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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좁고 척박한 땅에서 꽃피운 네덜란드의 농업 혁신

열악한 조건 극복하려 일찍부터 투자·연구…지리적 이점과 우수한 인프라 갖춰 관련 대기업·스타트업 거점

2023.05.02(Tue) 14:15:51

[비즈한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투자 회사 컨벤트캐피털(Convent Capital)이 최근 농식품 성장 펀드 결성(closing) 작업을 마무리했다. 1억 유로(1470억 원) 규모로 조성된 이 펀드에는 네덜란드 보험회사 ASR이 1000만 유로(147억 원)를 투자했다. 정확히는 ASR보험의 자회사 ASR자산운용(asset management)이 투자 주체다. ASR자산운용은 750억 유로(105조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며 주로 지속 가능 분야에 투자한다. 네덜란드연기금, 보험사, 기부자자문펀드(donor-advised fund), 교육 기관 및 정부 기관 등이 고객이다.

 

컨벤트캐피털은 2011년에 설립된 독립 자산 운용사다. 주로 유럽의 성장과 바이아웃 기회에 초점을 맞춘 두 개의 펀드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아웃 펀드는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구조조정이나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고 지분을 다시 팔아 수익을 내는 펀드로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컨벤트캐피털은 2011년부터 다층형으로 자사 펀드에 투자하면서 최상위펀드 또는 중위펀드가 다시 최하위펀드 등에 투자하는 일명 ‘순환 투자’를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지속 가능한 농식품 분야의 성장을 돕는 펀드를 출시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컨벤트는 설립 초기부터 현재의 선형 경제에서 순환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볼 수 있다. 순환 투자는 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네덜란드의 컨벤트캐피털은 농식품 성장 펀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사진=컨벤트캐피털

 

#네덜란드 투자회사의 농식품 성장펀드는 어떻게 사용될까

 

컨벤트캐피털은 이번 농식품 성장 펀드를 유럽의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식품 및 농업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식품 시스템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개선해 재정적 수익과 환경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컨벤트캐피털의 수석(principal) 보르 보어(Bor Boer)는 보도자료를 통해 “식품 및 농업 임팩트 펀드의 성장에서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식량과 농업이 지구의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고 믿으며, 우리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한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ASR보험회사는 네덜란드 농지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최대 투자회사 중 하나다. 특히 보르 보어는 “ASR과의 협력을 통해 컨벤트캐피털의 포트폴리오 회사들에게 네덜란드 1차 농업 부문과의 연결고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며 ASR와의 협업이 좋은 시너지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이 펀드는 이미 식물성 사료 첨가제 회사인 AHC와 바이오 기반 화학 회사인 체인크래프트(Chaincraft) 등 식품과 농업 분야에 혁신을 시도하는 여러 기업이 참여한다. 이 펀드가 최근 유치한 가장 큰 규모의 투자는 비히어로(BeeHero)에 대한 리드 투자로 총 4300만 달러(575억 원) 규모다. 비히어로는 꿀벌이 정밀하게 수분활동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로 캘리포니아에 본사가 있고, 이스라엘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고 있다. 양봉가, 농업인, 엔지니어, 기업가, 과학자 등 농업과 양봉의 전문가가 설립한 회사다. 

 

벌의 건강에서 수분 활동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수분 활동을 관리하는 비히어로. 사진=비히어로

 

#네덜란드, 농업, 스타트업 

 

우리가 알고 있는 네덜란드는 국토가 한국의 절반도 안 되는(4만 1543㎢) 작은 나라다. 그런 곳에 이렇게 큰 규모의 농업 관련 펀드가 조성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네덜란드는 땅은 작지만, 최첨단 농법으로 농업 기술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가는 나라 중 하나다. 농산물 수출액에서도 작은 면적에 비해 압도적인 실적을 자랑한다. 2021년 네덜란드의 농산물 수출액은 1050억 유로(146조 원)로 세계 3위에 달한다. 세계 1위인 미국(1770억 달러)엔 못 미치지만 국토 면적이 200배나 큰 브라질(1250억 달러)과 늘 2·3위를 다툰다.

