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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투자자 사로잡는 '콜드메일' 쓰는 법

투자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핵심 한 번에 설명해 상대의 시간 단축해줘야

2023.04.19(Wed) 10:22:23

[비즈한국]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미국 테크스타(Techstars)의 멘토로 활동하는 야스민 모리슨(Yasmine Morrison)이 SNS에 짧은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 전문가인 야스민은 하루에도 수백 개의 투자 문의를 담은 스타트업의 메시지와 이메일을 받는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 더 이상 읽지 않는 메일이 있는가 하면, 몇 가지 숫자와 내용을 보고 머뭇거림 없이 20분의 첫 미팅을 제안하게 되는 스타트업도 있다.

 

아래는 모리슨이 제안한 콜드메일의 작성 사례다.

 

님 안녕하세요. 최근 투자자님이 블로그에 적은 ‘일의 미래(Future of Work)’ 에 관한 글을 보았습니다. 그 관점에서 저희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저희 회사 은 **을 위해서 **을 만드는 중입니다. 

팀: A (CEO, 전 스트라이프 멤버), B (CTO, 1회 엑시트 경험)

호응도(Traction): 3건의 구매 의향서(LOI), 200명 회원 가입

 

이런 성과가 흥미롭다고 느끼신다면, 저희가 지금 추진하는 150만 달러 규모의 프리시드 라운드를 위해 20분가량 짧은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다른 편한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야스민 모리슨이 공개한 ‘투자자에게 콜드메일 쓰는 법’. 사진=야스민 모리슨 링크드인

 

경험과 네트워킹이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콜드메일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투자 받기 위해서 네트워킹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하니 잘 모르는 투자자에게 무작정 연락할 수밖에 없다. 야스민 모리슨은 “모르는 투자자에게 연락하더라도 그들에게 후속 미팅을 얻어내는 메일이 있는가 하면, 바로 까이는(?) 메일이 있다”라고 말한다. 차가운 메일(cold mail)을 따뜻하게(warm) 만드는 비법이 있을까. 

 

#투자 전문가가 알려주는 ‘투자자에게 콜드메일 보내는 법’

 

야스민 모리슨은 자신의 링크드인에 투자자에게 콜드메일 보내는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모두가 연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공적 투자 유치를 위해서 콜드메일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비즈니스를 할 때 고객 전환율(conversion rate)이 중요한 것처럼 콜드메일을 보낼 때도 전환율을 고려한 효율을 생각하라는 것이 그녀의 조언이다. ​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의 멘토 야스민 모리슨. 사진=야스민 모리슨 링크드인

 

먼저 양보다 질에 우선순위를 둘 것. 무작정 많은 투자자에게 메일을 보내기보다는 자신이 해당하는 산업계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를 목표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가운데 좋은 투자 실적을 가진 사람을 골라내는 것도 창업자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두 번째로 헌터(hunter.io)와 같은 툴을 적극 이용할 것. 헌터는 공개된 웹페이지의 데이터 검색을 자동화해, 전문 비즈니스 영역에서 중요한 이해관계자의 이메일 주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0.5초 만에 공개적으로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검색하고, 관계자의 부서명과 기본적인 비즈니스 프로필까지 알려준다. 헌터는 미국 스타트업이다. 유럽 스타트업이라면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생각하지 못했을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흥미롭다.

 

그 밖에 관심을 끄는 이메일 제목, 글머리 기호를 사용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소개글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야스민은 ​강조했다. 투자자들은 시간이 없고, 비슷비슷한 메일을 수천 개 이상 받아 보았을 것이다. 따라서 숫자와 데이터로 회사의 내용을 한 번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엘리베이터가 닫히는 1분 이내에 스타트업의 모든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엘리베이터 피치처럼 이메일도 피칭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제목을 보고 이메일을 여는 15초 안에 투자자를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야스민 모리슨의 조언이다. 

 

또 투자자의 최근 글, 트윗 등을 참조해 개인적인 관심사를 건드리는 것에서 시작하고, 20분 미팅을 제안할 때도 캘린들리(calendly)와 같은 미팅 어레인지 툴을 이용해 투자자가 미팅을 쉽게 잡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팅 어레인지 툴 캘린들리. 사진=calendly.com

 

투자자가 좀 더 관심이 생기면 회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피치 덱(Pitch Deck)도 첨부해야 한다. 미팅을 잡은 이후에 피치 덱을 보내 커뮤니케이션 횟수를 늘리지 말고, 바쁜 투자자들의 눈과 손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한 번에 준비하는 것이 핵심이다. 

 

#“복붙은 금물” 꼭 담아야 할 것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투자자들이 SNS에 “제발 좀 이렇게! 메일을 보내세요!!”라고 외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스타트업의 메일에 허덕여서였을 것이다. 

