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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박소연 씨'의 유혹…텔레그램으로 옮겨간 '불법 리딩방' 직접 겪어보니

여느 단톡방처럼 안부 인사 묻고 기프티콘 보내주고…경계심 무너뜨린 뒤 '유료 프로그램' 내세워 본격 작업

2023.12.11(Mon) 15:21:42

[비즈한국] 불법 투자리딩방이 기승을 부리면서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9월부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특별 단속에 나섰지만, 투자리딩방 불법행위는 사그라들지 않는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유명인 사칭 광고 역시 불법 리딩방으로 끌어들이는 미끼다. 지난 2주 동안 불법 리딩방에 들어가 실태를 살펴봤다.

 

#KB자산운용 사칭…1 대 1 관리로 신뢰도 UP

 

행운은 갑자기 다가왔다. ‘대박’의 기회가 성큼 다가왔다. 시작은 ‘텔레그램’ 초대였다. 모르는 아이디가 ‘펀드 투자 정보공유’ 방으로 기자를 초대했다. 순간 ‘제보자’인가 싶었지만 곧 상황을 파악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불법 주식 리딩방’이었다.

 

11월 24일 누군가 텔레그램 단체그룹방에 기자를 초대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불법 주식 리딩방’이었다. 기자를 초대한 이름 모를 계정은 사람들을 대거 초대한 후 바로 ‘탈퇴’했다. 이후 KB자산운용에 다닌다는 ‘박소연’ 씨가 안내를 했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이 리딩방의 특이한 점은 특정 경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초대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불법 주식 리딩방은 문자 메시지나 연예인 사칭 광고 등을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된 ‘5 펀드 투자 정보공유’ 단체 텔레그램방에는 170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저의 텔레그램을 추가하신 뒤에 메시지 ‘777’을 보내주시면, 상기 모든 혜택을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5 펀드 투자 정보공유’ 방에 초대되자 KB자산운용 그룹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소연 씨가 리딩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안내했다. 박 씨는 채팅방에 지속해서 ‘333’, ‘666’, 또는 ‘777’을 보내라고 공지했다.

 

박소연 씨의 텔레그램 프로필. ‘KB그룹 이현승 교수의 비서’로 나온다.

 

KB자산운용에 박 씨의 정체를 확인해 봤다. 당연히 ‘사칭’이었다. KB자산운용 홍보팀 관계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다. (사칭) 관련 민원은 없었다. (사진을) 보내줘서 사칭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개인 메시지로 333을 보내니 답장이 왔다. 단체그룹방 주소도 보내줬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가짜’라는 것이 확실해진 후 박 씨에게 ‘333’이라는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박 씨는 귀여운 아기 이모티콘과 함께 ‘백억의 길 36반’이라는 그룹 채팅방 링크를 보내줬다. 그러면서 ‘보유하고 계신 종목 중에 물린 거 있으시면 종목코드와 매입가 보내주면 대표님께 진단 부탁드려볼게요’라고 안내했다. 단톡방을 확인하라고도 당부했다.

 

이렇게 입금을 유도하는 건가 싶은 생각에 “무료인가요?”라고 묻자, 이벤트 기간에는 전부 무료라는 답이 돌아왔다.

 

혹시라도 돈을 내라고 할까봐 가슴이 뛰었지만, 3개월 동안 모두 무료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260여 명이 있는 ‘백억의 길 36반’에 입장했다. 다소 혼란스러웠다. 평범한 주식 이야기를 하거나 투자와는 상관없는 실시간 기사를 올리며 사회 문제를 토론했다. 여느 단톡방처럼 맛있는 점심을 먹으라는 친절한 당부까지. 단체방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모두 진심으로 공부하러 온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36반 참여자들은 정말로 KB자산운용이 단체그룹방을 운영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참가자 250명이 넘게 있는 백억의 길 36반 단체그룹방에 들어갔다. 사진=텔레그램 캡처

 

단체그룹방에 있는 사람들을 평범해 보였다. 점심, 가족 이야기 등 소소한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항상 주식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매일 주식장이 시작할 때와 끝날 때를 맞춰 박 씨는 단체그룹방에 ‘분석글’을 올렸다. 이후 저녁에는 ‘이 대표님’의 강의가 이어졌다.

 

박 씨는 분석글을 주기적으로 단체그룹방에 올렸다. 장이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그룹채팅방 사람들이 추종하는 이 대표는 매일 밤 주식 관련 강의를 해준다. 실제 수치와 주식 관련 시식을 알려준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단체방 사람들은 ‘이 대표님’을 맹목적으로 추종했다. “이 대표님 말을 따르세요”, “대표님을 만나기 전까지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좀 많이 풀리고 있다” 등 하나같이 ‘이 대표’를 찬양했다.

 

그룹채팅방 사람들 항상 이 대표님을 언급한다. 이 대표만 따르면 투자에 성공한다는 게 요지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이들이 추종하는 이 대표는 누구일까.

