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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EU 'AI법'은 스타트업의 혁신을 방해할까

이탈리아, 챗GPT 금지 등 개인정보 보호 민감한 유럽…규제 강화한 AI법에 초미 관심

2023.04.05(Wed) 10:23:23

[비즈한국] 이탈리아 개인정보보호 규제기관이 개인정보 침해를 이유로 챗GPT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제 이탈리아에서는 챗GPT 웹사이트에 접속이 되지 않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4월 3일 챗GPT를 만든 미국 회사 ‘오픈AI’의 이탈리아 사용자 데이터 처리를 즉시 차단하고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조처는 유럽 각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와 아일랜드는 챗GPT 차단의 근거를 확인하기 위해서 이탈리아 당국과 접촉했다. 독일 개인정보 감독기구(BfDI)도 챗GPT 금지 가능성을 발표했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대중의 민감도가 높고, 규제 측면에서도 세계를 선도한다. 유럽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은 유럽에 있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2020년 프랑스 정부가 GDPR을 위반한 구글에 5000만 유로(7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일은 전 세계 테크기업을 떨게 만들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이탈리아 당국의 이번 규제 또한 전 세계 AI와 관련 테크 기업들의 촉각을 곤두서게 했다. 유럽은 과연 AI 스타트업에게 좋은 환경일까? 올해 초에 시행 예정인 EU AI법과 관련한 유럽의 AI 관련 규제 동향을 살펴보고,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를 진단해본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대중의 민감도가 높고, 규제 측면에서도 세계를 선도한다. EU AI법은 테크회사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사진=coess.org

 

#최대 400억 원까지 벌금 부과하는 ‘AI법’

 

2021년 4월 EU 집행위원회는 ‘인공지능법안(AI Act)’을 통해 인공지능의 위험도를 금지·고위험·저위험·허용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규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또 금지 규정 위반 시에는 최대 3000만 유로(약 403억 원)까지 벌금이 부과되는 등 단계별 위반 시 처벌 기준을 마련한 것이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기존의 GDPR이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4%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데 비해 새로운 AI 법안은 매출의 6%로 벌금 상한선이 올라가 규제가 더 강화됐다. GDPR이 EU에 사업장이 없어도 EU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만큼 AI 법도 전 세계 기업에 적용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다만 아직은 법안이어서, 여러 단계의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올해 EU 의회를 통과해야 효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챗GPT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내용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규제는 혁신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럽 스타트업, AI법 때문에 혁신 둔화 우려

 

유럽 지역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사업이나 연구 등을 진행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의 연합인 ‘어플라이드AI(Applied AI)’는 2022년 12월 EU AI법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유럽의 AI 스타트업 100곳 이상, VC(벤처캐피털)는 15곳이 참여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EU AI법이 적용되는 기업의 수가 훨씬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AI 기업 33%의 기술이 고위험으로 분류될 것이라 응답해, EU 위원회가 영향 평가에서 가정한 ‘5~15%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어플라이드AI(Applied AI)’가 2022년 12월 EU AI법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 사진=appliedai.de

 

응답자들은 이 때문에 관련 스타트업 16%가 AI 개발을 중단하거나 EU 외부로의 이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응답한 스타트업의 50%는 AI법이 유럽에서 AI 혁신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VC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VC가 AI법이 유럽 AI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며, 그에 따라 앞으로 투자할 때 투자 대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허브 프랑스 AI의 유럽 프로젝트 담당자 클로에 플레델(Chloe Pledel)은 “규제가 필요하지만 유럽 경제의 혁신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특히 변호사를 고용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이나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도록 간단하고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유럽 AI법안의 영향으로 유럽 VC들도 AI 분야 투자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사진=appliedai.de

 

AI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 에이페리스(Apheris)의 CEO 로빈 룀(Robin Röhm)은 “규제가 꼭 필요하지만 지금 EU가 진행하는 방식은 업계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스타트업과 같이 빠르게 성장하고 혁신하려는 회사에는 지금 같은 규제 방식 때문에 ‘불필요한 관료주의’의 늪에 빠지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 

 

이 설문조사를 진행한 이니셔티브그룹의 멤버인 디지털 폴란드(Digital Poland)의 이사 피오트르 미츠코프스키(Piotr Mieczkowski)는 “유럽의 스타트업은 이제 미국으로 갈 것이고 미국에서 성장할 것이다. 이후 변호사와 로비스트를 고용할 만큼 큰 유니콘이 되어서야 유럽으로 돌아올 것이다”며 미래를 암울하게 예측했다. 

 

모두가 AI법 도입을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로비가 EU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기업유럽관측소(The Corporate Europe Observatory)’의 유럽 로비 투명성 그룹(European lobbying transparency group)은 올해 2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은 유럽 AI법이 범용 AI 소스를 제공하는 업체에 적용되지 않도록 많은 로비를 하고 있다. 기업유럽관측소는 미국 기술 기업의 강력한 로비로 인해, AI 기술 사용의 안전성을 구축하려는 EU의 규제가 심각하게 축소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또 “AI법에 대한 우려를 담은 다양한 출판물이 스타트업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발행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직간접적으로 글로벌 테크기업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며, 이는 빅테크 기업의 ‘은밀한 전술’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EU AI법이 원래 추구하는 ‘AI의 안전한 사용’이라는 목적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며 AI법의 축소를 우려했다.​

 

‘기업유럽관측소(The Corporate Europe Observatory)’가 발간한 AI법 관련 보고서. 사진=corporateeurope.org


챗GPT처럼 세상을 뒤흔드는 혁신이 등장하면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더욱 거세진다. 전 세계 모든 분야를 이끌어나가는 중국의 기술 시장조차 가장 큰 장애물은 ‘당국의 규제’라고 할 정도다. 한편에서는 ‘AI로 결국 인류가 종말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가속이 아닌 정지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혁신가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한발 앞선 뛰어난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시대와 환경이 받쳐주지 못해 사장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클 것이다. 안전과 안정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 ‘관으로서는 규제와 동시에 지원도 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규제와 지원. 혁신 앞에 놓인 두 가지 선택지에서 가장 적절한 타협점은 어디쯤일까.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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