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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시공간 전체의 떨림 '중력파 교향곡'을 감지하다

새로운 물리학의 증거로 추정되는 우주 배경 중력파의 이야기

2023.08.07(Mon) 11:49:34

[비즈한국] 1977년 지구를 떠난 보이저 탐사선은 지금도 태양계 바깥 성간 우주를 향해 끝없는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먼 미래 보이저를 발견하게 될지 모르는 외계 존재에게 보내는 편지를 레코드판에 함께 담아 보냈다. 가능한 오랫동안 녹슬지 않도록 황금으로 코팅했다.  

 

이 레코드판 뒷면에는 레코드판이 낯설지 모르는 외계인을 위해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다. 레코드판을 어떻게 틀어야 할지, 우리가 보낸 음악과 사진 편지를 어떻게 해야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나름의 설명서다. 그리고 왼쪽 아래 긴 직선으로 그려진 독특한 그림이 하나 있다. 이것은 보이저를 날려 보낸 지구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다. 그런데 사방으로 무한히 펼쳐진 우주 공간에서 어떻게 해야 지구의 위치를 정확히 지도로 나타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천문학자들은 바로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 펄사를 활용했다. 

 

보이저 골든 레코드 왼쪽 아래, 펄사를 활용해 지구의 위치를 표현한 지도가 있다. 사진=NASA

 

인류는 이 펄사를 통해 우주 시공간 전역에 스며들어 있는 중력파의 미미한 떨림을 새롭게 포착했다. 놀라운 건 이번에 관측된 중력파는 그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LIGO에서 검출한 중력파와는 완전 다르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번에 새로 관측된 중력파 속에는 우주 전역에 숨어 있는 암흑의 존재, 심지어 그동안 검증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한 새로운 물리학 이론의 실마리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대대적인 중대발표로 떠들썩했던 우주 배경 중력파의 자세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1967년 당시 대학원생이던 천문학자 조셀린 벨 버넬은 전파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던 중 이상한 신호를 포착했다. 일반적인 별의 신호라기엔 전파가 너무나 빠르게 깜빡였다. 1.3초 간격으로 0.04초 길이의 전파 신호가 주기적으로 들어왔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마치 누군가 인공적으로 전파 펄스 신호를 송출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 신호를 외계인을 뜻하는 ‘리틀 그린 맨(LGM, Little Green Men)’, 작은 녹색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까지 했다. 

 

이후 이 신호를 보낸 것이 이것이 무거운 별이 죽고 남긴 별의 시체, 중성자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대했던 별이 순식간에 아주 작은 크기로 붕괴하면서 거대한 폭발과 함께 중성자별이 탄생한다. 너무 강한 중력으로 별이 붕괴한 바람에 별 속의 양성자, 전자가 아예 하나의 덩어리로 반죽될 정도다. 그래서 별 자체가 거대한 중성자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거대했던 별이 작은 사이즈로 붕괴하면서 동시에 별의 자전 속도는 지나치게 빨라진다. 별이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 1초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다. 

 

조셀린 벨 버넬(오른쪽)과 그가 관측한 전파 펄스 신호(왼쪽). 사진=University of Cambridge

 

높은 밀도로 응축된 중성자별이 너무 빠르게 도는 바람에 별 주변에는 아주 강한 자기장이 형성된다. 그리고 자기장 축을 따라 별은 표면으로부터 강한 에너지를 토해내기 시작한다. 보통 중성자별은 별의 자전축에 살짝 기울어진 방향으로 강력한 에너지 빔을 토해낸다. 우연히 중성자별의 빔이 지구 쪽을 비추면 지구에서는 순간 아주 강한 전파 신호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자전축에 살짝 기울어진 방향으로 빔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지구에서 봤을 때는 마치 등대 불빛처럼 중성자별의 신호가 아주 짧은 간격으로 강하게 들어왔다 약하게 들어왔다를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이 천체를 펄스 신호를 보내는 별이란 뜻에서 ‘펄사’라고 부른다. 