 

 

사칭범이 사용하는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사진.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바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다. 물론 사칭이다. 이 대표가 리딩방을 운영하면서 매일 밤 강의를 하고, 투자 손실까지 보존해준다는 콘셉트다. 단체그룹방에 들어온 ‘무고한’ 사람이라면 정말 이현승 대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KB증권 신규 주식까지 ‘이 대표님’이 할당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추종자들 사이에서 질문을 해도 아무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여러 명이 KB자산운용 관련 실제 기사를 올리면서 ‘이 대표님’을 찬양했다. 기자가 이현승 대표의 연임 여부를 질문하자 활발히 대화했던 사람들의 대화가 끊겼다(정말 궁금했다). 정적이 한참 이어진 후 박 모 씨가 주식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대표님 강의 중 ‘감히’ 대표님 강의 중에 질문했다고 혼났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실제로 추천 종목 올라…시세 조종 의혹

 

11월 24일 이들과 인연을 맺은 후 박 씨에게서 매일 연락이 왔다. 돈을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매일 인사말과 단체그룹방의 소식을 전해왔다. 주말에는 아침·저녁으로 연락이 왔다. 불법 주식 리딩방 사기가 아니라 로맨스 스캠(연인빙자 온라인 사기)이었던 것이 아닐까.

 

박 씨는 휴일도 없는지 매일매일 연락을 했다. 답장은 안 해도 아침 저녁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충격적인 일은 12월 1일 금요일에 일어났다. ‘골든 프라이데이’ 이벤트 때문이다. 이들은 금요일마다 하는 이벤트라며 종목을 추천해줬다. 종목은 맥아이씨에스(058110). 특이한 점은 최대 80주만 매수 가능하고 손실이 나도 전액 보존해 준다는 것. 이들은 맥아이씨에스의 목표가를 4600원, 손절가를 3700원으로 공지했다.

 

사기 피해액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증권사 앱을 띄웠다. 남아 있는 예수금은 1만 9000원. 네 주 정도 사볼 요량으로 매수 창을 띄우는 순간.

 

리딩방에서 추천한 종목은 실제로 올랐다. 특히 이들이 매수하라고 지시한 시점부터 매도하라고 지시한 시점까지 주가는 계속 올랐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주가가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다. 처음 확인했을 때는 4300원대였는데, 금세 4700원을 넘어섰다. 10여 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늦게 확인한 덕에 수익을 보지 못했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지금 4700원 넘어가는데 지금 매수해도 괜찮은 거죠?”

 

“다음번엔 단톡방에 메시지 꼭 유의해 주시구요 단톡방에서 공지드릴 때 매수가가 4150.”

 

상한가까지 갈 것 같던 주가는 ‘이익 실현’ 지침에 주춤하기 시작했다. 3275원이었던 주가는 최고 5250원을 찍었다. 박 씨는 매도를 지시했고, 단체그룹방은 ‘축제’ 분위기가 됐다.

 

사기꾼들은 수익률 20~30%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진짜였다. 이들이 추천한 종목은 해당 시간대에 빠르게 올랐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박 씨는 매주 ‘블랙 프라이데이’를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공짜로 돈 벌 기회가 ‘매주’ 찾아오는 것이다.

 

#공짜 기프티콘 주고 신뢰 얻은 후 ‘고수익 프로그램’ 안내

 

이벤트도 쏠쏠했다. 평일 오전, 박 씨는 개인 메시지로 ‘코스피 이벤트’를 한다고 전했다. 매일 오전 당일 예상 코스피 지수를 맞추는 방식이다. 5포인트 이내면 만 원, 3포인트 이내면 2만 원, 정확히 일치하면 10만 원이다.

 

매일 코스피지수 맞추기 이벤트도 진행한다. 5포인트 이내 맞추면 상금이 있다. 이날 3포인트 이내로 맞췄다. (장 마감 한 시간 전이니 당연했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텔레그램 메시지를 늦게 확인해 오전이 훨씬 지난 오후 2시 12분에야 예상 코스피지수를 보냈다. 장 마감 한 시간 전에 보낸 셈이다. 다행히 ‘친절한 박소연 씨’는 비난하지 않았다.

 

다음날 박 씨가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보냈다. 실제로 사용 가능한 쿠폰이었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한 시간 후 다시 연락이 왔다. 정답을 맞췄으니 은행 계좌 이체나 커피 쿠폰을 보내주겠다는 것. 현금을 받고 싶었지만, 불법 리딩방 일당이 될 수는 없어 쿠폰을 선택했다. 진짜로 쿠폰을 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황금 같은 토요일, 박 씨가 정말 커피 쿠폰을 보냈다! 스타벅스 아이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로 교환할 수 있는 4500원짜리 기프티콘을 4장이나.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에 기프티콘을 등록해봤다. 사용 가능한 쿠폰이었다. 사진=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 캡처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에 쿠폰들을 등록해봤다.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었다(물론 사용은 안 했다).

