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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사내연애③ '오피스 스파우즈'가 불륜이 되지 않으려면

배우자와 평소 탄탄한 신뢰 구축이 관건…특정 1인과 과도한 친밀함은 지양해야

2023.05.17(Wed) 13:59:30

[비즈한국] 회사 선배 중에 유명한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 사무실 배우자) 커플이 있었다. 사실 ‘사랑과 전쟁’​ 속 조연 같은 일을 겪기 전까지는 그 두 명이 그렇게 가까운 동료 사이인지조차 몰랐다. 관심이 별로 없기도 했거니와 그들이 많은 이에 눈에 띌 만큼 특이한 기류를 형성하거나 행동을 보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업무난이도가 워낙 높은 부서이기도 했고 그만큼 팀워크가 좋은 팀이기도 해서 언젠가 한 번쯤 기회가 되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말이다.

 

‘오피스 스파우즈’​의 인정 여부를 떠나, 곤란에 처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여느 때와 같이 점심을 일찍 먹고 들어와 잠깐 눈을 붙이려던 차였는데 별안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40대 중반 정도의 남자가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마침 자리가 출입구 근처였고 사무실이 거의 비어있었던 지라 ‘김XX, 이 개XX가 누구야, 당장 나와’라며 소리를 지르며 난입하던 그를 만류할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그가 찾는 김 모 팀장은 외근 중이었기에 건조하게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며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 XX가 외근을 어디로 갔는지, 누가 동행했는지를 캐물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행선지와 동행자를 알려줄 의무는 없었기에 재차 무슨 일인지를 물었으나 그는 한참을 씨근대며 자리에도 없는 이를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영문도 모르고 졸지에 욕받이가 되었으나 사람들이 점점 더 모여들기 시작하고 나서야 겨우 그는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 늦게 미지의 방문객, 혹은 악성 민원인이 김 팀장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여자 선배의 남편임을 전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도 그들은 업무차 같이 외근을 나갔었다.   

 

1년쯤 후 김 팀장이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 선배가 각각 이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군가는 사실 예전부터 그렇고 그런 사이였던 것 아니냐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고 했고, 또 누군가는 친한 동료 사이일 뿐 각기 다른 이유로 이혼을 한 것인데 시기가 공교롭게 겹친 것 아니겠냐고도 했다. 이성 간의 감정 없이 서로 업무를 상의하고 직장 스트레스를 나누는 끈끈한 동료 사이였는지, 아니면 누군가 의심했던 것처럼 적정선을 넘어 더 깊이 있는 교감을(정신적 교감을 포함하여) 나누었을지는 당사자들 밖에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들의 이야기는 한동안 뜨거운 이슈였다.  

 

무려 10년도 더 된 일이고 당시만 해도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할 무렵이라 실제 내가 몸담은 회사에서 직접 겪은 일은 꽤 충격적이었다. 미혼 시절에야 그저 남사친 여사친 논란에서 그칠 문제이지만 기혼이 되면 오피스 스파우즈가 불륜이냐 아니냐로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통계청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국민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 동안 일이나 학습과 관련한 의무활동으로 소비하는 시간은 7시간 38분인 반면, 개인이 자유롭게 사용가능한 시간은 4시간 47분이다. 이를 제외한 시간은 수면이나 식사 같은 필수활동에 써야 하니 집에 있는 배우자와 얼굴을 맞대고 하루의 일과를 시시콜콜 나눌 수 있는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나 진행 중인 업무에 조언을 구하고, 공동의 적에 대해 뒷담화를 하기엔 교집합의 범위도 너무 좁고,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하는 배경설명만 한가득하니 공감을 얻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도 아이를 낳고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면 이런 대화시간 조차 사치가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의 직업과 업무를 잘 이해해 주고 고충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까운 동료에게 성별을 떠나 인간적으로 좋은 감정이 싹트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피스 스파우즈나 와이프/허즈번드라는 표현이 좀 이상하게 들려서 그렇지 업무를 충실히 임하다 보면 손발이 잘 맞는 동료는 생길 수밖에 없다. 오히려 특별히 소통이 잘 되고 의지하는 사람 하나 없이 회사를 다닌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꽤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인사팀에 있다 보면 기혼 직원의 배우자로부터 ‘오피스 스파우즈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며 징계 요청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회사가 직원 개인의 사생활까지 개입하여 행위의 잘잘못을 가리고 징계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나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동료 간에 연락을 자주 하고 식사를 했다는 것만으로 부정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이성간에는 외근이나 출장, 야근을 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일은 개인 간의 민사로 해결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혹여 취업규칙에서 사내 연애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회사라면 사규를 어긴 것이니 징계사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노동위원회까지 가게 되면 부당징계가 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사내에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위를 하다가 걸린다거나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할 정도의 문제가 확인된다면 복무질서 위반으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긴 하다. 이런 일은 실제로 벌어지면 사실 관계는 둘째치고 속된 말로 쪽이 팔려서 회사생활을 계속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배우자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하지 않고 평소 탄탄한 신뢰 관계를 쌓아두면 된다. 아무리 상대가 내가 회사에서 처한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설명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가장 가까운 이에게 먼저 털어놓고 대화하는 것이 정답이다. 상대 배우자 입장에서 봤을 때 기분 나쁠 말이나 행동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내가 그 입장이 되었을 때 어떨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사람에 따라 부적절한 행동의 기준점이 굉장히 낮을 수도, 높을 수도 있다. 육체적 외도보다 정신적 외도가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사고를 좀 더 유연하게 갖는 것도 방법이다. 회사에서조차 일부일처제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고된 회사생활을 버티기 위해 정서적으로 의지할 동료가 필요하다면 여러 명의 오피스 스파우즈를 거느리면 될 일이다. 업무조언을 구하는 남편, 육아 고민을 함께 하는 아내,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남편, 공동의 적(상사이거나, 클라이언트, 혹은 민원인 그 누구든)에 대한 뒷담화를 함께하는 아내를 두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불특정 다수와 두루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것이 특정 1인과 돈독한 관계를 쌓는 것보다 여러모로 유리하다. 아무리 성적 긴장감이나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전혀 없는 생물학적 남녀 사이라 할지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오해를 사기 쉽기 때문이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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