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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증명] 명품 리폼과 업사이클링이 왜 상표권 침해일까

본래 상품 동일성 침해 및 재판매 여부가 관건…대법원 최종 판결 지켜봐야

2023.11.16(Thu) 11:20:21

[비즈한국] 최근 만화가 기안84(본명 김희민)가 명품 신발이나 가방을 리폼해 사용하거나 배우 채정안이 오래된 가방을 리폼업자를 통해 재탄생시켜 사용하는 영상이 공중파와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됐다. 리폼이나 업사이클링은 사용중이던 명품 가방이나 의류 등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하거나 가방을 지갑으로, 명품 로고 장식물을 귀걸이나 목걸이 등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친환경 소비 일환으로 널리 주목받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쇼핑몰에 입점한 루이뷔통 매장 모습으로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박정훈 기자

 

그런데 이런 리폼이나 업사이클링 제품이 상표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리폼이나 업사이클링 제품이 상표나 로고 등은 그대로 표시하면서 제품 외형을 전혀 다른 형태로 변형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동일성을 해하거나 제품의 품질과 형상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 이슈가 발생한다. 최근 루이뷔통 가방을 잘라 지갑으로 리폼해 준 업자에게 15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리폼이나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상표권 침해 논란이 더욱 가중됐다. 

 

리폼이나 업사이클링의 상표 침해 여부 관련해 참조할 만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일명 ‘후지필름’ 사건으로 후지필름과 무관한 제3자가 판매되고 사용돼 버려진 1회용 카메라의 빈용기를 수집해 다시 필름을 장전하고 재판매한 경우 상표권 침해인지가 문제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버려진 빈용기를 수집해 필름을 재장전하고 재판매한 행위를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으로 봤다.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은 실질적인 생산행위와 마찬가지인 바, 이 경우에 상표권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시했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여기서 상표권 침해 판단의 근거가 된 2가지 주요한 요소는 △본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이 있었는지와 △재판매했는지 여부다. 두 요소 중 하나라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구입한 명품을 리폼이나 업사이클링 없이 그대로 중고나라 등을 통해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문제되지 않는다. 개인이 명품을 구입한 다음 리폼이나 업사이클링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리폼이나 업사이클링 된 제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상표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 

 

지식재산권에는 권리 소진 원칙이 있다. 권리자에 의해 적법하게 유통된 제품의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한 상표권이나 특허권 등은 소진돼 권리자라도 해당권리를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해당 상표권이나 특허권 등은 제품의 가격에 반영돼 있고, 따라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 시 해당 권리에 대한 로열티 등을 포함해 지불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후 권리자라도 더 이상 해당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적법하게 유통된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해당 제품에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수선이나 가공이 있고, 이것이 동일 상표나 로고가 부착된 채 다시 유통시장에 나와 재판매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거래 시장에서 상품 품질의 동일성이 깨질 수 있고, 상표와 상품간의 견련성(법률로 규율하는 특정한 행위와 이에 반드시 결부되는 행위가 서로 얽히어 관계를 가지게 되는 성질)이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상표 침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루이뷔통 가방을 지갑으로 리폼한 사건으로 돌아가보자.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직접 가방을 지갑으로 리폼을 하고, 리폼한 지갑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리폼업자가 고객의 요청에 의해 루이뷔통 가방을 지갑으로 리폼한 경우에 해당돼 문제이다.

 

의뢰인이 제공한 가방을 주원료로 사용하긴 했지만 리폼업자는 가방을 지갑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경우 리폼업자에 의해 제조된 지갑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이는 직물을 제공하면서 옷을 제조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와 유사하게 볼 수 있다. 이때 옷 제조를 요청한 의뢰인에게 제조된 옷의 소유권이 바로 귀속하는지 여부이다. 의뢰인에게 직물에 대한 소유권이 있었으므로 그로부터 제조된 옷의 소유권까지 그대로 귀속될 수 있을까? 지갑도 마찬가지이다. 가방이 지갑으로 바뀌었는데 재탄생한 지갑에 대한 소유권이 가방을 제공한 제공자에게 그대로 귀속되는 것일까?

 

소유권에 대한 변동이 없이 가방을 맡긴 사람에게 지갑에 대한 소유권도 그대로 유지가 된다고 본다면, 지갑을 상표법상 상품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 경우 지불한 대가는 단순 리폼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상표권 침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지갑에 대한 소유권이 지갑을 만든 리폼업자에게 있다면 지갑이 상표법상 상품으로 취급될 수 있고, 이 경우 의뢰인이 지불하는 비용은 리폼에 대한 대가이지만 ‘지갑을 구입하는 대가’​​로도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상표법상 상품에 해당되고 상표권 침해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리폼업자에 의해 가방이 지갑으로 변경되고, 이에 대해 의뢰인이 지불한 비용이 리폼 서비스에 대한 대가일지 제조된 지갑에 대한 대가일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리폼업체를 지갑을 생산하는 업체로 보고 상표권 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견이지만 이 루이뷔통 사건 판례를 모든 리폼사건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리폼의 정도에 따라 사건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정도의 리폼을 상품의 생산이나 유통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기준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정리해보면 명품 등을 구입해 리폼하고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리폼한 물건을 팔거나 유통할 경우 상표권 침해 이슈가 발생될 수 있다. 또한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폼업자의 경우라면 루이뷔통 사건이 현재 항소 중에 있는 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이 되기까지 일단 지켜보고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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