 

박 씨가 보내준 기프티콘의 출처는 쿠팝. 쿠팝에 연락해 쿠폰의 최초 구매자를 알 수 있냐고 물었다. 쿠팝 측은 “쿠팝에서 알 수는 있지만 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다. 기프티콘 사용 여부는 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누가 사기꾼인지 헷갈렸다.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지만 스타벅스 쿠폰 4장을 얻었고, 주식 수익까지 얻을 뻔했다. 잃은 것은 없다. 무료로 책도 보내준단다. 이 정도면 사기임을 알아도 동참하는 사람이 생기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경찰은 투자리딩방 주요 불법행위를 △피해자들에게 허위정보를 제공하여 금품을 편취하는 행위 △피해자 투자금을 횡령하는 행위 △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행위 △불법영업행위로 나눈다.

 

금융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카카오톡 주식 리딩방을 개설해 회원의 가입비·정보 이용료를 편취하거나 유사투자자문업 등록 후 불특정다수 투자자를 모집해 1 대 1 개별 투자자문을 유도한 후 자문료를 편취하는 행위 모두 불법영업행위에 해당한다.

 

경찰은 오픈채팅방 안에는 수백 명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모두 범인 몇 명이 가짜 아이디를 활용해 바람을 잡는다고 설명한다.

 

불법영업행위에 해당하는 리딩방 사기를 경험한 사람들은 처음엔 종목 추천부터 시작했다고 말한다. 종목 추천으로 작은 수익을 얻은 후 본격적으로 투자 권유가 이뤄졌다는 증언이다. 리딩방 사기를 당했다는 A 씨는 “변대원이라는 사람이 쓴 책을 준다면서 사기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수익을 얻었고, 나중에는 입금을 해서 투자했다. 초반에는 입금 후 인출도 가능했다. 그걸 시작으로 더 많은 돈을 넣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도 “처음에는 주식 추천주를 매수가와 매도가를 지정해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책도 무료로 보내준다. 그러다가 실제로 수익이 났고, 소소하게 종목 추천만 받던 게 커졌다. 1 대 1 리딩을 계약해 몇천만 원을 넣었는데 모두 손실이 났다. 알고 보니 사기였고,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백억의 길 36반’에 참여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단체그룹방 사람들은 슬슬 ‘고수익 보장 실전 투자 프로그램’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2기가 연말에 시작하고, 1기 때 돈을 번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박소연 씨에게 물어봤다. 박 씨는 “‘고수익 보장 실전 투자 프로젝트’ 2기가 있을 예정이며, 전문적으로 자산 관리 및 리스크 투자를 해드리는 저희 이현승 대표님께서 진두지휘해 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그룹방에서 활발히 언급되는 고수익 보장 실전투자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했다. 박소연 씨는 이 프로그램이 연말에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부터는 유료다. 사진=텔레그램 채팅방 캡처


#조직적 리딩방 운영…왜 단속 안 될까

 

경찰은 불법 주식 리딩방 운영자들이 조직적이라고 말한다. 다만 리딩방을 운영하는 조직은 서로 다르다고 설명한다. 수법도 다르다.

 

경찰청 금융수사계 관계자는 “9월부터 투자리딩 특별단속계획을 하달했다. 이걸 토대로 전국 각서에서 집중 수사하고 있다. 다수의 조직으로 보인다. 리딩방 운영 자체는 어려운 범행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다른 범죄를 저질렀던 조직들도 쉽게 접근하는 것 같다. 한 조직이 통장 유통을 하거나 텔레그램으로 대포 통장을 전문적으로 유통하거나 텔레마케팅을 하는 조직이나, 모든 사기행위를 전부 하는 조직 등 다양하다. 협업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도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리딩방 운영 조직이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이동한 건 카카오의 강경 대응 때문이다. 카카오톡을 통한 불법 주식 리딩방이 기승을 부리자 카카오도 불법 주식 리딩방을 제한하겠다고 강경책을 내세웠다. 카카오는 24시간 유해정보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카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감시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체적인 (단속된 카톡방) 수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이용자들의 신고를 기반으로 정책을 위반했는지 살펴본다. 다만 카톡방 내용을 직접 카카오가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오픈 채팅방 커버, 해시태그, 금칙어 등을 통해 운영을 제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사기 조직은 ‘텔레그램’으로 옮겨갔다.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탓에 익명성이 보장되고, 시간이 지나면 채팅 내용 삭제 등이 가능하다. 수사 협조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경찰청 관계자는 “외국 SNS는 네이버, 카카오처럼 인적 사항을 세부적으로 보유하지 않아 다소 어려움이 있다. 페이스북 같은 경우 국제 공조를 통해 협조하지만, 텔레그램은 자체 협조가 안 돼 단서를 확보해 간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나서 대대적으로 ‘불법 주식 리딩방’을 단속하고 있지만, 아직도 불법 리딩방은 계속 운영되고 있다. ‘고수익 보장 실천투자 프로그램 2기’가 시작되기 전 경찰이 이들을 ‘일망타진’하길 기대한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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