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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백지화'라더니 은근슬쩍 진행? 양평고속도로 설계비 123억 책정 '위법' 논란

환경영향평가 완료 후 설계 진행하는데, 설명회 취소 후 멈춰…국토부 "기재부 심의 거쳤다" 기재부 '묵묵부답'

2023.09.07(Thu) 11:32:00

[비즈한국]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실시설계비로 123억 400만 원을 책정한 가운데,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 전 실시설계비를 요청한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3일 국토부는 예정됐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및 설명회 개최를 취소한 바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7월 6일 양평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백지화’를 선언한 후 사업 재개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취소했는데, 실시설계비 예산은 책정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7월 3일 국토부는 예정됐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및 설명회를 취소했다. 국토부는 취소 이유로 “노선 등 사업 계획의 추가 검토 필요, 추후 초안 공람 및 설명회 개최 재공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6일 원희룡 장관이 ‘​사업 백지화’를 선언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7월 3일 국토교통부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및 설명회를 취소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기간 내에 설명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현재는 설명회뿐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자체가 취소된 상황이기 때문에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가 끝나지 않은 셈이다. 

 

원래대로라면 환경영향평가가 종료된 후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하고, 이후 실시설계를 진행해야 한다. 국토부도 예산안 자료에 교통·환경영향평가 후 실시설계를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실시설계비가 책정됐다. 정부가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한 2024년 국토부 예산안에는 양평고속도로 실시설계비 123억 400만 원이 명시됐다. 국토부 재정담당관 관계자는 “이 예산안은 기재부 심의를 거친 후 국회에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기재부 심의를 거치고 실시설계비 요청을 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취소해놓고 그다음 단계인 실시설계비를 요청하는 건 위법하다.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아직까지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을 원안대로 갈지, 변경안(강상면 종점)으로 갈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실시설계비를 책정하면서 B/C(Benefit Cost Ratio·편익비용비)값 등 사업 정보를 예타안과 사업계획서 기준으로 제출했다.

 

국토부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양평고속도로의 연장은 27km, 사업비는 1조 7696억 원, 교통량은 2045년 3만 711대(일), B/C값은 0.82다. 국토부는 총연장은 사업계획서 기준, 사업비와 B/C 등은 예타 기준으로 모두 원안 노선을 기준으로 내용을 명시했다. 다만 NPV(순현재가치)와 IRR(내부수익률) 등은 공란으로 비워뒀다. 예타 기준 NPV는 -2173억 6000만 원이다.

 

이번 예산안에 책정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실시설계비 예산은 총 123억 400만 원이다. 국토부는 과업기간 20개월 중 11개월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국가재정법은 예산과 관련해 담당 부처가 단계별로 기재부와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행 법상 전략환경영향평가 완료 전 실시설계비 협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왜 심의를 통과시켰을까. 비즈한국은 기재부 담당 과장에 수차례 연락하고 메모도 전달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국토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토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제가 말씀드릴 사항은 아닌 거 같아 담당자가 직접 연락드리도록 했다”고 말했지만, 끝내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백지화 선언해놓고 해명 없이 사업진행?

 

원희룡 장관의 백지화 선언과 달리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아직 사업 재개 여부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월 6일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과 관련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다음 정부에서 하라며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관의 정치적 선언과 국토부의 행정이 따로 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용역사나 도로공사, 국토부 등 직원들은 전부 절차대로 할 수밖에 없다. 지금 논란이 되는 부분도 결국 공무원들이 하는 일이기에 절차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관의 백지화 선언대로라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전면 중단돼야 하지만, 예산 반영, 설계 등 행정은 그와 별개로 계속 진행될 거란 설명이다.

 

김우철 국토교통수석전문위원(더불어민주당)은 “원희룡 장관은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며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 했는데, 국토부는 2024년 예산에 실시설계비 123억 원을 요청하는 이중행태를 보였다. 국회에서 노선 변경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정부와 여당은 용역전문가들에게 물어보자고 했다. 123억 원이나 예산이 잡혀 있는데 어느 업체가 국토부와 척을 지려고 하겠는가. 국정조사와 외부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8월 30일 국회 교통위원회 결산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장관은 “지금 절차를 중단시켜 놨다. 용역사와 협의해서 최단 시간에 제출하겠다”며 변경안에 대한 B/C 분석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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