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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은하 중심 막대 구조, 진화의 비밀을 벗겨내다

가스 물질 끌어모아 별 탄생 촉진하는 메커니즘, 초거대질량 블랙홀과의 관계 분석

2023.07.10(Mon) 09:59:10

[비즈한국] 최근 제임스 웹이 아주 멋진 사진을 공개했다. 막대 나선 은하 NGC 5068의 중심부 모습이다.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을 비롯해 기존의 허블 망원경, VLT, ALMA 등 적외선, 가시광, 자외선, 전파 등 다양한 파장의 망원경을 총 동원해 주변의 가까운 은하들을 세밀하게 관측하는 대규모 관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름하여 PHANGS(Physics at High Angular resolution in Nearby GalaxieS)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총 19개의 가까운 은하의 모습을 아주 세밀하게 담아냈다. 그리고 이번엔 처녀자리 방향으로 약 1700만 광년 거리에 떨어진 막대 나선 은하의 중심부가 그 주인공이 되었다. 

 

제임스 웹은 은하 중심 막대 구조 속 별들의 모습을 직접 꿰뚫어봤다. 기다란 막대 구조를 따라 나이가 많고 무거운 별들이 아주 높은 밀도로 모여 밝게 빛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또 그 주변 바깥으로 이어지는 나선팔을 따라 붉게 달아오른 먼지 구름 띠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제임스 웹이 포착한 막대 나선 은하 NGC 5068의 중심부. 사진=ESA/Webb, NASA & CSA, J. Lee and the PHANGS-JWST Team


나선 은하의 약 30%는 이런 막대 구조를 보인다. 최근 가이아 망원경으로 완성된 우리 은하 속 별들의 정밀 지도를 보면 우리 은하 역시 중심에 긴 막대 구조가 존재한다. 은하 중심부 별들의 궤도가 절묘한 공명을 이루면서 궤도가 길게 겹쳐지며 이런 막대 구조가 형성된다.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는 은하 전체의 진화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거라 추정된다. 하지만 막대 구조와 은하 진화의 정확한 메커니즘에 대해선 여전히 미스터리가 많다. 

 

가장 난감한 문제는 현재 관측되는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만 봐서는 막대가 더 길어지며 성장하는 중인지, 아니면 더 짧아지며 파괴되는 상황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막대 구조의 진화는 수억 년에 걸쳐 진행된다. 따라서 고작 몇 년 관측해서는 은하 중심 막대 구조의 진화 방향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 이 막대 구조의 진화 방향성을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실마리가 발견되었다! 오랜 세월 추적 관측을 하지 않아도, 딱 한 장 지금 이 순간의 스냅숏만으로도 성장하는 막대와 파괴되는 막대를 구분할 수 있다. 은하 중심 막대 구조의 진화에 대한 작은 실마리. 오늘은 특별히 최근 발표한 나의 연구를 소개한다! 

 

 

오래전부터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는 은하 외곽의 가스 물질을 은하 중심부로 끌어모은다고 추정됐다. 일종의 가스 유입 통로인 셈이다. 이 때문에 막대 구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은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다. 우선 새로운 별이 더 폭발적으로 많이 탄생하게 만들 수 있다. 별은 가스 물질이 높은 밀도로 반죽되면 탄생한다. 막대 구조를 따라 은하 외곽의 가스가 중심부로 모여들게 되면 새로운 별 탄생이 촉진될 수 있다. 또 이러한 가스 유입은 은하 중심에 살고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에게도 먹잇감을 제공한다. 가스 물질이 은하 중심에 많이 모여들면 블랙홀은 폭식을 하게 되고 더 활발하게 사방으로 에너지를 토해내며 빛나는 활동성 은하로 변하게 된다. 

 

대표적인 막대 나선 은하 NGC 1300. 사진=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STScI/AURA)


따라서 은하 중심에 막대 구조가 더 성장하고 길어질수록 은하의 별 탄생도, 중심 블랙홀의 활동성도 더 높아질 거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간의 관측을 보면 막대의 길이와 은하의 진화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히려 막대 구조가 정반대의 효과를 일으킨다는 가설도 나왔다. 은하 중심에서 형성된 막대 구조가 순식간에 은하 외곽의 가스 물질을 끌어모으고 소진하면 은하의 전체적인 별 탄생 효율이 급감할 수도 있다. 또 막대 구조가 실은 은하 중심 블랙홀의 성장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은하의 별 탄생과 블랙홀의 활동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은하 중심 블랙홀이 난폭해지면 블랙홀이 토해내는 제트, 물질 분출에 의해 은하가 품고 있던 신선한 가스 물질이 밖으로 불려나가게 된다. 그러면 별을 만들 신선한 재료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별 탄생 효율은 빠르게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순수한 막대 구조에 의한 진화 효과만을 알아내기 위해선 중심에 활동적인 블랙홀이 있는 은하와 없는 은하를 따로 구분해서 이들의 진화를 추적해야 한다. 

 

이번 연구에선 우선 총 1만여 개의 은하를 자동으로 분석해 중심에 막대 구조를 보이는 은하 약 3600개를 선별했다. 이들을 중심 블랙홀의 활동성 여부에 따라 잠잠한 은하와 활동성 은하로 구분했다. 순수한 막대 구조에 의한 은하 진화 효과를 구분하기 위해 별 탄생에 끼치는 효과는 오직 잠잠한 은하만을 사용해서 분석했다. 중심 블랙홀의 활동성에 끼치는 효과는 오직 활동성 은하만을 사용해서 분석했다. 그렇다면 각각의 은하들과 중심 막대 구조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숨어 있을까? 