 

첫 발견 이후 지금까지 2000~3000개 수준의 아주 많은 펄사가 계속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빠르게 펄스를 보낸 펄사는 궁수자리 방향으로 약 1만 8000광년 떨어진 PSR J1748−2446ad다. 이 펄사는 1초 동안 무려 700바퀴를 넘게 자전한다! 분당 회전수(rpm)로 환산하면 4만 3000rpm에 달한다! (참고로 포르쉐나 엑스턴마틴 등에서 나오는 슈퍼카의 rpm이 1만 정도다.) 

 

펄사는 자전축에 살짝 기울어진 자기장 축을 따라 에너지를 방출한다. 사진=NASA/Goddard Space Flight Center Conceptual Image Lab

 

그런데 이 펄사는 아주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 빠른 자전 주기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수밀리초 스케일에서 아주 정확하게 주기적으로 돌고 있는 우주 시계인 셈이다. 바로 그래서 정확한 주기와 펄스 패턴만 알 수 있으면 해당 펄사를 특정 지을 수도 있다. 펄사는 이 광활한 우주에서 정확한 위치를 나타낼 때 사용할 수 있는 지표, 표지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앞서 보이저 레코드판의 뒷면 그림 지도에도 신호가 강한 펄사를 활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지도를 디자인한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펄사 14개를 활용해 지구의 위치를 표시했다. 중심의 지구로부터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직선은 다양한 펄사가 놓인는 방향과 거리를 나타낸다. 직선 옆에는 각 펄사가 얼마나 빠른 주파수로 자전하고 있는지를 이진법 코드로 표현했다. (이 지도를 우리 의도대로 해석할지는 미지수다.) 

 

외계인들에게 지구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지표로 쓸 만큼 펄사는 우주 시공간을 정확하게 측량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수백 수천 광년 떨어진 많은 펄사를 활용해서 아주 거대한 스케일에서 우주 시공간의 떨림을 측정하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인류는 우리 은하 속 지구 주변 사방에 분포하는 다양한 펄사를 파악하고 있다. 만약 우리 은하 속 시공간에 별다른 일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 사방에서 일정한 주기로 반짝이며 펄스를 내보내는 펄사를 관측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펄사들이 전파 빔을 내보내는 펄스 주기에 살짝 변화가 생긴다면? 이것은 그 펄사에서부터 우리 지구까지, 또는 인접한 두 펄사 사이의 시공간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펄사에서 방출되는 빔도 빛이다. 펄사의 빔 자체는 우주 시공간을 따라 일정한 빛의 속도로 날아온다. 그런데 일정할 줄만 알았던 펄사 주기에서 미세한 변화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펄사에서 지구까지 그 사이 시공간의 거리가 살짝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 주변 펄사들의 시그널이 얼마나 딜레이되는지를 통해 주변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한다. 사진=David J. Champion


이 원리를 이용해 지구 바깥 사방에 분포하는 펄사들을 우주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하는 부표로 활용할 수 있다. 당연히 바다 위에 부표를 하나만 띄워놓으면 해수면이 어떤 모양으로 출렁거리고 있는지 지도를 그릴 수 없다. 최대한 많은 부표를 띄워놔야 그 범위 안에서 오르내리는 부표의 움직임을 통해 해수면 전체가 어떤 모양으로 출렁거리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자들은 지구 바깥 최대한 많은 펄사의 위치와 펄스 주기를 파악해 주변 우주 시공간이 어떻게 떨리고 있는지를 연구했다. 이렇게 펄사 자체의 신호 시차를 활용해 그 사이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하는 기법을 펄사 타이밍 어레이(Pulsar Timing Array)라고 한다. 

 

사실 중력파 자체는 2015년 첫 감지 이후 꾸준히 포착됐다. 2015년 물리학자들은 미국 동부, 서부에 건설한 두 개의 중력파 검출기 LIGO를 통해서 중력파가 지구를 휩쓸고 지나간 순간의 신호를 감지했다. 그렇다면 LIGO에서 검출하는 중력파와 이번에 새롭게 포착한 중력파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로 중력파의 규모, 스케일이다! 