 

세계 최초로 유리 온실 농업을 시작한 곳도 네덜란드의 서부 도시 베스틀란트다. 이미 1850년대부터 포도 재배를 위해 유리 온실을 만들었다. 그 밖에 수직 농업 등 실내 농업이 발달했으며 스마트팜이 가장 활발한 곳이기도 하다. 네덜란드 농업의 99%가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IT강국인 한국의 스마트팜 운영 비율이 1%인 것을 보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바로 열악한 토양 및 국토 조건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네덜란드 국토의 약 25%가 해수면 아래에 있다. 간척사업을 통해 땅을 늘리기는 했지만, 염도가 높아서 농사짓기에 적당하지 않고 날씨도 변화무쌍해서 여러모로 어려운 조건이다. 이런 조건을 극복하고서 먹고살기 위해서 일찍부터 농업과 식품에 대한 다양한 연구개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종자에도 많은 투자를 진행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종자를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 덕분에 농업·식품과 관련한 기업들이 가장 먼저 혁신을 꾀할 때 찾는 곳이 네덜란드다. 세계 20대 농식품 기업 중 15곳이 네덜란드에 주요 생산시설이나 R&D 센터를 갖추고 있다. 네슬레(Nestlé), AB인베브(AB InBev), 코카콜라(Coca-Cola), 유니레버(Unilever), 하이네켄(Heineken), 카길(Cargill), 크래프트하인즈(Kraft Heinz) 등 이름만 대도 모두 알 만한 기업이다. 

 

대기업 외에도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이노센트 드링스(Innocent Drinks), 램 웨스턴/마이어(Lamb Weston/Meijer) 같이 이름난 스타트업도 네덜란드를 선택했다. 비욘드 미트는 미국에서 설립된 대체육 생산 스타트업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미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유럽의 베이스캠프로 택한 곳도 네덜란드다.

 

유럽에서 네덜란드의 지리적 이점은 무엇일까. 반경 1000km 이내에 2억 4400만 명의 소비 인구가, 500km 이내에 1억 7000만 명의 소비 인구가 있다. 또 우수한 인프라 덕분에 유럽 시장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공항, 고속철도, 도로와 수로를 갖춘 네덜란드의 인프라는 유럽과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열어준다. 특히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경제국과 인접하며, 유럽 최대 항만인 로테르담항과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은 물류 유통의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 밖에 국가적으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기업 친화적인 통관절차, 세계 최대 인터넷 공급망(AMS-IX)도 보유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우수한 인프라와 지리적 이점 덕분에 유럽의 관문이 되고 있다. 사진=네덜란드투자청

 

스타트업과 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한 토대가 잘 되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농식품 및 농업기술(agtech)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들이 착유 로봇, 수확 로봇 같은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수직 농업, 작물 다각화 등을 연구한다. 기업은 주로 네덜란드 정부와 현지 연구기관들과 협력한다. 특히 바흐닝헨대학 부설연구소(Wageningen University & Research)는 식량 생산의 혁신을 주도하는 연구기관 중 하나다.

 

니조(NIZO) 식품연구소도 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곳이다. 니조 식품연구소에서는 유제품, 이유식, 식물성 단백질 분야 기업과 공동 연구 개발을 진행해 기업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에서는 농식품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연구 인센티브를 제공하한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과 혁신 연구를 하는 기업에게 R&D 관련 인건비와 기타 비용을 공제해 세제 혜택을 주고, 친환경 관련 투자에서도 최대 45%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네덜란드에서는 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다양한 민관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데어리 캠퍼스(Dairy Campus)는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바흐닝헨대학 부설연구소에서 설립한 데어리 캠퍼스는 전국의 낙농민과 유제품 공급업체, 가공업체를 연결한다. 

 

데어리 캠퍼스의 비전. 사진=데어리 캠퍼스

 

브라이트랜드 미래농업연구소(Brightlands Future Farming Institute)는 네덜란드 농식품 분야의 연구개발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식량 생산 증대를 위해 차세대 농업, 빅데이터, AI를 연구한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식품 및 농업기술 분야의 액셀러레이터도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주로 기업 산하 액셀러레이터들이다. 록스타트(Rockstart), 호티히어로즈(HortiHeroes), 예스델프트(Yes!Delft), 스타트라이프(StartLife) 같은 기업들이 전 세계 농식품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연구 및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한다. 그 밖에 델프트공과대학 애그테크연구소(TU Delft’s AgTech Institute)는 글로벌 식량문제에 기술 중심의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과 연구개발 과정을 조합했다.

 

네덜란드는 좁고 척박한 땅이라는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데 오랜 시간 진심이었다. 혁신 기술이 네덜란드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있었다. 그 네덜란드가 이제​ 전 세계를 먹여 살리고 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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