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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화장실·쓰레기통이라도…'오버투어리즘' 앓는 북촌 한옥마을

기물 파손, 쓰레기 무단 투기, 노상 방뇨, 불법주차 골머리…종로구 ‘특별관리구역’ 지정 검토 중

2023.05.17(Wed) 16:01:57

[비즈한국] 엔데믹 선언 후 첫 월요일인 15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북촌 한옥마을 곳곳에 주민들의 불만을 드러내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이태원사고에 북촌 주민들은 애도를 표합니다. 북촌이 제2의 이태원이 될 수 있습니다.” “숨 막혀 살 수 없다. 북촌 문제 해결하라.” 같은 구호가 적혀 있었다. 그 옆으로 복숭앗빛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지나갔다.

 

1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북촌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길이 관광객들로 붐볐다. 사진=이강원 인턴기자


#소음공해부터 노상 방뇨까지…‘오버투어리즘’ 부작용 겪는 주민들

 

폭 10m 남짓의 좁은 골목을 즐거운 표정으로 오가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마음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 보였다. 30년 넘게 한옥마을에서 거주한 한태균 씨(37)는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는 것에 대해 “주민들 입장에서는 하나도 좋을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씨는 “원래 조용한 동네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면 소음이 심해지는 게 아무래도 불편하다”고 했다.

 

한 씨는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한옥마을이 소개되고 단체관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민과 관광객 사이의 갈등이 커졌다고 기억했다. 한 씨는 “고등학생 때쯤 일본인 관광객이 한류 때문에 왔었다. 그 후에는 중국인들이 왔다. 2016년쯤이었다. 그때부터 문제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외국인과 내국인 관광객 가운데 일부가 기물 파손, 쓰레기 무단 투기, 노상 방뇨, 불법주차 등의 민폐를 끼쳤다. 그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면서도 “무단 투기한 쓰레기 등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는 것인데 치우는 것은 주민들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북촌 한옥마을 운영회’가 내건 현수막. 사진=이강원 인턴기자


관광객이 폭증한 뒤 한옥마을이 있는 가회동 인구는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편을 겪은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 2023년 2월 기준 한옥마을이 있는 가회동의 인구는 3969명이다. 2011년 5555명에서 약 3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종로구의 인구는 16만 8382명에서 14만 1433명으로 약 16% 감소했다. 가회동 인구의 감소폭이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주민들이 떠난 한옥은 게스트하우스 등 상업용 건물로 바뀌었다. 이처럼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부작용을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 부른다.

 

이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발생하는 지역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오버투어리즘은 관광지의 관광수용력을 초과한 수준의 관광객이 방문해서 해당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오버투어리즘을 겪는 지역은 불편을 겪는 주민들이 떠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그 빈자리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점으로 변한다.

 

해외 유명 관광지들의 사례를 보면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이 한옥마을에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대에 세계 여러 관광 도시에서 이와 관련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루 평균 6만~12만 명이 방문하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시내 거주 인구는 1955년 17만 5000명에서 2017년 5만 4000명으로 급감했다.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바르셀로나 등 남유럽 관광지에서는 관광 반대 시위가 빈발했다. 일본 교토에서는 관광객이 거리를 더럽히는 ‘관광오염’이 발생하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운영자들이 약 2만 개의 아파트를 운영하면서 주거 문제가 발생했다. 모두 한옥마을 주민들이 겪는 문제들이다. 

 

#종로구 “특별관리구역 지정 검토”…‘정확한 실태 파악 필요’ 목소리도

 

한옥마을 주민들은 ‘북촌 한옥마을 운영회’를 결성해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2018년 서울시는 ‘북촌 한옥마을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한 8대 대책안’을 시행했다. 대책안에 따라 △관광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제한 △일요일 관광 제한 △마을 지킴이 통한 관광객 통제 등이 시행됐다.