 

LIGO 검출기로 최초 검출된 중력파 시그널. 사진=LIGO Collaboration

 

LIGO는 수직으로 두 방향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두 갈래의 레이저 빛을 활용해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한다. LIGO 검출기 한 변의 길이는 약 4km다. 그런데 펄사 타이밍 어레이의 경우, 펄사 사이 간격이 수백 수천 광년이 넘는다! 지구 위에서는 아무리 거대한 중력파 검출기를 지어봤자 수킬로미터 수준밖에 안 되지만, 아예 수백 수천 광년 간격으로 떨어져 분포하는 펄사를 그대로 활용한다면 정말 말 그대로 수광년 스케일의 거대한 중력파 검출기가 되는 셈이다! 

 

현재 LIGO로 감지할 수 있는 중력파 물결의 파장은 보통 수백~수천 km 규모다. 행성 지구 정도 크기로 진동하는 시공간의 떨림까지만 감지할 수 있다. 이는 중력파 세계에서는 굉장히 짧은 파장(큰 주파수) 축에 속한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수십 배 수준의 블랙홀 두 개가 서로 충돌할 때 만들어진다. 그동안 LIGO가 포착한 중력파는 모두 블랙홀 두 개, 또는 중성자별 두 개가 서로 충돌하는 순간 퍼져나온 떨림이었다.

 

LIGO 중력파로 검출한 중력파는 블랙홀끼리, 중성자별끼리의 충돌로 벌어진 중력파였다. 사진=LIGO Collaboration

 

그런데 수백 수천 광년 거리를 두고 떨어진 펄사 자체를 우주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하는 부표로 활용한다면, 말 그대로 파장이 수백 수천 광년 길이로 진동하는 더 거대한 중력파를 잴 수 있다! 주파수로 치면 나노헤르츠 수준이다. 그동안 지구 위에 만든 온갖 중력파 검출기로도 절대 잴 수 없는 우주급 스케일의 중력파를 재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중력파 역시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따라서 수십 광년 스케일로 진동하는 중력파를 감지하기 위해선 그 한 파장을 광속으로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 수십 년 동안 관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지난 15~20년간 충분한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긴 기다림 끝에 나온 최종 데이터가 발표됐다! 

 

지지난주 세계 각지의 천문학자들은 다양한 망원경을 동원해 각자 15~20년간 관측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북미에서는 (파괴되기 전의) 아레시보 망원경과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을 동원해 펄사를 관측한 NanoGrav 팀이 있다. 호주에서는 파크스 전파 망원경으로 펄사를 관측했다. 유럽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전역의 전파 망원경들을 총동원해 펄사들을 관측했다. 아시아에서도 인도의 GMRT 전파 망원경, 그리고 중국의 세계 최대 규모 500m 지름의 전파 천문대까지 이번 펄사 타이밍 어레이 관측 프로젝트에 모두 동원되었다. 

 

인접한 두 펄사까지의 방향의 각도 차이에 따라 두 펄사의 전파 시그널이 지연되어 보이는 정도에 차이가 생긴다.

 

그렇다면 천문학자들은 이 지구 전역의 망원경을 총동원해서 대체 무엇을 보려고 한 걸까? 지구에서 사방에 분포하는 펄사 신호가 얼마나 지연되어 도착하는지를 관측한다고 생각해보자. 만약 중력파가 휩쓸고 지나가지 않는다면 펄사의 신호는 지연되지 않는다. 임의로 다양한 방향의 두 펄사를 고르더라도 두 펄사의 신호가 지연되는 정도에는 아무런 관계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크게 물결치는 중력파가 휩쓸고 지나간다면? 두 펄사 사이 거리에 따라 각 펄사의 신호가 지연되는 정도가 달라지게 된다. 출렁이는 수면 위에서 어떤 부표 두 개를 고르는지에 따라 두 부표의 출렁거리는 정도의 차이가 달라지는 것과 같다. 흥미롭게도 두 펄사 사이 방향 각도 차이에 따라 그 상관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그려보면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를 띤다. 이를 헬링스-다운 관계(Hellings-Down Correlation)라고 부른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관계다.

