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최대 규모 핸드메이드 온라인 플랫폼 ‘아이디어스’가 오는 6월부터 수수료 정책을 개편한다고 밝히면서 판매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배송비 무료 정책을 내세우면서 배송비를 전액 판매자 부담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디어스는 배송비를 포함한 판매가를 다른 플랫폼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것을 위반 사항으로 공지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무료배송 정책에 판매자 부담 가중
아이디어스는 최근 판매자 대상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무료배송 정책을 도입했다. 아이디어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 구매 시 모든 상품에 배송비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아이디어스는 판매자에게 무료배송 정책을 공지하면서 ‘무료배송 작품의 매출이 유료 배송 작품보다 4배 높다’라며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무료배송 공지를 접한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디어스 측이 전면 무료배송 정책을 도입하면서 배송비를 모두 판매자가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품가격 1만 원에 배송비가 3000원이었다면, 판매가격 1만 3000원에 무료배송으로 바뀌는 것이다.
판매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달라진 무료배송 서비스가 플랫폼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배송비를 작품 가격에 포함할 경우 판매가가 높아지게 되고, 이에 따라 아이디어스가 챙기는 수수료도 높아져 이득을 본다는 주장이다.
모든 상품을 무료배송하라는 요구는 특히 저단가 작품 판매자 사이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단가가 낮은 제품에 배송비가 포함된다면 값이 올라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 엽서나 캔들, 키링 같은 가벼운 작품은 1500원, 2000원, 3000원 등 단가가 낮다. 이 가격에 배송비를 포함한다면 소비자는 구매가 꺼려질 수밖에 없다.
7년간 아이디어스에서 작품을 판매해온 A 씨는 “저단가 작품은 최소 구매 수량이나 최소 구매 가격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객센터에 문의했으나 ‘답변이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 작품 판매자들도 부담이 커진 것은 마찬가지. 판매자 B 씨는 “판매하는 상품이 모두 크기가 크고 무게도 2kg이 넘어 배송료가 높은 편인데 앞으로는 배송비를 모두 내가 부담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최저가에 멤버십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아이디어스의 ‘최저가 보장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저가 보장제는 경쟁업체에서 같은 작품을 판매할 때 아이디어스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스에서 1만 3000원에 배송비 무료로 책정한 상품을 타 플랫폼에서 1만 원에 배송비 3000원으로 책정한다면, 총 금액은 같지만 아이디어스의 작품가액이 더 비싸기 때문에 판매가 불가하다.
이에 대해 아이디어스 측은 최저가 보장제가 아니라 다른 플랫폼과 판매가를 동일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디어스 관계자는 “최저가 보장제를 실시한 적 없다. 타 플랫폼과 같은 가격으로만 올려달라고 공지한 것”이라며 “(아이디어스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0.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형 플랫폼에서 더 저렴하게 작품을 판매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디어스 특성상 판매자가 손으로 만들고 직접 판매하는 사람이 본인 한 사람뿐이기 때문에 타 플랫폼에서도 가격을 같게 설정하면 된다. 판매자 이탈 여지는 크게 보지 않지만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른 플랫폼과 판매가를 똑같이 책정한다고 해도, 아이디어스의 무료배송 정책에 따라 배송비를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최저가’일 수밖에 없다. 판매자들은 최저가에 무료배송 정책까지 더해지면 손해가 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른 고충도 늘었다. 기존에는 ‘일반’의 경우 판매수수료 22%, ‘멤버십’은 고정비용 5만 원에 판매수수료 15%였다. 개편된 체계에선 ‘일반’은 판매수수료가 15%로 감소한 반면 ‘멤버십’은 전과 동일하다. 그러나 멤버십을 유지해야만 소비자에게 잘 노출될 수 있다. 아이디어스 앱 상단에 뜨는 ‘오늘만 할인’, ‘월 할인’ 등 ‘전용 기획전 및 집중 노출’ 혜택은 멤버십 판매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판매자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멤버십을 유지해야 하는 구조다.
일부 판매자들은 ‘최저가 보장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입점 업체에 계약 해지 등 불이익을 주는 경우’, ‘무료배송에 따른 부담을 업체에 전가하기로 한 내용’ 등이 공정거래법상 거래상지위남용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여러 가지 거래 조건이나 경쟁 상황 등 세부적인 것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 상황으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신고가 들어온다면 정식으로 조사하겠다”고 전했다.
개편된 정책과 관련해 아이디어스 관계자는 “법률적인 문제를 지속해서 검토 중이다. 현재로선 문제가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무료배송과 관련해서 세부적인 개선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휴창 기자
hyu@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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