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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학비 천만원'에도 사립초등학교로 몰리는 이유

코로나 팬데믹 경험 후 경쟁 더 치열…전문가 "공교육 변화해 격차 메워야"

2023.06.26(Mon) 09:36:34

[비즈한국] “서울에서 제일가는 우리 학교, 공부 잘해 성적도 제일 높이 올리리라, 운동 잘해 기록도 제일 높이 올리리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립초등학교 L초등학교 교가의 일부분이다. 사립초등학교는 과거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것으로 유명했지만, 최근엔 공부와 예체능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사립초등학교는 서울 초등학교 가운데 6%에 불과하고, 일 년 학비가 1000만 원 이상으로 ​대학 등록금의 두 배가 넘는다. 게다가 입학하려면 높디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감수하고도 학부모들은 왜 굳이 사립초등학교를 선택할까. 그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사립초등학교 전경. 사진=김초영 기자


#“일찍 시작할수록 좋아” 영어 몰입교육이 선택 이유

 

영어 몰입교육은 학부모들이 사립초를 선택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영어가 입시에서 중요 과목이고 인생 전반에 걸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찍 시작하는 게 좋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수업 편성이 공립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립초는 정규 교육 과정뿐 아니라 방과 후 수업과도 연계해 영어 몰입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업도 소규모 그룹 단위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립학교에서는 상대적으로 하기 어려운 학생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

 

서울 성북구 소재의 W사립초등학교는 반마다 원어민 교사를 전담으로 배치한다. 학생들은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는 도서관 수업을 통해 원서에 대해 토의하고 독해 시험을 본다. 이와 함께 영어로 진행되는 체육 활동, 뮤지컬 공연, 캠프 등은 아이들이 자연스레 영어에 흥미를 갖고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영어 노래 부르기 대회, 영어 말하기 대회, 영어 에세이 대회 등 각종 경연대회도 매해 실시한다. 한 학부모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경연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는다고 한다. 또 사립초는 공립학교와 다르게 매 학기 모든 과목에 대한 시험까지 치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영어 공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몰입교육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립초교에 두 자녀를 입학시킨 50대 여성 A 씨는 “큰아이를 키울 때 어린 나이부터 시험공부를 하라 하고 경연대회를 준비시키는 게 버겁고 아이를 혹사시키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했다”면서도 “나중에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고 보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시험공부를 하는 데서도 본인만의 루틴이 있어 부담이 적고 성적도 잘 나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K초등학교 학부모인 40대 여성 B 씨는 “아이가 영어 유치원을 나오지 않아 학교에 가서 힘들어하면 어떡하나 고민했다”며 “학교가 영어 교육에 시간을 많이 들이고 일상 속에서 영어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아이도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적응해 국제중학교, 외국어고등학교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예체능 활동에 만족도 높아

 

사립초는 스포츠를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 역시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정규 교육 과정에 예체능 교육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아이들은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적성을 찾고, 나아가 평생에 걸쳐 즐길 수 있는 자신만의 스포츠 혹은 악기를 배울 기회를 갖게 된다. 실제로 많은 스포츠 선수가 사립초 출신이다. ​학부모 역시 사립초의 예체능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서울 중구 소재의 한 사립초에서 운영하는 특기적성 교육. 사진=학교 홈페이지 캡처

 

성동구 소재 H사립초등학교는 무용, 골프, 수영, 스키 과목 등을 운영한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덜 활성화된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인라인 스케이트, 치어리딩 강좌 등도 방과 후 및 스포츠클럽을 통해 가르친다. 성북구의 W초교는 지난해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승마, 요트 등의 수업을 새로 개설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L초교는 ‘전교생 1인 5기, 1인 1악기’를 6년 재학 중에 익힐 수 있도록 한다. 태권도, 인라인, 빙상, 플루트, 가야금, 첼로, 바이올린 등의 특기적성 교육을 하며, 겨울마다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키 캠프도 실시한다.

