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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개발 두고 동상이몽, 용산구 한강로 재개발 어디로 가나

일부 조합원 "절차상 문제" 12년 만에 구역지정해제 요청, 추진 원하는 조합원들과 갈등 불가피

2023.11.17(Fri) 17:12:50

[비즈한국] 민선 4기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 도입된 서울시 결합개발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초로 결합개발을 추진하던 용산구 한강로 도시환경정비구역에서 관할 구청에 구역지정 직권해제 동의서를 제출했다. 결합개발은 성격과 용도가 다른 두 지역을 묶어 정비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추진사례가 적고 진행도 더뎌 정비업계에서 다소 생소한 사업방식이다. 직권해제 동의서를 제출한 주민들은 선례 없이 처음 시도하는 사업인데도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부족해 조합 정관에 주요 표기가 누락되는 등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쟁기념관 옆 노후불량 주거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대신 용적률 혜택을 받게 돼 있던 이태원로 남측은 정상 추진을 위해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첫 결합개발 사업지인 한강로 도시환경정비구역에서 관할 지자체에 구역지정 직권해제를 요청하며 사업 중단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강로 구역 내 전쟁기념관 앞 노후주택가(위)와 이태원로 남측 먹자골목. 사진=강은경


#“이익 배분 근거 없이 공원 조성” 한강로 결합개발 철회 요청

 

최근 서울시와 용산구청에 용산구 한강로 도시환경정비구역의 구역지정 해제 요청서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와 용산구청,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한강로 구역 일부 조합원이 용산구청에 구역지정 직권해제를 요청함에 따라 현재 용산구가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다. 2011년 8월 한강로 도시환경정비구역지정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지 12년 만이다.

 

구역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은 결합개발로 묶인 두 지역 중 전쟁기념관 인근 주택가 소유주들로 확인됐다. 결합개발은 사업성, 경관보호 등 각종 제약이 있는 2개 부지를 연계해 개발한다. 역사문화적으로 보존이 필요한 구릉지는 저밀도로 개발하는 대신 줄어든 용적률은 역세권에 이전해 고밀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식이다. 개발이익은 추후 두 지역이 나눠 갖는다. 한강로 구역의 경우 남산 조망권 확보가 걸림돌이었던 전쟁기념관 앞 노후주택가와 삼각지역 사거리 이태원로 남측(한강로1가 158 일대)이 결합됐다. 전쟁기념관 인근은 공원과 보훈처 이전부지로 활용되고, 길 건너 ‘대구탕골목’이 있던 위치에는 주상복합 3개 동, 근린생활시설 2개 동이 들어서는 계획이다.

지난 6일 용산구에 제출된 ‘전쟁기념관 전면부 구역지정 해제 동의서’ 접수증. 사진=한강로 구역 조합원 제공


전쟁기념관 인근 부지 조합원들은 지난 6일과 8일 용산구청, 서울시에 각각 ‘전쟁기념관 전면부 구역지정 해제 동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동의한 전면부 주민 수는 98명으로 전면부 기준 주민동의율 70.5%다. 구역 내 정부기관이나 해외 거주로 연락이 닿지 않는 소유자를 제외하면 총 78.4%가 이태원로 남측과의 결합개발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는 한강로 구역 전체 토지등소유자 268명의 36.5%에 해당한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구역의 지정권자는 정비구역이 지정·고시된 날부터 10년 이상 지나고 추진 상황을 보아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될 경우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 이때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이 해제에 동의해야 한다.​

  

#표기 누락으로 사업 전체 ‘휘청’, 결합 찢어질까

 

서울시와 용산구는 해제 요청 내용을 인지하고 주민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파악된다. 용산구는 14일 “구역 해제 관련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주일 뒤인 11월 21일까지 민원 처리기간을 연장했다.​

 

​2011년 구역지정 당시 사업 전후 예상도(와) 배치도. 주상복합 등 건물은 이태원로 남측에, 녹지는 전쟁기념관 전면부에 조성된다. 사진=서울시​


주민들은 정관 등에 결합개발 표기가 누락된 결과 절차상 문제가 발생하고 재산상의 불이익이 예상된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전쟁기념관 전면부 주민 A 씨는 “추후 두 지역이 개발이익을 나누는 단계에서 기준으로 삼을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서울시는 이태원로 남측에 적용되는 용적률 450%를 권리가액에 비례해 배분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업시행 인가 후 종전 평가를 시행할 때가 되면 정확한 근거 조항 없이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배분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로 구역은 조합설립 인가 당시 ‘결합개발’이 명시되지 않아 혼선을 빚던 곳이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해제 요청서에는 “처음부터 결합이 아닌 통합으로 입안, 조합설립 인가 신청을 했고 구청이 인가했다. 절차적으로 큰 문제가 있었다. 전쟁기념관 전면부의 공공기여도가 매우 큰 데도 결합개발에 따른 용적률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신청 취지가 담겼다.

결합개발은 용적률과 이익을 교환하는 게 핵심이다. 용도지역도 다르고 맞붙어 있지도 않은 두 지역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각자 얻는 혜택이 확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범사업지 격으로 함께 스타트를 끊었던 성북2구역-신월곡1구역의 경우 한강로 구역처럼 표기 누락 문제를 겪지 않았다. 서울시와 성북구가 2011년 결합개발 전제로 성북2구역을 지정했고 양 구역은 ‘결합개발 협약서’도 작성했다. 이익 배분의 기준이 될 서울시 조례 내용 역시 조합 정관에 담았다. 결합개발이 두 지역을 합쳐 정비하는 방식인 만큼 조합 자체 규범이 되는 정관 등 공식 문서에 정확히 명시해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정비업계의 평가다.

 

삼각지역 일대는 역세권 활성화 사업 등으로 고밀복합 개발이 추진 중이다. 사진=강은경 기자


#12년간 정상 진행 두 곳뿐, 가이드라인 ‘미비’ 지적


삼각지 역세권 개발이 좌초되면 서울시에서 결합개발이 정상 추진되는 사업지는 성북2구역-신월곡1구역과 이문 뉴타운 정도다. 첫 결합개발 시도인 만큼 관할 지자체의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요구됐지만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그동안 별도의 행정지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설립 총회는 조합원들이 진행하는 절차로 지자체 가이드라인이 있더라도 법적 의무사항이 없어 (최종적으로는) 주민이 판단한다”며 “조례에 제시된 내용은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에는 주민들조차 결합인지 통합인지 혼란을 겪으며 구청에 민원을 내고 결합개발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구역지정 해제 다음으로 묶인 두 구역을 ‘분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식당가 상권이 발달한 이태원로 남측에서도 개발에 회의적인 상가 소유주들이 있어​ 전체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 정비계획변경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요청에 대한 용산구 판단에 따라 이 일대 결합개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로 남측 소유주 중심으로 구성된 한강로 구역 조합 역시 ‘구역지정 해제는 불가’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여 갈등은 확대될 전망이다. 조합 측은 “최근 구청에 입장문을 제출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역지정 해제 동의서가 제출된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며 “직권해제 절차상 관할 자치구에서 구청장이 결정하고 요청을 할 경우 시에 정식으로 입안이 된다”고 설명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해제 가능성이나 대안 등에 대한 질의에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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