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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현실판 '재벌집 막내아들'…스타트업 키우는 유럽 재벌가 자손들

BMW, 밀레, LVMH 상속자들 스타트업계 '큰손'으로 활약

2023.04.27(Thu) 10:03:49

[비즈한국] 순양그룹의 충직한 직원 윤현우가 환생한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 인생 2회 차를 맞이하게 된 진도준은 이미 겪은 지난 생의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해 큰돈을 벌어들인다. 몇 년 후 오르게 될 부동산부터 전 세계를 강타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IMF 위기까지. ‘미라클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 회사를 설립해서 9·11테러 등으로 침체된 시장에 펀드를 출시해 막대한 수익도 올린다.

 

환생한 진도준만큼은 아니겠지만, 현실에서도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가에서 얻은 다양한 고급정보와 재력과 네트워킹이 또 다른 부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유럽 스타트업계에서는 재벌집 자손들이 투자의 큰손이 되어 활동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투자’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만 가지고 사업이 성공할 수는 없다. 그 기술과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뒤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투자가 필수다. 유럽 스타트업계에서 투자자로 활약하는 재벌집 아들딸을 소개한다. 

 

#창업지원센터 만든 ‘BMW 상속녀’ 

 

수잔 클라텐(Susanne Klatten)은 BMW의 상속녀로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명인사다. 포브스(Forbes)에 따르면 클라텐은 2021년 순자산만 약 300억 달러(40조 원)로 세계 부자 순위 53위에 올랐다. 1982년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오빠 슈테판과 함께 BMW 주식을 포함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수잔은 영국 버킹엄대학교(The Unversity of Buckingham)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에서 인턴십을 마쳤으며 스위스 로잔의 사립 경영대학교인 IMD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독일 뮌헨의 스타트업 창업혁신지원센터 ‘운터네머툼’을 설립한 BMW 상속녀 수잔 클라텐. 사진=unternehmertum.de

 

수잔 클라텐은 독일 기독민주연합(CDU)의 최대 기부자 중 한 명이다. BMW뿐만 아니라 다양한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경영에 참여하지만, 외부에 잘 나서지 않는 은둔형 재벌로 유명하다. 어릴 적에 어머니와 함께 납치 미수 사건을 겪은 데다 2007년에는 의도적으로 접근한 이탈리아계 남성에게 금품 갈취 협박을 받은 일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

 

클라텐은 2002년에 뮌헨 근교에 위치한 가르힝(Garching)에 민간 액셀러레이터이자 스타트업 클러스터인 운터네머툼(Unternehmer TUM)을 설립했다. ‘툼(TUM)’은 뮌헨공과대학교(Technische Universität München)의 줄임말이다. ‘운터네머’는 ‘창업가’, ‘기업가’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뮌헨공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뮌헨공과대학 캠퍼스 내에 운터네머툼이 있고 공과대학과 협업도 많이 한다. 

 

운터네머툼은 직원이 400명 이상 있는 큰 기업이다.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 자원 부족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신기술에 지원을 많이 한다.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스타트업이 제품 개발과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데, 내부에 2700제곱미터 규모의 제작소(Maker Space)가 있어서 스타트업이 직접 프로토타입과 소규모 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운터네머툼 내부의 제작소. 사진=unternehmertum.de

 

운터네머툼에는 2023년 우주기술 분야 최대 투자를 유치한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Isar Aerospace)가 입주해 있다. 스캐닝 라이다(LiDAR) 시스템과 감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블릭펠트(Blickfeld), 스마트하고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렴한 대중교통 수단 플릭스 모빌리티(FilxMobility)도 운터네머툼 출신이다.