 

은하 중심 막대 구조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낼 수 있다. 우선 막대 구조의 길이. 물론 은하 자체가 더 클수록 막대가 더 크기 때문에, 은하 자체의 크기를 모두 표준화해서 동등하게 비교해야 한다. 그래서 정확하게는 은하 원반의 자체 크기에 비해 중심 막대 길이가 얼마나 긴지 그 비율을 사용한다. 또 다른 기준으로는 막대가 얼마나 통통한지, 기다란 타원 모양을 하고 있는 막대 구조의 이심률로도 나타낼 수 있다. 이 두 가지 기준에 따라 은하의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아주 재밌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심에 활동적인 블랙홀을 품지 않은 은하들을 대상으로 은하의 별 탄생 정도와 중심 막대의 형태를 비교한 그래프. 오른쪽 그래프에서 가로축은 막대의 길이, 세로축은 막대의 이심률을 나타낸다. 뚜렷하게 은하 막대 길이과만 관계를 갖는다.


우선 은하들의 별 탄생 정도를 보면, 아주 깔끔하게 오직 막대 구조의 길이와만 관계가 있다. 막대 구조의 통통한 정도, 이심률과는 별다른 관계를 보이지 않는다. 막대 구조가 더 길수록 은하에서는 별이 더 많이 태어난다. 즉 막대 구조가 더 길어지고 성장하면서, 막대에 의한 가스 유입이 더 많아지고 별 탄생도 더 촉진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은하 전체가 아닌 은하 중심부만의 별 탄생 정도를 비교해보면 더 확실하게 막대 은하의 별 탄생 대부분은 은하 중심부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즉 중심에 잠잠한 블랙홀이 살고 있는 은하의 경우 막대 구조는 별 탄생을 촉진하며 성장하는 중이란 뜻이다. 

 

중심에 활동적인 블랙홀을 품고 있는 은하만을 대상으로 은하의 블랙홀 질량과 막대 형태를 비교한 그래프. 뚜렷하게 은하의 이심률과만 관계를 갖는다.


그런데 중심 블랙홀이 활발하게 살아 있는 은하의 경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우선 막대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은하 중심 블랙홀의 활동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막대 구조의 존재 자체가 은하 중심 블랙홀을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더 재밌는 건 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이 오직 막대 구조의 이심률, 즉 통통한 정도와만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별 탄생과 전혀 다르게 이번엔 막대 구조의 길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은하 중심 블랙홀이 더 무거워질수록 막대 구조는 가늘어지고 약해진다. 즉 블랙홀의 성장이 오히려 은하 중심 막대 구조를 약화하고 파괴하는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 구조가 블랙홀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블랙홀이 막대 구조의 파괴에 영향을 주고 있던 것이다! 그간 일부 시뮬레이션으로만 제기된, 블랙홀 성장에 의한 막대 구조의 파괴를 보여주는 관측 증거가 될 수 있다. 

 

막대 구조가 성장하면서 별 탄생 정도가 증가했다가 다시 블랙홀이 성장하면서 막대 구조가 파괴되는 과정을 표현한 그림.


결국 이번 연구 결과를 정리해보면 막대 은하들의 진화는 일종의 사이클을 따라 진행된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원래는 막대가 없던 은하에서 여러 요인에 의해 막대가 형성된다. 이웃한 다른 은하와의 상호작용이나 은하 중심 별들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막대가 형성될 수 있다. 이렇게 막대가 형성되면 점점 더 많은 가스 물질을 은하 중심부로 끌어모은다. 이제 은하 중심에서 어린 별들이 더 많이 태어난다. 동시에 막대는 더 길게 성장한다.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 은하 중심에서 블랙홀이 깨어난다.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무거워지고 성장하면서 중심 별들의 궤도 공명이 흐트러지고 막대 구조가 약해진다. 길고 두꺼웠던 막대는 점차 가늘어지고, 블랙홀이 최대로 성장할 때쯤 막대는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번 발견을 다양한 막대 은하들에게 적용해보면 재밌는 추론이 나온다. 두 은하 중심에서 길이가 정확히 같은 막대 구조가 발견되었다고 해보자. 사진만 봐서는 두 은하 중심의 막대 구조가 길어지는 중인지, 길었다가 짧아지며 파괴되는 중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런데 둘 중 하나는 잠잠한 블랙홀을 품고 있고, 다른 하나는 활동성 블랙홀을 품고 있다면? 그렇다면 잠잠한 은하 중심의 막대는 길어지는 중이고, 활동성 은하 중심의 막대는 더 얇고 짧아지며 파괴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138억 년 우주 역사에서 인류는 찰나를 살다간다. 우주 하루살이인 우리에게 우주의 진화는 너무나 느리다. 찰나의 스냅숏에 불과한 지금 이 순간의 모습만 보고 우주의 진화를 느껴야 한다. 놀랍게도 인류는 수천 수만 개의 은하를 한꺼번에 분석하면서 그 시간의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변하지 않고 서 있는 산을 보며, 지금 산이 천천히 솟아오르는 중인지 천천히 무너지는 중인지를 구분하려는 것과 같다. 우주의 진화를 모두 느끼기에는 우리의 삶은 너무나 짧다. 하지만 우주 하루살이들은 느린 우주의 진화에 템포를 맞추며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이번 연구 결과가 욕심 많은 우주 하루살이에게 아주 작은 단서가 되길 바란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cc79a/meta

https://www.nasa.gov/feature/nasa-s-webb-space-telescope-peers-behind-bars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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