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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백브리핑②] AI가 만든 콘텐츠의 '주인'은 누구일까

인간 아닌 AI는 저작자 될 수 없어, 저작권 박탈도…전문가 "누군가에겐 결국 권리를 줘야, 법 개정 필요"

2023.06.02(Fri) 16:31:53

[비즈한국]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다. 먼 미래에나 볼 줄 알았던 창의적인 AI가 우리 곁에 다가오자 전 세계가 들썩였다. 생성형 AI는 기술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지만 동시에 혼란도 불러일으켰다. 갑자기 이뤄진 기술의 진보를 제도와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윤리, 제도,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마찰음이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AI의 발전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춰야 한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AI 백브리핑’에선 고도화를 이룬 AI가 가져올 ‘멋진 신세계’ 이면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인공지능 작곡가는 3분 길이 음악을 1분 안에 만들어낼 수 있다. 사진은 AI 작곡가 이봄(EvoM)이 작곡한 ‘​Eyes on you(가수 하연)’​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AI가 만든 음악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AI를 만든 개발사일까, 음악을 만든 AI일까. 정답은 ‘없다’. AI가 만든 작품은 저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작권법 제2조 1항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2항은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정의했다. 저작물과 저작자의 개념에 인간이 포함돼 있어 AI의 작품은 현행법상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한다.

 

실제로 저작권을 박탈당한 사례도 있다. 2022년 7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팀이 개발한 AI 작곡가 ‘이봄(EvoM)’이 만든 음악의 저작권료 지급을 중단했다. AI의 음악은 저작물이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협회에 저작자로 오른 건 개발진이 아닌 이봄이었다. 

 

챗GPT가 대중에게 생성형 AI의 존재를 알렸다면, AI 기술의 발전 수준을 알린 건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다. 2022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미드저니로 그린 그림이 1등으로 뽑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AI로 그렸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그린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준수한 그림이라서다. 태어나서 한 번도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AI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문제는 무법지대에서 AI 산출물만 쏟아진다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저작권에 예민한 시대다. 저작권 침해는 창작자의 노력과 대가를 빼앗는 파렴치한 짓으로 지탄 받는다. 하지만 AI 산출물은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AI 산출물의 저작권을 인정할 경우 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외국도 AI 작품의 저작권 문제에 엄격하다.

 

미국은 최근 AI 산출물을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 3월 16일 미국 저작권청은 ‘AI 산출물이 포함된 저작물의 등록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AI가 도구로만 쓰였고 인간이 의도한 대로 결과물이 나왔을 때 저작권이 보호된다. 예를 들어 AI가 만든 것을 인간이 다시 선택하고 배열해 창작물을 만든 경우다. 인간이 만든 작품에 AI의 콘텐츠가 일부 포함된 경우도 저작물에 해당한다. 핵심은 인간이 창작하고 인간의 표현이 담겨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도 한국처럼 AI 산출물을 인간이 표현하고 창작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미 저작권청은 AI 결과물이 포함된 저작물을 등록할 때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게 했다. 저작권 신청자(출원인)는 저작물 내에 AI가 만든 것과 인간이 만든 부분을 구분해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AI 기술이나 개발사, 기술 제공업체 등은 공동 저자로 올릴 수 없다. 이미 신청을 마친 저작물이라도 보충 신청서(supplementary registration)에 AI가 만든 것과 아닌 것을 명시해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AI 기술 발전에 따라 저작권법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학계, 법조계, 산업계, 관련 기관 인사가 참여하는 ‘AI-저작권법 제도개선 워킹그룹’을 출범했다. 이를 통해 현행 저작권 체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산출물 활용 가이드(가칭)를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2020년 12월 주호영 의원 등이 저작권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해 법적으로 AI 저작물과 저작자를 정의하려고 시도했으나 진전되지 못했다.

 

2022년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로 그린 그림이 미국의 한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트위터 캡처

 

AI 산출물이 누구의 것이냐는 논란은 곧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논란으로 이어진다. AI가 뭔가를 만들기 위해선 학습이 필요하고, 이때 수집한 데이터에도 원작자가 있으니 데이터 원작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AI 작품이 정교해질수록 갑론을박은 더욱 커졌다. 

 

글로벌 소송전도 이어진다. 이미지 판매 플랫폼 게티이미지뱅크는 지난 1월 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의 개발사 스태빌리티 AI를 대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걸었다. 게티이미지와 같은 기업만이 아니라 개인 작가들도 줄소송을 제기했다. AI가 특정 작가의 작품을 학습해 작가의 동의 없이 유사한 스타일의 산출물을 만들 수 있어서다. 이르면 내년에 나올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다른 생성형 AI 모델의 데이터 수집도 제한될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이 높다.

 

AI의 데이터 마이닝을 두고 저작권 논쟁이 커지자 정부도 나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6월 중 AI 서비스의 전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데이터 처리기준을 담은 ‘AI 데이터 안전 활용 정책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인정보위가 준비 중인 데이터 처리 원칙은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데이터 수집 단계에선 학습용 개인정보의 합리적인 수집과 활용 기준을 세운다. 정보의 공개 형태와 목적 등에 따라 정보 주체의 동의 여부를 정하는 식이다. AI 학습 단계에선 가명 처리 기준을 만들고,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위험요소는 제거한다. 마지막 AI 서비스 단계에선 실시간 영상에서도 개인정보를 비식별 처리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를 확대한다. 

 

국내외에서 AI 산출물이 아직 저작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앞으로는 법적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데이터 수집에도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하려는 이유다. 국내 데이터법 전문가이자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에서 AI 윤리법제포럼 회장을 맡은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은 전 세계 어디서도 AI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AI에 수익과 권리를 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새로운 창작물이 계속 나오면 결국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AI 개발사에 저작권을 줄지, AI 서비스 운영자에게 줄지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법 개정을 통해 저작권 대상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법상 저작권은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보호하는데, AI 저작물은 보호기간을 짧게 만들어 더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는 식”이라며 “​저작권을 귀속한 주체도 개발사, 서비스사로 단정 짓기보단 제작에 기여한 바에 따라 공동으로 귀속하는 식의 논의도 나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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