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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직장 내 괴롭힘⑤ '가시나' 입에 달고 살던 부장이 불러온 나비효과

조직 내 겪는 무례함은 업무에 부정적 영향…피해자 아닌 목격자도 업무능률 저하

2023.04.06(Thu) 10:59:24

[비즈한국] 당신의 상사가 같은 부서의 여성직원에게(혹은 당신에게) ‘가시나’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갑질, 혹은 괴롭힘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 정도 언사는 주 40시간 이상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 사이라면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단어라 생각하는가?

 

회사에서 직급이 낮은 여직원들에게 가시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던 B 부장은 징계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내 고향인 경상도에서는 동생 뻘 되는 손아래 여자들에게 친근함의 표현으로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고 설명하며 욕설이나 폭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단어는 특정 지역 출신 사람들이 사용할 경우에 너그럽게 이해해줘야 하는 것일까?

 

직장상사의 일상적인 폭언은 가족 같은 조직문화라는 착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B 부장의 주장은 전제부터 틀렸다. 당신 팀에 소속되었다고 해서 그 직원이 당신의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친하다는 말도, 동생뻘이라는 것도, 그러니 함부로 혹은 허물없이 대해도 괜찮다는 것도 모두 혼자만의 생각이다. 한민족, 한겨레와 같이 혈통이나 종족으로서의 동질성을 좋아하는 전통적인 한국 문화에서야 동료 혹은 부하직원의 집안 대소사는 물론이고 숟가락 숫자까지 공유하는 가족 같은 조직문화가 당연시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6살 어린이도 ‘경계존중’ 교육을 받는 시대이다. 개인과 개인 간의 경계는 국경과 같아서 몸과 마음의 영토에 허락 없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특히 나이나 지위, 역할(가족 내에서도)을 명분으로 국경을 무단으로 침입하기 쉬운데 그런 경우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로 인해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명확하게 의사표시하라고 배운다. (6살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교육자료에서 실제로 발췌한 내용이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무리 중에 누군가 무례한 농담을 했을 때 단 한 명이라도 웃지 않는다면 그 또한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고 배운다. 그러니 하물며 가족 간에도 혹여 그 대상이 사춘기 딸이라면 혼내는 와중에 ‘가시나’와 같은 성차별적 언어와 일방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이를테면 자신이 정한 경계를 넘어서 함부로 체벌하는)을 했을 때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신고당할 수도 있다. 이 또한 실제로 고2 아들로부터 신고당한 동료가 직접 해준 말이다.

 

예전과 달리 사회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랫사람 눈치나 봐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조직이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 수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면담하다 보면 가해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괴롭히지 말라는 것은 업무지적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이나 지위를 이용해서 남의 감정에 상처입히고 함부로 경계를 넘는 무례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그런데 대부분 가해자는 자신의 무례한 언행에는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피해자의 무능함 때문에 혹은 조직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답한다.

 

정말 이렇게 무례하고 몰상식한 말을 하면서 팀원을 다그치고 지적하면 개인이, 혹은 팀이, 회사가 발전할 수 있을까? 일상적인 폭언을 견디고 혹독한 가르침을 받아야만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고, 더 나은 퍼포먼스가 나온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가?

 

크리스틴 포래스라는 조지타운대 경영학과 교수가 ‘조직 내에서 겪는 무례함(괴롭힘)과 업무성과 간의 연관성’을 주제로 진행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조직에서 경험하는 무례한 행위들은 경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직 내 인간관계에서 몰상식하고 무례한  언행을 경험한 사람의 80%는 자신이 당한 일을 곱씹느라 근무 시간의 대부분을 깎아 먹었고, 66%는 업무에 더 적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12%는 회사를 떠났다. 분명히 더 잘하라고, 더 나은 성과를 내라고 혼낸 것뿐인데 돌아오는 결과물은 이전보다 더 참담해지는 것이다. (관심 있다면 더 자세한 내용은 TED 강연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자신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목격자에 불과하더라도 업무능률이 똑같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폭언이나 부정적인 상황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폭언의 대상자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집중력이나 지적능력 또한 감소하게 된다. 매사에 부정적이 되고 정보를 공유하거나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게 된다. 괴롭힘으로 인해 특정 개인뿐 아니라 팀 전체의 성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자연히 관리자의 심적부담은 더 커지고 다시 폭언을 반복하겠지만 성과는 점점 더 떨어지는 끝없는 굴레에 갇히게 된다.

 

실제로 장기간 특정인의 폭언에 노출되었던 부서(관련기사 상습적인 폭언을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는 2년의 기간 동안 실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팀원들의 인센티브는 점점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녹취파일 속 A의 폭언은 날짜가 지날수록 점점 더 수위가 세졌다.

 

조직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가? 유능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은가? 높은 실적을 내서 많은 인센티브를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주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팀원들에게 늘 감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 좋은 의견은 수용하고 반대 의견이 있다면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겸손하게 자기 생각을 피력하는 것. 쉽게 말해서 회사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그저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면 된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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