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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시장은 지금] '투잡도 감수' 청년들은 왜 웹소설 작가를 꿈꾸나

웹툰만큼 시장 성장하며 고수익 나자 청년층 관심…들쭉날쭉 수입에 '전업'은 쉽지 않아

2023.06.01(Thu) 16:01:57

[비즈한국] “5000~5500자 글 한 편에 100원, 주 6회 업로드가 기본이에요. 출퇴근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되 흥미진진해서 다음편이 기다려져야 합니다.” 통쾌한 ‘사이다’ 서사로 독자의 발길을 붙잡는 웹소설이 날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네이버 웹툰에 웹소설 탭이 생기고 10년 사이에 웹소설은 연령과 성별을 아우르는 콘텐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회귀물(주인공이 시간을 되감아 새롭게 과거를 풀어내는 장르물)’이라는 단어도 웹소설 원작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흥행하며 더 이상 대중에게 낯설지 않은 장르가 됐다.  

 

웹소설의 흥행이 이어지자 연재 활동에 뛰어드는 예비 작가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추산 웹소설 작가 지망생은 20만 명 규모다. 일부 대학에서는 웹소설 교육과정이 편성되거나 웹소설문예창작학과가 생겼고 예비 작가의 등단을 돕는 학원 수도 늘고 있다. 전공, 나이, 글쓰기 경력 등에 비교적 구애 받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데다, 잘만 풀리면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글쓰기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에서도 웹소설의 소비 비중이 높은 20~30대가 창작에도 관심이 높다. 청년들은 왜 웹소설 작가를 꿈꿀까.

 

웹소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연재 활동에 뛰어드는 예비 작가가 늘고 있다. 사진=JTBC, 문피아 제공


#단행본 작가는 엄두 안 나지만…‘돈 되는’ 웹소설에 관심 

 

20대 중반 이 아무개 씨는 진로를 정하는 갈림길에서 취업 대신 웹소설을 선택했다. 평소 웹소설을 즐겨 읽다가 우연한 계기로 플랫폼에 무료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두 번째 시리즈를 쓰고 있을 때 웹소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후 카카오페이지 심사를 통과해 현재 연재 중이다. 이 씨는 “습작처럼 올린 글을 알아봐주니 한때 작가의 꿈을 품었던 게 생각났다. 올해 초 제안을 받고 고민이 많았는데 후회가 남지 않도록 도전해보기로 했다. 대신 1년 반을 기한으로 잡았다. 그 안에 꾸준히 수익을 낼 가능성이 보이면 전업 작가가 되는 것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전공에 고등학생 때 글쓰기 공모전에서 상을 몇 번 타본 경험이 전부지만 그는 웹소설 연재를 계기로 작가의 삶을 다시 꺼내들었다. 다만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는 게 전제다. 이 씨는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건 아니다. 지금 연재 중인 글 외에 다른 플랫폼에서 병행할 작품 내용을 구상하고 있다”며 “웹소설 시장은 철저히 상업적이다. 다작을 통해 ‘되는 글’과 ‘안 되는 글’을 구분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과 주부의 ‘투잡’이 대세인 와중에 초심자들이 전업을 꿈꿀 정도로 웹소설 시장은 급격히 성장세를 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6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100억 원 수준이던 2013년과 비교하면 7년 만에 60배 커졌다. 네이버웹툰이 지난해 인수한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의 매출도 2016년 128억 원에서 2021년에는 480억 원으로 4배 가까이 뛰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에서 공유되던 판타지, 무협, SF, 로맨스 등의 장르문학이 20년간 성장을 거듭해온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을 기점으로 더 많은 작품이 나왔고 드라마로 제작된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사내맞선’, ‘​재벌집 막내아들’​ 등의 연이은 흥행으로 마니아층만 즐긴다는 인식도 전환점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2022년 시장 규모가 1조 원에 접어들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단행본 시장(7100억 원)을 앞지르고 웹툰 시장에 견줄 만한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사내맞선은 드라마 버전이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최근 북미에서 단행본이 출간됐다. 사진=SBS, 카카오페이지


#투잡 버티게 하는 매력은 부수입…경쟁력 확보가 관건 

 

업계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 중 60%는 다른 일과 겸업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보통 1회 분량은 5000~5500자 정도인데 퇴근 후 저녁 시간을 활용해 창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판타지, 로맨스, 무협 등의 분야에서 나이, 연령, 직업과 관계없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전반적인 취향이나 문법은 비슷하고 디테일로 승부를 보는 웹소설의 작법 덕에 이런 특성을 잘 파악한다면 일반 문학보다는 비교적 쉽게 창작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웹툰과 달리 플랫폼들이 처음부터 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해 건당 100원 정도의 유료 결제가 기본인 점도 수익을 내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각종 공모전부터 무료 투고까지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어 진입하기도 쉽다.

 

이지용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청년층은 순문학 서사보다 판타지 소설,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속 서사에 더 익숙하다. 자신이 즐기던 콘텐츠 소비자에서 능동적인 창작자로 전환하는 양상”이라며 “젊은 세대의 수요를 충족할 만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흥미 있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영역에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엑스팩토리 ‘2021 서울국제도서전’에 마련된 웹툰·웹소설 특별전시. 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전망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정산 받는 인세가 쏠쏠하다는 후기나 투잡 작가의 ‘대박 신화’만 보면 비전이 마냥 밝아 보이지만 최근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7년 차 직장인 A 씨는 올해로 2년째 웹소설 작가를 겸업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저녁 시간과 주말을 쪼개 주 5회 연재 중이다. 최근에는 체력에 부담을 느껴 퇴사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업을 결정하기에는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아 고민이다. 한 달 정산 금액으로 직장인 월급보다 더 큰 돈이 들어온 적도 있지만 주말을 꼬박 투자한 신작이 월 50만 원밖에 수익을 못 낸 때도 있었다. A 씨는 “시장이 커졌고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걸 체감하지만 동시에 연재 환경이 녹록지 않다. 좋은 아이디어와 적당한 필력으로 주 6회 꾸준히 ‘성실 연재’하면 소위 ‘중박’은 치던 시절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만큼 경쟁이 심하다”고 전했다.

 

30대 작가 B 씨는 “기성 작가들도 재출발 하려고 뛰어든다. 웹소설은 단행본과 달리 수익의 토대가 잡혀 있으니 기성 작가들에게도 매력적인 분야”라며 “나도 한때 플랫폼에서 50위권을 유지하며 잘나갔는데 최근 한계를 느껴 온라인 강의도 수강했다. 연재 횟수를 줄이면 바로 타격을 입기 때문에 주 6회 연재는 유지하고 있다”며 “만만하게 보고 시작한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로 영상화해 성공한 작품들이 늘면서 웹소설은 타 채널로의 확장 가능성도 입증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 예비 작가들의 유입이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익성이 일부 과대 포장돼 주의가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의 이지용 교수는 “교육 플랫폼이나 웹소설 플랫폼 산하 아카데미 등의 광고에는 수익성을 부풀린 내용도 있다. 성실하다는 전제 하에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 맞지만 고소득을 강조하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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