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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는 대박 나는데…" 웹툰 원작 게임은 왜 자꾸 실패할까

높은 기대감 부응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원작 IP 유명세 보다 게임성 확보가 우선

2024.02.22(Thu) 17:23:23

[비즈한국] 올해 게임사 신작들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웹툰과 웹소설이다. 그동안 웹툰 IP를 게임화하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두각을 나타낸 게임은 드물다. 지난해 출시된 넷마블의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정도가 초반 흥행을 기록하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성공 가능성은 불분명한데 원작을 가져오는 데엔 막대한 로열티가 투입된다. 게임사들이 원작이 있는 게임 출시에 거는 기대는 무엇일까.

 

게임 업계는 올해 웹툰과 웹소설 등 원작을 2차 활용한 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거북이북스, 네이버웹툰 제


#‘오래된’ 성공 경험, 흥행 웹툰서 보장된 세계관 찾는다

 

한국의 게임사에서 만화와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내 1세대 온라인 게임 부흥기를 이끈 넥슨 ‘바람의 나라’와 엔씨소프트 ‘리니지’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이다. 장수 게임 반열에 올라 있는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역시 원작 작가가 직접 게임 개발에 참여하면서 만화는 연재가 중단돼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국내 웹콘텐츠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콜라보’ 대상을 물색하던 게임사들의 관심은 웹툰과 웹소설로 향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플랫폼의 해외 진출로 글로벌까지 뻗어나간 한국의 웹툰과 웹소설의 인지도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국내 게임 IP의 경우 리니지나 ‘던전 앤 파이터’ 등 일부 성공 사례를 빼고는 상대적으로 해외에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원작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팬들은 자연스럽게 게임의 잠재 이용자가 된다. 이 때문에 원작의 인기를 발판 삼아 마케팅도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다. 

 

최근 타 장르 원작 기반 신작 출시가 줄 잇는 근본적인 이유로는 무엇보다 뚜렷한 실적을 낼만한 게임사 자체 IP가 부족하다는 점이 꼽힌다. 이미 원작을 통해 구성된 세계관과 캐릭터를 이용하면 배경과 서사를 짜는 시간을 대폭 아낄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 매력이 검증된 스토리의 힘을 빌려 실패 확률을 낮추는 전략이다. 

 

이는 최근 실적 반등이 시급한 게임업계가 너나 할 것 없이 유명 IP와 손잡는 추세로 이어졌다. 흥행작 장기 부재 속에서 지적재산권 이용 시 원작에 지급해야 하는 비싼 수수료도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 주요 게임사 중 외부 IP 이용에 가장 적극적인 넷마블은 지난 한 해 동안 7265억 원을 타 IP에 썼다. 수수료의 특성상 비용이 지속적으로 새는 탓에 매 분기 지급 수수료가 전체 영업비용의 3분의 1 이상에 달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사 호황기 시절에는 독자적으로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현재는 크래프톤과 넥슨을 제외한 게임사들이 코너에 몰려 있다. 시간과 돈이 많이 소요되는 독자 IP 개발을 하기에는 충분한 여유 없이 급한 상황이다. 이용자 만족 등 업계 트렌드에 부합할지는 지켜볼 문제지만 도전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2019년 출시된 모바일게임 ‘달빛조각가’​. 사진=카카오게임즈 제공


#‘세계관 활용’ 이점 분명한데 왜 게임은 잘 안될까

 

하지만 지금까지 원작 서사를 빌려 신작을 선보인 다수의 게임사들이 고배를 마셨다. 영화나 OTT 드라마로 활발하게 활용되는 웹툰이 게임으로 만들어지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엑스엘게임즈의 모바일게임 ‘달빛조각사’는 2019년 출시 당시 사전 예약에만 320만 명을 끌어 모으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장기 흥행에 실패했다. 게임 웹소설 장르의 원조 격인 동명의 원작은 2007년 출간 이후 국내 장르 문학계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 받고 있지만, 게임의 경쟁력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출시 초기 접속 장애를 비롯한 각종 오류로 이용자 이탈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라인스튜디오가 개발한 네이버웹툰 기반 모바일 캐주얼 게임 ‘라이브 퍼즐 배틀: 여신강림’, ‘고수: 절대지존’ 등도 부진한 모습이다. 

 

성공한 원작은 ‘양날의 검’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다. 출시 전과 서비스 초기 이용자 확보에는 분명 유리하지만 원작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기존 작품의 팬들을 기반으로 일반 게임 이용자들로 타깃을 넓혀야 하는 구조는 개발사에게 딜레마를 안긴다. 세계관 훼손을 거부하는 원작 팬들의 요구대로 단순히 그대로 게임에 옮기기만 한다면 게임성 자체를 놓치기 쉽다. 완결이 난 원작의 경우 등장인물이나 배경 설정에도 제약이 생기는데 서비스 운영이 장기화될 때 업데이트 요소가 줄어들면 게임의 매력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과 교수는 “원작 IP를 게임 제작에 활용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기존 콘텐츠를 그대로 재활용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 게임화 할 경우 강력한 IP의 성공 이력에만 기대지 말고 게임의 고유 강점인 상호작용 성격을 극대화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은 기본적으로 원작자와 협의를 거치고 재미를 위한 고유 스토리나 스페셜 모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이라며 “비용 문제를 고려해야 하지만 장기 흥행을 위해서는 매력적인 작품을 토대로 팬들이 충분히 즐길만한 작품을 내놓는 게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출시되는 넷마블의 아스달 연대기와 나혼자만 레벨업. 사진=넷마블 제공

 

‘애니 강국’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기반 게임이 승승장구하는 반면, 웹툰 종주국 한국에서는 콜라보 성과가 미미한 데에는 제작 체계의 차이도 있다. 위정현 교수는 “일본은 게임과 애니메이션 소비층이 많이 겹친다. 두 산업이 같이 커왔기 때문에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제작위원회’를 통한 제작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국내 원작 기반 게임은 대부분 각기 다른 기업에서 별개 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이용자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게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할 때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의 제작위원회를 꾸려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일찍이 구축돼 있다. 

 

지난해 선보인 신의 탑 흥행으로 가능성을 엿본 넷마블은 올해에도 원작 기반 신작 라인업에 공을 들였다. 첫 주자는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이다. 오는 3월 공개 베타 테스트가 진행되는 ‘나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두 번째로 나선다. 나혼자만 레벨업은 카카오페이지 웹소설로 시작해 웹툰으로 확장한 대작이다. 앞서 지난 1월 초 전 세계 동시 방영을 시작한 애니메이션 흥행에 따라 4월 전후로 론칭 시기를 계획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오션드라이브스튜디오는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소설 ‘검술명가 막내아들(가제)’를 활용한 헌팅 액션 RPG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인디게임 시상식에서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한 비주얼 노벨 게임 ‘러브인 로그인’을 공개했다. 이 게임은 노벨피아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다양한 채널로 확대하려는 웹툰 업체들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진 부분도 있다. 다만 게임 시장에서는 어떤 요소로도 흥행 보증은 장담하기 어렵다. 얼마나 정교하게 재창작 됐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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