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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활동 압박" 롯데백화점 직원 '적응장애'로 산재 판정 또 받았다

'업무상 질병' 인과성 인정…롯데백화점, 추후 대응 방침에 대해 무응답

2023.11.21(Tue) 10:08:14

[비즈한국] 노동조합 활동 중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잇달아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앞서 7월 근로복지공단이 노조 간부에게 발병한 적응장애를 산재로 판명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사측이 여러 방법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 점과 직원들의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초 본점 앞 천막 농성에 나선 노조 간부들의 자택에 경고성 내용증명을 보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롯데백화점 노조가 노조 활동 중 회사로부터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노조 직원에 대한 두 번째 산재 판정이 나왔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백화점 애비뉴엘에서 진행된 1인 시위. 사진=롯데백화점 노조 제공

 

20일 비즈한국 취재 결과 11월 13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 일반노조 롯데백화점지회 수석지회장 최영철 씨(55)가 낸 산재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여 적응장애로 업무상 질병 판정을 내렸다. 근로복지공단은 사측과의 갈등과 최 씨의 업무가 여러 차례 변경된 점에 주목했다.


#“기존 업무와 무관한 인사발령 반복” 업무상 질병 판정

 

최 씨는 1994년 입사해 서울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다 지난해부터 병가 휴직 중이다. 원래는 영업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다가 28년 만에 ‘VIP 바’로 발령됐다. 3년 전 노조활동을 시작한 최 씨는 기본금이 삭감될 수 있는 신연봉 체제, 성과주의 인사제도 파기, 동일 직급 장기체류자에 대한 과도한 불이익 철폐 등을 요구하며 2022년 1월부터 본점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요양급여신청서 처리결과 알림’ 공문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최 씨가 “고객응대 업무를 수행하여 스트레스에 노출됐다고 보이는 점, 2018년 이후 2년 6개월간 잦은 점 간, 부서 간 인사발령으로 비합리적인 직무 변경이 확인되는 점, 인사권·평가권의 정당성 여부와 별개로 실적 대비 낮은 성과 평가는 신청 상병을 유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 상황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신청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명시했다.

 

앞서 7월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지사가 노조 간부 이성훈 씨(52)에게 동일한 상명으로 업무상 질병 판정을 내린 지 약 4개월 만의 판단이다. 다만 근로복지공단은 함께 신청한 ‘불안장애’에 대해서는 ‘임상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적응장애로 인한 불안 증상’이라며 산재로 보지 않았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사진=연합뉴스


#첫 산재 판정 당시 사측은 재심청구 안 해, 이번 청구 여부는 무응답

 

롯데백화점은 근로복지공단에 “임금조정은 회사의 적법한 인사제도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며 검찰과 법원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했다거나 농성 등 노조 활동을 이유로 노조원을 압박했다는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사측은 “불이익 및 괴롭힘 사실이 전혀 없으며, 신청인 자택에 내용증명을 발송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 및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 직원이 산재를 신청한 지난해 3월은 노사 갈등이 극심했던 시기다. 2020년 11월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이 시행된 후 이듬해부터 인사고과 하위 등급 3회 누적 시 기본급은 3~10% 깎고,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소위 ‘업적기금’을 삭감하는 성과연봉제가 본격 시행됐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연초부터 지속된 본점 앞 천막농성에 공식적으로 ‘무대응’했는데, 이미 승인된 연차를 문제 삼거나 가족이 있는 집으로 경고성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일반적이지 않은 조치를 이어갔다. 특히 조직을 관리하는 기업문화팀 이름으로 발신한 내용증명은 연차 사용을 문제 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노동청 통보가 나온 직후의 대처라 논란이 확대됐다. 노조는 소수 노조로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를 받을 수 없어 농성기간에 개인 연차를 이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앞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노조 천막·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노조는 이 씨에 대한 산재 판정이 나온 후 서울 송파구 애비뉴엘 잠실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노조 측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며 ​“​시위를 중단하고 다음 달 중순까지 사측의 대응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산재 승인일부터 90일간 사측의 이의제기가 가능해 산재 승인이 번복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지난 판정 당시 사측은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았다. 비즈한국은 롯데백화점에 이번 판정 관련 입장과 대응 방안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주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기관은 아니지만 이번 판단으로 롯데백화점 노조의 활동에 힘이 실렸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두항 노무사는 “판정위원회는 산재 신청 직원들에 대해 불법성을 찾아보기 어렵거나 확정하기 어렵고, 업무상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질병이 발병했다면 산재 판단을 내린다”며 “심리적 압박으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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