국 파산했다. HUG는 사업 포기를 보증 사고로 처리하고, 2011년 2월 수분양자의 동의를 받아 보증이행 방법을 ‘분양이행’으로 결정했다. HUG는 새로운 시공사를 대우조선해양건설로 선정하고 승계 시공해 2012년 6월 퀸덤 2차 준공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대한리츠는 입주자를 모집하면서 중도금 이자를 대납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수분양자가 분양 대금의 일부를 지정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으면 입주 지정일 전날까지 대출금 이자를 대신 내주는 식이다. 하지만 대한리츠는 이자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 HUG가 사업을 이어받은 뒤 시행사가 약속한 중도금 이자는 수분양자 부담으로 남았다.

 

분양 대금 일부(중도금)를 국민은행에서 빌린 ​퀸덤 2차 수분양자 ​56명의 대출금 총합은 약 220억 원에 달했다. 공사 승계로 입주가 3년간 지연돼 이자 부담이 커지자, HUG는 수분양자의 이자 부담을 연기해주는 합의에 나섰다.

 

2011년 12월 말 HUG와 중도금 대출 은행(국민은행), 수분양자(채무자)들은 ‘수분양자를 대신해 HUG가 은행에 중도금 대출 이자를 지급하되, 수분양자가 입주 기간 만료일까지 HUG에 이자를 상환하지 않으면 은행이 대신 변제한다’는 내용의 협의를 맺었다. 한 달 후(2012년 1월) HUG는 이자 대납에 동의한 수분양자에게 ‘미입주 등으로 분양계약을 해제하면 대납이자 원리금, 위약금 등을 제외하고 환불금 전액을 은행에 양도 지급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았다.

 

더불어 중도금 대출 은행과는 ‘수분양자 미입주로 분양계약을 해제하면, HUG가 받을 위약금 등을 제외하고 대납이자 원리금을 포함한 해제 환불금을 지급한다’는 ‘지급 확약서’를 작성했다. 은행의 대출 원리금 채권 회수를 보장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문제는 승계 시공으로 퀸덤 2차(현 엘크루 블루오션)가 완공되자 HUG가 2013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채무자에게 분양된 세대를 제삼자에게 매도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분양이행의 경우 기존 수분양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한다. 만약 수분양자가 허위계약자거나 미분양인 경우에는 제삼자에게 매도할 수 있다.

 

그러자 국민은행은 지급 확약서에 따라 수분양자들에게 대출한 중도금 약 220억 원을 HUG가 지급해야 한다며 2021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HUG가 제삼자에게 매도하면서 수분양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 상태가 됐으니, 국민은행이 수분양자 대신 분양계약을 해제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HUG는 수분양자가 시행사 대신 HUG에 대신 채무를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청구권(보증채무 이행청구권)의 소멸시효 ‘2년’이 지났으므로 환불금을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HUG는 소멸시효 기준을 수분양자들이 분양이행에 동의한 시점(2010년 12월~2011년 1월)으로 삼았다. 2년이 지나 보증채무 이행 기간도 끝났으니 이행불능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HUG는 ​또 ​국민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은 수분양자 56명 중 23명이 시행사가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하도급 업체를 동원한 ‘허위’ 계약자라서 정상 계약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HUG의 반박에도 1심 법원인 서울남부지법은 국민은행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보증채무 이행청구권의 소멸시효를 다르게 봤다. 상법을 근거로 삼은 것은 같지만, HUG는 ‘보험료’ 청구권처럼 2년으로 본 반면 법원은 ‘상행위’ 채권과 같은 5년으로 판단했다. 

 

다만 HUG가 허위 계약자라고 주장한 이들 중 7명은 실제로 허위로 계약했다고 보고, 국민은행에 중도금 대출 220억 원 중 188억 원을 환불하라고 판시했다. HUG는 지난해 12월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이달부터 2심 재판을 진행한다.

 

영조주택과 대한리츠는 퀸덤 단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400억 원을 들여 모델하우스를 만들고 배우 고현정을 모델로 세우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다. 사진=TVCF 캡처

 

#무리한 PF의 여파 20년째…

 

영조주택의 퀸덤 단지 사업은 무리한 PF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여기에 시행사와 시공사가 사기·횡령까지 저질러 수분양자의 피해가 컸다. 시행사는 윤호원 영조주택 회장이 대표로 있던 대한리츠였는데, 윤 회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중견 건설사를 세워 업계서 주목 받던 인물이었다.

 

영조주택은 퀸덤 단지를 홍보할 때 ‘3대 테마 7대 특화’를 강조했다. 3대 테마란 △영어마을 △호텔식 서비스 △커뮤니티 네트워킹, 7대 특화는 유비쿼터스·유기농 먹거리·산책로·AV 룸 등의 옵션이었다. 영조주택은 “단지 내 상가에 외국인 직원을 두고 영어 공용화를 추진하겠다”라며 모델하우스에만 400억 원을 쓰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영어마을도 최고급 옵션도 사라졌다. 퀸덤 2차 분양가는 평(3.3㎡)당 2000만 원까지 치솟아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는데, 이는 저조한 분양 실적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영조주택은 대출을 일부 진행한 PF를 연장하려고 했지만 거절당하면서 자금난을 맞았다.

 

그러자 대한리츠와 영조주택은 2010년 초 ‘전세형 아파트 분양 매매’라는 독특한 수법으로 입주자를 모았다. 입주자가 임차보증금을 내면 전세권을 가등기하고 2년 후 소유권을 주거나 전세금을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문제는 이때 신탁사가 받아야 할 전세금을 대한리츠가 받았다는 점이다. 별도의 계좌로 뱓은 전세금은 공사대금 등에 쓰였고, 윤 회장과 일당은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받았다.

 

결국 2011년 영조주택과 대한리츠는 부도를 내고 파산했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모두 부도나면서 피해는 분양 계약자에게 돌아갔다. 일련의 사태 속에 별도 계좌로 입금한 계약자들은 시공사 채권단인 은행에 아파트를 가압류당했고, 일부는 전세금을 내고도 입주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HUG 주도로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퀸덤 2차의 시공을 승계했지만, ‘3대 테마 7대 특화’ 사업은 무산됐다.

 

분양 피해자들은 10년이 넘게 서울과 부산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이들은 HUG의 승계시공에 문제가 있으며, 무산된 3대 테마 7대 특화 사업을 보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HUG 측은 “해당 사업은 시행사가 내건 조건으로 분양 보증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약관에서 보증하는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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