 

그렇다면 실제 관측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세계 각지에서 펄사를 관측한 모든 연구팀은 15~20년에 걸친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모두 동일한 결과를 얻어냈다! 지구 주변 우주 시공간에는 아주 긴 수십 광년 길이의 파장으로 진동하는 중력파가 퍼져있다. 더 놀라운 건 이번에 감지된 중력파는 지구 주변 우주 시공간 자체에 퍼져 있는 우주 배경 중력파라는 것이다. 

 

시공간 전역에 퍼져 있는 우주 배경 중력파. 사진=Aurore Simonnet for the NANOGrav Collaboration


바다로 비유하자면 LIGO가 포착한 중력파는 멀리서 누군가 수면 위에 돌멩이를 던져서 생긴 출렁거림이라 할 수 있다. 즉 두 블랙홀의 충돌과 같이 특정한 현상 하나 때문에 벌어진 중력파였다. 반면 이번에 나노헤르츠 규모에서 포착한 배경 중력파는 사방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온갖 물고기, 그리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함께 만들어낸 우주라는 바다 자체의 윤슬이라고 볼 수 있다. LIGO가 포착한 중력파는 명확한 연주자를 지목할 수 있는 솔로 무대에 가까웠다면, 이번에 포착한 배경 중력파는 사방에서 다양한 천체가 함께 연주하며 시공간을 떨리게 하고 있는 중력파의 하모니, 교향곡인 셈이다. 

 

이번에 검출된 우주 배경 중력파는 대체 어디에서, 누가 일으키는 걸까? 안타깝게도 바로 이 부분에서 현재 중력파 검출 기술의 치명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우주 부표를 통해 시공간의 떨림 자체는 감지할 수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서 떨림이 온 것인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단지 떨림의 주파수를 통해 그 기원을 유추할 뿐이다.

 

우선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감지된 나노헤르츠 스케일의 중력파라면 사방의 머나먼 은하 중심 초거대질량 블랙홀 두 개가 서로 충돌하면서 퍼져 나왔을 것이라 추정한다. 실제로 우주의 많은 은하들은 각자 중심에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 하나씩 품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은하들이 서로 충돌한다. 따라서 당연히 각 은하가 품고 있던 초거대질량 블랙홀끼리의 충돌도 빈번할 것이라 볼 수 있다. 

 

비교적 가벼운 항성 질량 블랙홀들과 달리 초거대 질량 블랙홀들은 충돌과 병합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 사진=NASA


그럴까? 실은 그렇지 않다. (LIGO가 포착한) 별 질량 블랙홀끼리의 충돌과 달리, 은하 중심 초거대질량 블랙홀끼리의 충돌에 대해선 아직 제대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초거대 질량 블랙홀 두 개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땐 단순히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 계속 다가간다. 그 과정에서 각 블랙홀은 각 은하가 품고 있던 별들을 은하 밖으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수광년 이내로 바짝 다가가면 더 이상 블랙홀의 궤도를 줄일 수 있는 요인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두 블랙홀이 합체하지 않고 계속 일정 간격을 둔 채 궤도를 유지할 수도 있다. 끝내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충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 파라독스를 ‘마지막 파섹 문제(Final Parsec Problem)’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번에 감지된 우주 배경 중력파가 단순히 사방에서 벌어지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끼리의 충돌의 결과라고만 생각하는 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우주 배경 중력파는 대체 어디서 퍼져 나온 걸까? 

