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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기업도 노동자도 알아야 할 '해고의 조건'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는 법률로 엄격히 제한…각종 편법 동원 과정서 법적 분쟁 '정신적 고통'

2023.06.05(Mon) 14:25:02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회사는 유휴인력을 재교육 등을 통해 적절한 자리에 재배치해야 하지만, 구조조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입사 시 해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청운의 꿈을 품고 본인의 발전을 기대하며 회사에서 본인의 능력을 펼치고자 한다. 그러나 인수합병·경기변동·구조조정 등의 사유로 유휴인력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사측이 재교육 등을 통해 적절한 자리로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은 이를 위한 시간과 비용을 부담할 여유가 없다.

 

정말로 여유가 없을지 아니면 사측이 내세우는 핑계에 불과할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다만 필자가 여러 사건을 통해 지켜 본 바로는 중소기업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휘몰아칠 경우 임직원은 사측에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제 발로 퇴사하나, 대기업 임직원의 경우 사측의 능력이 충분한데도 해고를 피할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영미권 국가의 경우 대체로 해고가 자유롭다. 근로계약은 계약의 일종이므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따라서 기업체는 ‘해고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해고의 자유가 없다. 인수합병·경기변동·구조조정 등과 같은 막연한 사유로는 해고할 수 없고, 이러한 사유에 더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입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1996년 도입된 정리해고 조항인데,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하고자 한다면 구조조정 사유에 더해 ‘긴박한 경영상 필요’를 증거에 의해 입증해야 한다.

 

위 조항의 정당성 여부와 해석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 간에 많은 논쟁이 있다. 논쟁의 기저에는 고용유연성에 대한 경제적·철학적 대립이 깔려 있어 누구 말이 맞는다고 보기 어렵고, 단기간 내 정답이 나올 문제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환경은 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구조조정이 일상화됐지만, 노동법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해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변칙적이고 탈법적인 관행이 발생한다.

 

이처럼 법률상 해고가 어렵다 보니 자진해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면담을 통해 대상자에게 일정 금액의 위로 수당을 제안하고 명예퇴직을 받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안타깝지만 상당수의 많은 임직원이 ‘조직에서 당신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고 좌절해 사측의 제안을 수용하곤 한다.

 

만약 사측의 제안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 자주 회자하는 글을 보면 지방 사무소와 같은 한직으로 발령되거나,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교육에 동원될 수 있다. 이는 인사이동의 일종으로,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이 인정되고 근로기준법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효하다(대법원 2007두20157). 따라서 현실적으로 부서 재배치 등을 “정리해고를 위장한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하면서 그 위법성과 부당성을 노동위원회·법원 등에서 다투기는 쉽지 않다.

 

회사와 다투는 근로자가 부당한 부서 재배치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법적으로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직위해제’와 ‘보직해임’ 등의 경우다. 직위해제란 근로자가 직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 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에 근로자가 장래에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를 말한다(대법원 2003두6665). 

 

직위해제 자체는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해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는 아니다. 그러나 실무상으로 직위해제는 해제 사유와 내용을 공지하면서 대상자의 비위를 적시해 사실상 징계와 같은 효과를 주는 경우가 많다. 즉 망신을 줘서 회사를 더 이상 다니기 어렵게 하는 것이다. 

 

직위해제에 대한 최소한의 사법적인 통제는 존재한다. 직위해제의 정당성은 직위해제 시 내세운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나, 직위해제에 관한 절차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03두8210).

 

그러나 직위해제는 원칙적으로 일정 기간 임시로 직위를 면하게 하는 잠정처분의 성격을 갖고 있다. 사용자가 직위해제를 철회했거나 존속기간 만료로 실효된다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근로자가 불이익의 계속을 입증해 다투기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법 2009누13193 판결에선 사회적 명예 손상 등이 사실상의 이익에 불과해, 실효된 대기발령에 대해 임금 등 경제적 불이익과 사실상 불이익을 이유로 한 구제신청은 구제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도 있다. 

 

필자는 직위해제가 쟁점이 된 여러 사건에서 사측을 대리한 적도 있고, 근로자를 대리한 적도 있다. 어느 경우에나 직위해제의 정당성을 다투는 소송은 이혼 소송과 비교될 만큼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다. 이혼사건이나 노동사건 모두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의 적이 되는’ 소송이기 때문이다. 

 

사측은 직위해제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근로자의 비위가 적시된 직장 동료의 진술서, 인터넷 접속기록, 법인카드 사용 내용 등을 제시한다. 이에 근로자는 △직위해제는 오로지 근로자를 회사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로 명목상의 징계사유를 만든 것 △직장 동료의 진술서는 사측의 입맛에 맞게 작성한 것 △법인카드 사용 등은 사측이 사전에 허락한 것이므로 비위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사실 사측 입장에서 사건이 여기까지 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건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평판이 하락하거나 소송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되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게 된다. 경영 효율화를 관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자존심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정리해고 사건을 보는 제삼자는 기업에 인사팀·법무팀 등 전문적인 부서가 있고, 결국 기업이 협상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니 위와 같은 업무처리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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