 

수잔 클라텐은 2021년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와의 인터뷰에서 운터네머툼을 유럽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유럽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운터네머툼 같은 스타트업 허브가 유럽 전역에 50개가량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명가 밀레의 3대손, 밀레 아닌 벤처 투자

 

밀레는 1899년 설립된 독일 프리미엄 가전 회사다. 다양한 독일의 가전 브랜드 중에서도 명실상부 역사가 가장 길고 비싼 것으로도 유명하다. “밀레 세탁기는 바꾸고 싶어도 고장이 안 나서 바꾸지 못한다”라고 할 정도로 품질면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밀레의 3대손 크리스티안 밀레(Christian Miele)도 독일 스타트업계의 핵심 인사다. 크리스티안은 쾰른 비즈니스스쿨(CBS)을 졸업한 후 독일의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인 로켓 인터넷(Rocket Internet)을 거쳐서 2012년 ‘오늘의티켓(TodaysTicket)’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베를린에 자리한 오늘의티켓은 이벤트, 공연 등의 티켓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며 스페인 회사에 인수되어 엑시트했다. 이후 크리스티안은 크고 작은 스타트업 약 20곳에 투자했고, 현재는 미국계 벤처캐피털 회사 헤드라인(Headline)의 독일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이자 독일 스타트업협회 의장을 맡고 있는 밀레의 3대손 크리스티안 밀레. 사진=headline.com

 

2019년부터는 독일 스타트업협회(Startup Verband)의 의장도 맡고 있다. 독일 스타트업협회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는 대기업, 연구기관 등 관련 기관들이 모인 비영리 단체로 스타트업의 네트워킹 확장을 돕는다. 

 

크리스티안 밀레는 다수의 인터뷰에서 “가족 사업에서 경영과 관련한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가족 사업에 참여할 생각은 없다”며 전통 대기업 밀레와는 선을 그었다. 현재 밀레의 CEO는 크리스티안의 삼촌 마르쿠스 밀레(Markus Miele)다.

 

#루이뷔통 큰딸, 부부 모두 스타트업 투자

 

루이비통, 펜디, 지방시, 겔랑 등 60개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의 LVMH(루이뷔통모엣헤네시)그룹도 스타트업계에선 빼놓을 수 없다. LVMH그룹은 프랑스의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인 비바 테크(Viva Technology)의 주요 후원사다. 특히 비바 테크에서 ‘LVMH 혁신 어워드’를 주관하면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LVMH 브랜드와 협업할 기회를 제공한다.

 

2022 프랑스 비바 테크. 사진=vivatechnology.com

 

이 상은 LVMH그룹의 장녀이자 현재 디올(Dior) CEO인 델핀 아르노(Delphine Arnault)가 주도해 만들었다. 델핀 아르노는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와 프랑스 EDHEC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했다. 졸업 후 2년 동안 맥킨지에서 경력을 쌓고 2001년 LVMH에 합류했다. 루이뷔통 총괄 부사장을 역임한 후 2023년 2월부터 디올 CEO로 재직 중이다. 

 

LVMH그룹의 장녀이자 크리스챤 디올의 CEO인 델핀 아르노. 사진=LVMH.com

 

재벌집 사위도 스타트업계의 큰손이다. 델핀의 남편이자 억만장자 기업가인 자비에르 니엘(Xavier Niel)이 그 주인공이다. 니엘은 프랑스에서 12위로 꼽히는 부자다. 통신 업체 일리아드(Iliad)의 창업자이자 대주주이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의 공동 소유주이다. 그는 2010년부터 프랑스계 이스라엘 사업가 제레미 베레비(Jeremie Berrebi)와 함께 키마 벤처스(Kima Ventures)라는 VC를 설립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1년에 50~100개의 운용한다. 앤젤투자자로서 개인 투자도 활발하게 한다. 2013년에는 ‘42’라는 코딩 학교도 설립했다. 이 학교에서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무료로 코딩을 배울 수 있다. 지역 이름을 따 42파리, 42베를린, 42볼프스부르크 등 지역 캠퍼스를 계속 설립해 2021년까지 전 세계에 33개의 학교가 만들어졌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재벌가 자손들이 왜 ‘위험한’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혁신과 기술이야말로 ‘돈’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유럽 재벌집 자녀들의 스타트업 사랑을 눈여겨볼 만하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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