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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물류단지 개발에 올인, '하림의 꿈'은 이루어질까

"공공기여 한계" 적정 개발이익 환수 어려워…하림 "원활히 진행" 서울시 "2월 내 고시 완료"

2024.02.14(Wed) 18:08:37

[비즈한국] 하림의 HMM(옛 현대상선) 인수가 진통 끝에 무산되면서 ‘글로벌 하림’의 미래는 이제 서울 양재 물류단지 사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8년 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를 4525억 원에 매입한 후 개발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양재IC 일대 혼잡과 특혜적 과잉 개발 논란을 우려하면서 수년간 공방을 벌였다. 갈등은 지난해 12월 말 서울시가 사업 진행을 조건부로 통과시키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인허가 절차가 순항한다면 국내 최초의 도시물류단지 개발 사업은 내년께 첫 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하림은 빠른 시일 내에 대중교통 접근성 향상을 위해 실현 가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아울러 800%에 달하는 이례적인 용적률 혜택에 상응하는 공공기여 규모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HMM 인수가 무산된 가운데 하림의 또 다른 숙원사업 양재 물류단지 개발에 관심이 쏠린다. 개발 사업이 진행될 서울 서초구 양재동 225번지 일대. 사진=강은경 기자

 

#서울 강남 ‘대규모 복합형 물류단지’ 꿈 이루나

 

7년간 지지부진했던 하림그룹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이 다시 동력을 얻은 건 지난해 12월 말이다. 개발 방향을 두고 하림과 대치해온 서울시가 돌연 사업을 조건부 통과시키며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하림이 2022년 11월 서울시에 계획안 승인을 신청한 지 1년 1개월 만에 열린 통합심의에서 나온 결정이다.  

 

대상지는 양재나들목(IC) 부근에 위치한 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 양재동 225번지 일대다. 경부고속도로 양재IC와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에 인접해 물류센터 조성에 유리한 입지로 꼽힌다. 하림그룹은 2016년 하림산업을 통해 이 땅을 4525억 원에 샀다.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이곳에 오랫동안 많은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였다. 과거 복합유통업무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다가 각종 비리 의혹으로 백지화된 ‘파이시티 프로젝트’도 이곳을 대상으로 했다. 

 


약 8만 6000㎡(2만 6000평) 규모의 단지에는 최대 800%의 용적률이 적용된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2022년까지 고수했던 ‘용적률 400%’ 기준의 두 배 수준으로 하림의 요구대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로써 최대 지상 58층, 지하 8층 규모의 복합단지가 조성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하림이 제출한 계획안에 따르면 지하엔 이름에 걸맞게 물류센터가 구축되지만, 지상부에는 공동주택(4개동) 998채, 오피스텔(2개동) 972채 등 주거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연구개발(R&D) 공간으로 쓸 오피스 1개동과 숙박시설 1개동 등도 세워지고 저층부에는 백화점, 영화관, 전시장, 컨벤션 등 판매·문화시설이 조성된다.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수요 검증 단계에서 면적 대비 6배 많은 수요자가 확인됐다. 계획대로 물류단지가 2029년에 준공되면 하림그룹은 천문학적인 수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하던 서울시, ’조건부’ 통과시킨 대가는?

 

사업비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6조 8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하림이 HMM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때 본입찰에 써낸 투자비 6조 4000억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두 사업을 병행할 경우 필요한 자금은 총 13조 원. 상황이 달라져 ‘자금난’ 우려에서 벗어났고 일반적인 개발 사업보다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재원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하림은 토지 가격과 펀드에서 조달하는 금액 등 자기자본 2조 3000억 원 외에 금융기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500억 원과 3조 8000억 원의 분양수입으로 사업비를 마련한다. 매입 후 4배 가까이 가격(감정평가액 2조 원)이 급등한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짓고, 주거 시설의 경우 분양 수익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하지만 서울시가 사업 진행을 조건부로 허락한 만큼 자금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접근성 향상 대책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부합하는 이행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후속 절차가 개시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크게 △신분당선(서울만남의광장역) 신설시 사업비 부담 △신양재IC 신설 등에 대한 교통개선 분담금 상향 △지상부 주차장에 램프 이외 카리프트 설치 등 접근 동선 향상을 위한 대책 등 세 가지 사항이다.

 

강남도시순환고속도로 출구와 인접한 이 부지 일대는 상습 교통 정체 지역으로 꼽힌다. 도심으로 오가는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오면 차량통행 폭증으로 교통 혼잡이 가중된다는 점이 서울시가 그동안 하림의 개발 계획을 반박하며 고수한 논리다. 2021년 서울시의회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에서 서울시 측은 “다른 대규모 사업과 비교해도 용적률 대비 공공기여 비율이 현저히 낮아 형평성과 특혜 논란이 제기된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배치되는 초고층·초고밀 개발을 요구하는데 양재IC 일대 극심한 혼잡과 특혜적 과잉개발 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당시는 하림이 사업 정상 추진을 요구하며 담당 공무원에게 소송을 제기해 압박하는 등 서울시와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사업 순항과 별개로 공공기여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정부와 국회가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한 이 부지가 지구단위계획이 아닌 물류시설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하림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 법은 대규모 물류 시설의 공공성을 인정해, 종상향 혜택을 받은 만큼 기부채납 등 공공기여로 환원해야 하는 일반적인 개발과 물류 단지 개발을 구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적률 400% 이하로 관리되는 인근 부지와 다르게 하림의 물류단지에 용적률 최대치가 적용되더라도 공공기여 비율 상한이 25%로 제한돼 적정 개발이익 환수가 어렵다.

 

서울 서초구 양재로 225 일대. 사진=강은경 기자


앞서 파이시티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만 2조 4000억 원이 투입되는 복합유통센터 개발계획으로 추진됐다. 양재동에 화물터미널을 조성한다는 것이었지만 대규모 점포와 업무시설을 들일 수 있도록 서울시가 길을 터주면서 특혜 논란이 있었다. 인허가 비리에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사업이 멈췄고 약 10년 후 하림이 이 부지를 사들였다. 매입 두 달 뒤 국토교통부는 이곳을 도시 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조건부 통과 사실을 발표하면서 1월 안에 하림으로부터 보완된 조치계획서를 받고 월말에 고시할 계획을 세웠다. 이후 서초구청에서 인·허가 절차를 거치는 일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하림이 조치계획서를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을 신설할 경우 가장 수혜를 보는 사업자에게 비용 부담을 지우는 취지다. 내용을 구체화하고 도면을 그리는 과정에서 조치계획서 접수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2월 말 고시를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 관계자는 “협의를 통해 보완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분담금 상향 등 추가 부담 관련) 자금 조달도 전혀 문제가 없다.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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