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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벤치마킹 '한국형 탈피오트'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성공하려면…

현행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와 유사·중복 부분 해결해야…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

2023.09.06(Wed) 17:06:51

[비즈한국] 한국형 ‘탈피오트(Talpiot)’인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에 대응할 과학·기술군을 양성하고 인구절벽 문제로 징집 가능한 청년이 줄어드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입법 취지에 공감하지만 이미 탈피오트를 벤치마킹했던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와 차별성이 없다며 제도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지난 5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등이 참석해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설립’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전현건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 여야 의원 20명과 공동발의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엘리트 육성을 위한 군 복무 프로그램 ‘탈피오트’를 벤치마킹해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를 설치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7월 과학기술전문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하는 법안을 여야 의원 20명과 공동으로 발의했다.​ 김 의장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 우리는 병력자원마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설립은 국가안보를 지키고, 대한민국의 창업 부흥을 이끌 핵심적인 국가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면서 국군의 상비 병력이 2017년 60만 명에서 2022년 48만 명으로 5년 새 10만 명 이상 줄었다. 반면 북한의 비대칭 무기는 날이 갈수록 고도화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군의 현대화와 전력 증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한국형 ‘탈피오트’를 입법화했다는 것이 김 의장의 설명이다. 

‘​탈피오트’는 ​히브리어로 ‘견고한 산성 또는 높은 포탑’이라는 뜻으로, 우수 인재가 군 복무 기간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전문장교 육성 프로그램이다. 고졸 이공계 영재 50명을 뽑아 히브리대에서 3년간 부대 훈련과 대학 교육을 받게 한 후 중위로 임관시킨다. 생도는 임관 후 2년은 야전 부대에서 복무하고 이후 4년은 이스라엘 군 연구소나 방산 업체에서 신무기 연구개발(R&D)에 참여한다.

탈피오트 프로그램은 현재 이스라엘 우수 고등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엄격한 선발제도를 통해 20대 초반의 영재를 선발해 우수한 교육과 특혜를 제공한다. 졸업생들은 주요 기업과 벤처기업의 대표로 활동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를 견인하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 주요 벤처기업가의 80%가 탈피오트 출신이고,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만 100여 개에 이른다.

김 의장은 이를 참고해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전국 고졸 영재 30명을 생도로 선발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부 4년간 국방 연구·개발(R&D)과 관련한 과학·기술 교육을 집중적으로 이수하게 한다. 이들은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해 12주간 기초 군사 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한 뒤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국방 관련 연구기관에 배치돼 4년간 의무 복무한다. 졸업생은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와 카이스트 공동 명의의 학위를 받게 되며, 희망하는 사람은 가산 복무를 전제로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다. 복무를 마친 장교들이 기술벤처·스타트업을 창업할 경우 정부 지원도 받을 예정이다.

과학기술사관학교가 설치되더라도 운영 예산은 현재 시행하는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장은 “예산이 많이 투입될 필요가 없다. 카이스트에서 교육하니까 교실도 별도로 지을 필요 없고, 군사훈련은 기존 사관학교나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받으면 되니까 건물을 신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와 큰 차별성 없어

문제는 이미 탈피오트를 벤치마킹했던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과기사관)와 이렇다 할 차별성이 없다는 점이다. 과기사관 제도는 ​지난 2014년 ​시행돼 약 10년 동안 졸업자 76명을 배출했지만 장기 군 복무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전역생 중 일부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산기업에 취업하거나 세계 우수 대학 석박사과정에 진학한 사례도 있​으나, 일각에선 과기사관이 대체복무의 일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배치되는 과기사관들이 국방연구개발에 적극 참여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또 야전부대에서 2년간 의무 복무하게 한 이스라엘의 탈피오트와 달리 우리나라 과기사관은 연구소 복무 경험만 있어 과기사관 수료 후 군에서의 수요가 낮은 상황이다.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과기사관제도 발전을 위해 석박사 통합트랙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복무자들은 복무 중 석박사 과정 이수 및 학위 취득을 강력히 희망한다”면서 “제도 보완과 개선을 통해 ​장기적으로 국방과학기술인력 양성을 ​확대하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과학기술 전문장교를 집중 육성하고 이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학사 과정의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와 관련 대학원을 각각 설치하는 내용을 이번 법안에 담았다.

또 전문가들은 기존 과기사관제도와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부분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며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은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졸업하고 장기복무를 선택하거나 국방 R&D 분야에서 취창업할수 있도록 전문적인 관리와 지원방안도 구체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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