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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장애인은 참배 금지? 휠체어 배려 없는 서울현충원

경사로 미흡하고 셔틀버스에 휠체어 탑승 불가…현충원 "요청 시 설치하고 있다"

2023.11.09(Thu) 16:46:35

[비즈한국] 2020년 10월 정의당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배복주 부대표가 국립서울현충원 계단 아래서 참배하는 일이 있었다.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배 부대표의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이 찍힌 사진이 주목을 받으면서 현충원은 이듬해 초 마무리 예정이었던 경사로 설치 사업을 앞당겨 끝냈다. 3년이 흐른 지금 경사로를 비롯해 보행로, 셔틀버스 등을 중심으로 현충원이 휠체어를 탄 이들을 배려하는 공간으로 변화했는지 살펴봤다.

 

무후선열제단은 경사로 없이 계단으로만 올라갈 수 있어 휠체어 이용객은 참배가 어렵다. 사진=김초영 기자

 

#경사로 위치 제각각에 안내표지도 없어

 

서울시 동작구 동작동에 위치한 국립서울현충원은 부지가 넓고 경사가 급해 방문객 사이에서 오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체 면적이 143㎡에 이르는 데다 주요 묘역과 시설이 언덕 위에 있다 보니 방문객은 개인 차량을 가져오거나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에 탑승한 경우 이동은 더 어려워진다. 휠체어를 탄 이들은 대개 충혼당 인근까지 차를 타고 올라왔다 다시 차로 내려가고는 한다. 8일 방문한 현충원은 휠체어 이용객을 포함해 노약자가 돌아다니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 여럿 발견됐다.

 

현충탑 지하에 위치한 위패봉안관을 가는 길에는 계단만 있다. 휠체어에 탑승한 경우 다시 밖으로 나와 옆문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진=김초영 기자

 

가장 눈에 띈 점은 경사로다. 경사로의 위치가 제각각인 데다 안내판이 없어 경사로를 찾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현충탑 내부에는 위패봉안관이 자리하고 있어 보통 현충탑 참배 후 위패봉안관을 찾는다. 그러나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계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휠체어에 탄 경우 다시 밖으로 나와 돌아가야 했다. 입구로부터 꽤 먼 데다 방향도 다르기에 초입에 안내가 있다면 휠체어 이용객이 덜 불편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정희 대통령 묘소 경사로. 별도의 안내표지가 없다 보니 어떤 길인지 알기 어려웠다. 사진=김초영 기자

 

대통령 묘역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묘소는 경사로가 왼편에 있는데, 수풀 안에 있어 경사로임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이렇다 보니 묘소에 도착하기까지 길이 맞는지 의심하며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김영삼 대통령 묘소의 경우 계단 왼편에 아스팔트길이 있는데, 볼라드가 세워진 것 외에 차도와 다르지 않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임을 알기 쉽지 않았다.

 

김영삼 대통령 묘소로 가는 길. 경사로 표지도 없는 데다 차도와 다르지 않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임을 알기 어려웠다. 사진=김초영 기자

 

구역별 묘역은 주로 경사로가 옆에 나 있었다. 그러나 묘역 하나하나 면적이 크다 보니 애초에 경사로가 있는 쪽으로 가지 않았다면, 다시 경사로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주요 현충 시설 가운데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았는데, 경찰충혼탑, 무후선열제단 충열대 등이 해당됐다. 임시정부요인묘역과 임시정부요인기념비 역시 계단만 있었다. 특히 임시정부요인묘역은 큰길로부터 계단을 열 개씩 세 번 올라야 참배가 가능했다. 휠체어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인도 없어 주차공간으로 다녀야…셔틀버스는 타지도 못해

 

인도가 드문드문 나 있는 점도 문제였다. 수동·전동 휠체어 모두 인도로 다녀야 하지만, 인도가 없는 구간에서는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여 다녔다. 차량을 피하기 위해 보행자들은 비어 있는 주차 공간으로 다니고는 했다. 공사 중인 경우는 더 심각했는데, 박정희 대통령 묘역 인근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탓에 이동 중인 보행자들 옆으로 차량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이밖에 인도가 있더라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모서리 부분이 완만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박정희 대통령 묘역 인근.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보행자들이 주차 공간으로 다니고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현충원을 순환하는 셔틀버스는 아예 휠체어의 탑승이 어려웠다. 현충원은 앞서 현충일에만 셔틀버스를 운행하다가 현재는 주중과 토요일에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입구 인근 종합민원실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독립유공자묘역, 충혼당, 대통령 묘역 등을 지나 다시 정문으로 돌아온다. 셔틀버스는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저상버스가 아니었다. 계단이 있는 데다 휠체어를 실을 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20명 안팎이 탑승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버스기사는 휠체어가 탑승 가능한지 묻자 “어렵다”고 답변했다.

 

순환 셔틀버스 내부. 계단이 있는 데다 공간이 협소해 휠체어 이용객의 탑승이 어렵다. 사진=김초영 기자

 

현충원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방문객을 위한 휠체어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종합민원실 6대, 충혼당 5대 남짓으로, 장부 작성 후 신분증을 맡겨 놓고 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용객은 빌렸던 곳에서 다시 반납해야 했다. 현충원의 면적이 워낙 큰 데다 경사가 가파르다 보니 휠체어 이용객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내부 순환 셔틀버스도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하니, 가까운 곳만 움직일 예정이 아니라면 굳이 빌려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현충원은 최근까지도 보도블록 설치 등 이동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이다. 현충원 관계자는 “올해 초 정문 분수대 뒤편에 보행자가 다니기 위험하니 보도블록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있어 공사를 완료했다. 중순 즈음에는 45번 묘역과 55번 묘역 두 군데에 경사로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돼 새로 만들었다. 민원이 들어오면 대부분 설치까지 되는 편이다. 최근까지도 경사로 설치가 많이 진행됐었다”고 말했다.

 

다만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거나 장기 계획으로 보도블록 혹은 경사로를 보완하지는 않았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완료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요청이 들어 오면 실사 후 공사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묘역 간 도로 같은 경우에는 폭이 너무 좁다 보니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편이다”라고 전했다. 또 휠체어 이용객 방문 시 별도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없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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