 

이에 대해 연구팀은 아주 흥미로운 후보들도 제안한다. 예를 들면 빅뱅 직후 초기 우주 때 벌어진 시공간의 급격한 팽창, 인플레이션 순간 퍼진 시공간 떨림의 흔적일 수도 있다. 심지어 아직 가설로만 머물고 있는 초기 우주 초끈의 흔적일 가능성도 고려해볼 수 있다. 초기 우주가 원자 수준으로 훨씬 작았던 시절, 초끈의 진동이 남긴 흔적이 우주 팽창과 함께 그대로 스케일이 확장되면서 우주 배경 자체에 긴 파장의 떨림으로 남게 된 것이다. 

 

재밌는 건 이번에 관측된 배경 중력파를 가장 잘 묘사하는 모델은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충돌과 인플레이션, 또는 우주론적 초끈을 가정했을 때의 모델이었다. 어쩌면 그동안 관측으로는 검증이 불가능한, 영원한 이론으로만 머물 것이라 여겨졌던 초기 우주의 인플레이션과 초끈 이론이 드디어 실제 관측을 통해 검증 무대에 오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현재 목성 곁을 지키고 있는 주노 탐사선 덕분에 목성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사진=NASA

 

이번 우주 배경 중력파 관측은 지금이 아니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뜻밖에도 목성 때문이다. 아니, 태양계 바깥 수천 광년 거리의 펄사를 관측한 것인데, 왜 뜬금없이 목성이 나올까? 

 

목성은 꽤 질량이 무겁다. 그래서 태양과 목성 둘의 질량중심점은 태양 밖에 놓인다. 사실 태양도 가만히 고정되어 있지 않다. 목성의 강한 중력으로 인해 계속 움직인다. 태양의 위치 자체가 뒤흔들린다는 건 결국 지구의 위치도 계속 뒤흔들린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펄사의 신호가 정확히 얼마만큼 지연되어 도착하는지를 관측할 수 없게 된다. 

 

정말 운 좋게도 지금 목성 곁을 주노 탐사선이 지키고 있다. 주노 덕분에 우리는 목성의 아주 정확한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덕분에 더 정밀한 펄사 타이밍 어레이 관측이 가능했다. 목성 곁에 탐사선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정밀한 분석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수백 수천 광년 스케일로 진동하는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으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코앞에 있는 목성의 위치까지 고려했다니. 최대한 정밀한 관측을 위해 모든 방해요소를 철저하게 고민하는 천문학자들의 집념과 놀라움을 엿볼 수 있다. 

 

앞서 블랙홀 주변 빛 고리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부터 이번 나노헤르츠 중력파 검출을 위해 지구 전역의 전파 망원경이 총동원된 프로젝트까지, 최근 들어 여러 대륙, 지구 전역의 다양한 망원경이 힘을 합해 관측을 진행하는 협업 프로젝트가 더 늘고 있다. 비좁은 지구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스케일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국제적인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이저의 골든 레코드판에, 나노헤르츠 중력파를 검출한 이번 논문에 담겨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우주라는 단 하나의 같은 꿈으로 뭉쳤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보이저 레코드판에 펄사를 이용해 지구 위치를 표시한 당시의 아이디어가 어쩌면 잘못된 방법이 아니었을지 재밌는 고민이 들기도 한다. 우리보다 더 진보한, 그래서 우주 시공간 자체의 미미한 배경 중력파를 더 쉽게 감지할 수준의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펄사는 그리 좋은 길잡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쉬지 않고 요동치는 우주 시공간과 함께 펄사 역시 계속 쉬지 않고 미세하게 요동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펄사를 일정한 우주 지표인 양 지도에 새겨 넣은 인류의 모습을 귀엽고 딱하게 느끼진 않을까. 

 

참고

https://aasnova.org/2023/06/28/first-compelling-evidence-for-the-gravitational-wave-background/

https://nanograv.org/news/15yrRelease

https://www.atnf.csiro.au/research/pulsar/ppta/#section0

https://www.epta.eu.org/epta-dr2.html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1088/1674-4527/acdfa5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dac6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da9a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da88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dc91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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