 

런던의 SHL캐피털(SHL Capital)에 근무하는 사힐 라빈기아는 “100개의 복+붙(copy-pasted) 콜드메일은 1%의 전환율을 보이고, 10개의 특별한(unique) 콜드메일은 80%의 전환율을 보인다. 콜드메일을 쓰면서 글쓰기 기술이 향상되고, 도움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 대한 연구도 된다”라며 고유한 이메일 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HL캐피털은 런던 기반의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이고, 한 스타트업에 10만~25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서 1년에 약 1000만 달러 규모의 펀딩을 진행한다. 

 

런던 기반의 또 다른 VC인 20 미닛 VC(20 Minute VC)의 투자자 해리 스테빙스는 “얼마 전 한 행사에서 VC가 창업자들에게 ‘콜드메일을 보내지 마세요. 우리는 그것을 보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충격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창업자가 그들의 VC가 주목하는 펀딩 단계, 지리적인 조건, 선호하는 부문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 외에는 이 VC가 틀렸다고 생각한다”라며 콜드메일에 반드시 담아야 하는 내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런던의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Lightspeed Venture Partner)의 폴 머피는 VC에게 콜드메일을 보낼 때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언급한다. 메일을 써서 미안하다고 말하기, 여러 투자자에게 동시에 또는 BCC(숨은참조)로 해서 한꺼번에 보내기, 관련 없는 분야의 펀드에 보내기, VC가 ‘당신은 적합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 화내기. 이 모두가 피해야 할 행동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이 얼마나 많았으면 트위터에 공유까지 했을까.

 

#이메일 커뮤니케이션 돕는 스타트업 활용하라

 

이 같은 창업자들의 고민을 꿰뚫어 보고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스타트업도 있다. 핀란드 스타트업 플로라이트(Flowrite)는 AI(인공지능)와 NLP(자연어처리)를 이용해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툴을 개발했다. 2020년에 창업해 베타 서비스를 오픈하자마자 2만 5000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핀란드의 스타트업 플로라이트. 사진=flowrite.com

 

일상적인 업무에 사용되는 이메일 템플릿을 제공하고 자동으로 문법을 고쳐주며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투자자에게 쓰는 메일’과 같이 특정한 목적을 가진 메일의 전환율을 높여주는 템플릿까지 제공한다. 특히 비즈니스 이메일에서 사전 회의, 자기소개, 사업 문의를 위한 템플릿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고객 상담 같은 특정 분야를 위한 템플릿도 제공한다. 플로라이트는 현재 460만 유로(66억 원)의 투자를 받아 핀란드 스타트업 중 2023년 성장이 기대되는 곳으로 꼽혔다.

 

오픈 VC(Open VC)는 프랑스 청년들이 만든 VC와 창업자를 위한 플랫폼이다. 오픈 VC 창업자 스테판 나세(Stéphane Nasser)와 뤼카 로퀼리(Lucas Roquilly)는 창업자는 투자자와 연결되기가 어려운데, 투자자는 제대로 된 창업자가 없다며 푸념하는 상황을 보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오픈 VC에서는 VC에게 메일 보내는 법, 스타트업 피치 덱 만드는 법, 스타트업 재무구조를 만드는 법 등 창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오픈 VC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창업자와 투자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픈 VC가 제안하는 콜드메일 작성법은 굉장히 구체적이다. 이메일 제목을 쓰는 법만 해도 60자 미만, ‘투자 유치 희망’ 등 일반적인 내용 금지, 자금 조달 단계 명시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오픈 VC가 제안하는 이메일 쓰는 법. 사진=openvc.app​

 

이메일 본문을 쓰는 방법도 정해진 규칙이 있다. 격식을 갖춰 ‘Ms. 또는 Mr. ○○ 귀하’라고 하기보다 ‘Hi, ○○’의 형식이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 VC에게 보내는 첫 메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말고 반드시 CEO가 보내야 한다. 본문은 1000자 미만, 법적 회사명을 길게 나열하지 말 것,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소개 메일과 동시에 발송할 것,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설명을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할 것, ‘인상적인 성장을 했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보다는 숫자를 명시할 것, 링크와 이미지로 본문을 채우지 말 것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창업의 과정에는 시간과 끈기가 필요하다. ‘하나만 걸려라’라는 마음으로 전 세계 수백 명의 투자자에게 똑같은 메일을 보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박할수록 더욱 효율적으로, 영리하게 접근해야 한다. 유럽 투자자들이 SNS과 블로그에 올리는 글만 살펴봐도 그들에게 접근할 묘안이 떠오른다. 본질과 핵심에 집중할 때, 해결책이 떠오르는 법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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