 

자녀를 모두 L초교에 보낸 30대 여성 C 씨는 “빙상 수업에 학부모들이 자주 가곤 했다. 한 번 가보니 초급 학생들은 벽을 잡고 자세를 잡는 것과 같이 정말 기본적인 것을 배우는 데 시간을 많이 보내더라. 그래서 아이들에게 별도 레슨을 붙이기도 했다”며 “빙상장까지 거리도 있어 수업을 시키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이왕 배우는 거 잘 배워 두면 나중에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D 씨는 “아이가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멀미도 하고 체력이 많이 약해졌는데 체육 활동을 하면서 점점 체력이 느는 게 눈에 보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겪으며 경쟁률 더 높아져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3630명을 모집하는 2023년도 서울 38개 사립초등학교 신입생 추첨에 4만 5569명이 지원해 평균 1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도 6.8대1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38개교 가운데 16개교(42%)가 평균 경쟁률을 웃돌았으며 56명을 모집하는 성동광진 지역 소재의 한 사립초에는 1609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 28.7대1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1년도부터 서울 사립초 입학 경쟁률은 6.8대1(2021년), 11.7대1(2022년), 12.6대1(2023년)로 계속 상승했다. 서울시에 있는 초등학교의 수가 609개인 점을 고려하면 사립초의 비율은 6%에 불과하지만, 사립초의 차별화된 커리큘럼과 함께 자녀 한 명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심리가 맞물리며 자녀를 사립초에 진학시키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앞서 사립초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출산율이 꾸준히 낮아지면서 학령인구가 감소한 데 더해 2018년도부터 ‘선행학습 금지법’이 적용되며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방과 후 영어 수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점으로 내세웠던 방과 후 영어 수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면서 서울 사립초 경쟁률은 2018년도 1.8대1까지 내려갔다. 이듬해 교육부가 방과 후 영어수업 허용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경쟁률에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2019년 2대1, 2020년 3대1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이 시기 서울 은평구 소재 E사립초교가 적자 누적을 이유로 폐교를 결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공립초가 교육방송(EBS)으로 수업을 대체하는 등 비대면 온라인 수업에 소홀해 많은 학부모의 원성을 산 반면 사립초는 줌을 통해 양방향 수업을 이어가는 발 빠른 대처를 보여줬다. ‘3분의 1 밀집’ 지침이 시행된 이후에는 ‘긴급 돌봄’의 형태로 나머지 3분의 2를 전원 등교시키기도 했다. 사립초는 현장 추첨으로 진행하던 신입생 추첨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며 사실상 무제한 중복 지원을 허용하며 경쟁률을 끌어올렸다.

 

#이왕이면 사립초? 입시제도와 뗄 수 없어

 

사립초의 학비는 연 1000만 원 안팎이며, 입학금은 대개 100만 원 전후로 형성돼 있다. 수업료가 가장 높은 W사립초의 2023년 신입생 모집 전형 요강을 살펴보면 입학금 100만 원, 수업료(분기별) 234만 원, 방과 후 수업(분기별) 55만 원 등으로 책정돼 있다. 여기에 지역에 따라 100만~150만 원에 달하는 스쿨버스비, 선택 방과 후 학교 교육비, 현장학습비, 캠프비까지 포함되면 학비는 더 올라간다.

 

학부모들은 학비가 부담스럽다면서도 교육의 수준, 다양한 체험 활동 등을 고려하면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립초 학부모 E 씨는 “사립초 학비가 4년제 대학교 학비보다 비싸다고 들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오후에 학교 끝나고 사교육으로 이것저것 시키는 것보다 낫겠다 싶어 사립초를 선택했다”며 “사립초 학생들은 하교 시간이 비교적 늦기 때문에 별도로 학원을 다니기엔 학원 시간표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공립학교가 충족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이 사립초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며 사립초 경쟁률 역시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공립학교의 교육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학부모들이 사립학교에 기대를 갖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등록금을 자유롭게 받는 사립초의 경우 공립학교에 비해 당연히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과거 아이를 많이 낳을 때는 한 명만 사립을 보낼 수는 없으니 자녀 모두 안 보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녀 숫자가 줄어드니 이왕이면 사립초를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결국 입시제도와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입시에서 협동하는 능력 혹은 상대를 배려하는 능력을 평가한다면 사립초는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이 모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런 부분을 배우기 어려울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평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립초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공립학교 역시 기초학력 부분을 비롯해 여러 한계를 인지하고 어떻게 변화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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