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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악재' CJ그룹, 엔터·미디어에 발목 잡히나

실적 악화에 공정위 부당 지원 조사까지…신용시장서 재무구조 모니터링 본격화

2023.09.06(Wed) 13:38:54

[비즈한국] 창사 이래 최고 실적과 최대 위기를 동시에 맞은 CJ그룹이 연이은 악재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당 자금 지원 의혹이 불거진 지주사와 CJ CGV 등 일부 계열사는 공정위 사정권에 들어갔고, CGV의 유상증자가 ‘꼼수’ 논란으로 번지자 현금 투입 규모를 늘려 주주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극장 사업 부진에 이어 드라마 부문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돈다. CJ ENM이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반기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다, 광고 시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연간 성적표 역시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이 재무구조 개선 성과 등을 살피며 모니터링에 나설 것으로 보여 향후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CJ그룹이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에 대한 공정위 조사 등 연이은 악재에 처했다. 서울 중구 CJ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계열사 살리려 ‘편법’ 빚보증 섰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일 CJ 계열사들이 서로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포착하고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벌여온 TRS(총수익스와프)​ 계약 실태 조사 과정에서 CJ 계열사들의 혐의점을 찾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참여연대가 CJ그룹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한 지 12일 만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은 이날 CJ지주회사, CJ CGV, CJ 푸드빌 등에 조사관 10여 명을 보내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CJ그룹이 TRS 계약을 계열사 살리기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TRS 계약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채권이나 주식 구입 대금을 미래에 정산해 주겠다고 약속하고 증권사가 중간에서 먼저 돈을 지급하는 방식의 금융상품이다. 부실 계열사가 발행한 사채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우량 계열사가 보상하는 식이다.

 

상품 자체는 합법이지만 특정 계열사 지원 목적이 있을 때는 부당한 자금 지원에 해당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될 수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이 개인 회사를 부당 지원할 때 이용한 방식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효성그룹은 이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과징금 30억 원 처분을 받았다.

 

CJ가 CJ푸드빌과 CJ건설(CJ대한통운에 합병)을 위해 맺은 500억 원의 TRS 계약과 CJ CGV가 시뮬라인(CJ 포디플렉스에 합병)을 위해 맺은 150억 원의 TRS 계약 등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사례로 꼽힌다. 참여연대 측은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수익률은 개선되지 않거나 미미한 결과만을 얻었다. 부당한 자금 지원이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CJ건설은 골프장 운영 손실 등으로 2010년부터 5년간 총 958억 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고 CJ푸드빌은 2008년부터 부분자본잠식이 지속된 후 해외법인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2014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부실기업이다. 2014년 부채 비율이 329%에 달했던 CGV 자회사 시뮬라인 역시 자력으로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서울 시내 CGV 극장을 찾은 관객들. 사진=박은숙 기자


#유상증자 기대하는 CGV, 적자에 빠진 ENM…신용사는 잠재위험에 주목

 

올 6월 기습적인 5000억 원대 대규모 유상증자 발표로 주가폭락 사태까지 간 CJ CGV 유상증자는 최근 구체적인 틀이 잡혔다. CJ CGV는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액을 5560원으로 확정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원래는 한 주당 7630원을 매겨 5700억 원을 조달하려 했으나 유증 계획 발표 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전체 조달 규모는 4153억 원으로 약 27% 줄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53억 원가량은 채무 상환에 사용된다.

 

최대주주인 CJ는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당초 600억 원 규모만 참여하려 했던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 규모를 1000억 원으로 늘렸다. 지주사가 현금을 최소한만 동원하고 대신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한다는 기존 계획이 일반 주주들의 빈축을 샀기 때문이다. 당시 극장 사업에 대주주조차 현금을 그다지 쓰지 않으려한다는 인상을 남기면서 주가 방어에도 실패했다. 특히 유상증자 규모가 시가총액을 웃돌 정도인 데다 3분의 2 규모가 모두 빚 탕감용으로 쓰일 계획이라 그 여파가 이례적으로 컸다.

 

다만 자본 확충으로 재무 구조가 개선되고 투자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J CGV는 올해 상반기 흑자 17억 원을 내는 수준에 그쳐 회복이 더디지만 이번 증자로 자본잠식 위기의 급한 불은 끌 것으로 보인다. 5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해 올해 1분기 912%까지 뛰었던 부채비율은 증자 이후 240%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서울 마포구 CJ ENM 본사. 사진=연합뉴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CJ그룹 주력 계열사인 CJ ENM은 적자 늪에 빠졌다. 2분기 연속 적자에 CJ CGV와 함께 차입 부담도 커지면서 그룹 전반의 자금 부족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CJ ENM은 2분기 영업손실 30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 시즌’의 적자와 함께 TV 광고, 티빙 부진 등을 실적 부진의 요인으로 짚었다.

 

창사 이래 최대 빅딜이었던 피프스 시즌 인수 부담과 수익성 저하 등의 영향으로 재무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이에 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의 등급 하향 요건을 일부 충족한 상황이다. 한 재무 관계자는 “CJ ENM은 순차입금이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 능력의 2.5배 이상인 수준으로 비중이 상당하다. 영업만으로 재무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 그룹 지배구조. 사진=한국기업평가


광고시장 위축, 미국 제작업계 파업 영향 등 국내외 상황도 악조건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식품 등 다른 계열사의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이 그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잠재 위험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분위기다. 한국기업평가는 그룹 실적의 방향성이 CJ CGV와 CJ ENM에 달렸다는 시각을 내놨다. 8월 말 공개한 ​CJ그룹 분석보고서에서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우호적인 경영환경 하에서 투자 이연이나 자산매각 등을 통한 투자재원 확보 가능성이 상존해 투자규모 및 재무부담 추이에 대해 중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CJ그룹은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5년 전 공정위가 CJ 포함 대기업 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이미 한 차례 관련 조사를 진행했던 만큼 이번 조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CJ 측은 CJ ENM 등 계열사 재무 상황과 관련해 “지주사 차원에서 재무 구조가 건전하고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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