 

2023년 2월 종로구는 한옥마을 등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청와대 반경 1km 안에 있는 지역에 대해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종로구는 “관광객 관리와 주민지원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두고 주민공청회 등을 거치겠다. 오는 11월 완료 예정”이라며 “서울시 의견수렴과 문화체육관광부 특별관리지역 지정 신청·검토까지 지워진 뒤 확정 고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즈한국이 만난 주민들은 종로구의 대책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2018년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이 주민들로부터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태균 씨는 “(민원을 넣으면) 그때뿐이다. 신고하면 와서 관련 민원을 처리한다. 그런데 신고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어 한 씨는 “지금도 저기 있는 것은 관광객이 불법 주차한 차량이다. 그 옆에 있는 깨진 보도블록은 관광객들이 오가면서 파손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골목길 곳곳에 주차된 차량과 깨진 보도블록이 있었다.

 

서울시가 정한 관광 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6년 동안 한옥마을에서 거주한 전 주민자치 위원장 이강대 씨(59)는 “요즘은 중국 단체관광객보다는 동남아 관광객이 좀 더 많이 온다. 그런데 이들이 아침 10시 전에 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제로 관광객의 출입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6일 오전 9시 30분경에도 소수의 관광객이 한옥마을을 출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씨는 “2016년에 화장실도 서울시에서 두루마리 화장지를 제공해 줄 테니 집 화장실을 개방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연세 있는 분들이 좋은 뜻에서 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지금도 공중화장실이 없다. 관광객들이 한옥을 구경하러 언덕 위쪽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멀리 있는 공중화장실까지 내려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15일 오후 2시 10분경 폭 10m 남짓한 좁은 골목길에 오토바이, 승용차, 관광객 등이 서로 맞물려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이강원 인턴기자


주민자치 위원장으로 일하며 오버투어리즘에 관해 공부하고 관련된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해왔던 이 씨는 “구에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는데 여기에 몇 명 오는지 몇 개 나라에서 오는지 그런 현황부터 파악을 안 해왔다. 400m 안 되는 작은 길, 가회동에 대한 지리적인 연구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적, 단체관광, 개인 방문 등 여러 유형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가 천차만별인데 지자체의 문제 파악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종로구 관계자는 “(관광객 통제는) 일단 상위 법령이 있어야 하고 관광진흥법에 따라 특별관리지역을 지정하면 마을 방문 시간을 지정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주민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도 “들어가는 골목이 많은데 다 막을 수도 없고 주민과 관광객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더 불편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종로구가 지속적으로 주민들과 긴밀한 소통을 하며 대책을 수립해 나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공공화장실 문제에 대해서는 “공공화장실이 골목길 인근에 세워지면 혐오시설이다 보니 주민들이 많이 반대했다”며 “박물관이나 화장실을 개방해 준 곳에 한해서 물품 지원도 그동안 했다. 개방된 화장실을 좀 더 확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옥마을 실태 파악에 대해서도 “CCTV, 빅데이터 등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데이터까지 나온 다음 이를 근거로 주민들한테 이해를 구할 수 있고 특별관리지역 법안에도 이렇게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버는 돈의 0.1%라도 문제 해결에 써주기를”

 

모든 주민이 관광객으로 골목길이 북적이는 것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주민들에게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줄어들었던 관광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한옥마을은 1년에 약 270만 명이 방문한다. 관광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관광객을 막는 것도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평생 한옥마을에서 살아온 A 씨(63·남)는 “(관광객 증가가) 여기서 사업하고 관광에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관광객에게) 사실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한옥마을 초입에서 관광객에게 기념품을 팔고 있다. 그는 “어차피 우리나라 경제에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광 활성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던 이강대 씨도 “어쨌든 서울에 오면 국가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며 “경제 전문가, 문화 전문가, 주민, 담당 공무원 등이 모여서 같이 풀어야 해결이 된다. 이곳에서 거둬들이는 수익이 많은데 거기에서 0.01%만 써도 재원은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세계 여러 나라들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정책을 시행할 때 시 당국과 시민들이 먼저 합의하는 시민 참여형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암스테르담은 목표를 수정했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데 집중하지 않고 주변 33개 도시로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관광지 수익을 관광지 정비에 투입하는 정책도 시행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의 도로에 입장하려면 관광객은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중국 저장성에 있는 우전시도 도시 입장료를 받고 있다. 재원은 관광지 정비에 사용된다.

이강원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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