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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돌아온 '때밀이' 열풍…1인 세신숍 늘자 목욕관리사도 인기

대중탕 줄폐업 후 최근 1인 숍 증가…"정년 없고 안정적 일자리" 문닫았던 학원들도 다시 열어

2023.03.23(Thu) 11:41:36

[비즈한국] 한국인의 때밀이 사랑은 유별나다. 코로나19 이후 대중탕 이용을 꺼리는 와중에도 때를 미는 개운함만큼은 포기하지 못했다. 그래서 생긴 것이 ‘1인 세신숍’이다. 그 덕분에 목욕관리사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경기도의 1인 세신숍. 개인이 혼자 사용하는 욕조에서 몸을 불린 후 세신 서비스를 받는다. 사진=업체 관계자 제공


#사양직업이던 ‘목욕관리사’ 구인도 늘어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1인 세신숍이 늘어나고 있다. 1인 세신숍은 말 그대로 혼자 때를 미는 곳이다. 단독으로 사용하는 탕에 들어가 차를 한 잔 마시며 몸을 불리면 잠시 후 목욕관리사가 들어와 세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100% 예약제라 기다릴 필요도 없고, 벗은 몸으로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도 없다.

 

일반 대중탕의 세신 비용과 비교하면서 1인 세신숍의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다. 보통 기본 코스(50~60분) 비용이 5만~8만 원대다. 마사지, 스팀 등이 추가되면 가격은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대중탕 세신 비용이 2만~3만 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지만, 고객들의 발길은 이어진다. 경기도의 한 세신숍 관계자는 “대중탕 이용을 꺼리는 임산부 손님이 꽤 많은 편이다. 대중탕의 경우 나이가 많은 중장년층이 많은 반면 세신숍은 30, 40대 여성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사양직업으로 여겨지던 목욕관리사도 다시 인기를 끈다. 지난해부터 1인 세신숍이 하나둘 문을 열며 목욕관리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진 덕분이다. 목욕관리사 양성 학원으로는 구인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목욕관리사는 벌이가 꽤 쏠쏠한 알짜 직업으로 꼽혔다. 대중목욕탕 이용률이 높던 때라 목욕관리사 월 평균 수입은 400만 원을 넘어섰다. 당시 대기업 월평균 임금이 330만 원가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목욕관리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전국에는 일명 ‘때밀이 학원’이라 불리던 목욕관리사 양성 학원이 30~40개 이상 운영됐다. 

 

하지만 점차 탕 목욕보다 가정에서 가볍게 샤워를 즐기는 목욕 문화가 선호되면서 대중탕 이용률은 줄었고, 목욕관리사의 전성기도 저물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대중탕이 줄폐업하면서 목욕관리사 상당수도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도 없는 목욕관리사를 하겠다는 사람도 없으니 학원들이 문을 닫은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목욕관리사 양성 학원을 운영한 조윤주 원장(60)도 2020년 학원 문을 닫았다가 2년 만인 지난해 4월 다시 수강생을 받기 시작했다. 조 원장은 “처음에는 직접 세신숍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이 교육을 받으러 많이 왔다. 요즘은 목욕관리사를 연결해달라는 연락이 많다”며 “보통 세신숍 한 곳은 목욕관리사 6명을 두고 일한다. 격일제로 3명씩 출근하는 형태다. 세신숍이 ​계속 ​생기고 있다 보니 인력도 계속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이가 많은 목욕관리사는 대중탕에서 근무하고, 젊은 사람들은 1인 세신숍으로 간다. 세신숍의 고객층이 젊다 보니 목욕관리사도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목욕관리사라는 직업도 세대교체가 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목욕관리사 양성 학원 내부 모습. 사진=박해나 기자


#수익은 줄어도 세신숍 근무 선호하는 이유

 

21일 찾아간 목욕관리사 학원에는 4명의 수강생이 때밀이 교육에 한창이었다. 수강생 A 씨는 “직접 교육을 받고 현장에서 세신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경험이 쌓이면 직접 세신숍을 창업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추천으로 세신사 일을 선택하게 됐다는 수강생 B 씨는 올해 나이가 서른넷이다. 그는 교육을 수료하면 곧바로 세신숍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세신숍 취업 희망자가 늘어나다 보니 교육도 그에 맞춰 진행한다. 조 원장은 “임산부 고객이 올 경우 양수가 뜨거워지지 않도록 탕 온도는 38도에 맞춰야 한다”, “세신숍 고객은 너무 세게 때를 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부드럽게 때를 미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세신숍 열풍으로 목욕관리사에 대한 근무 처우도 달라졌다. 그간 목욕관리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비슷했다. 대중탕 한편에서 망사 속옷을 입은 채 종일 때를 밀고 있는 지친 아주머니들의 모습. ‘목욕관리사’라는 정식 명칭이 있지만 ‘때밀이 아줌마’라는 이름이 더 자주 불렸다. 한 목욕관리사는 “대중탕에서는 ‘아줌마’, ‘때밀이’ 등으로 불리던 호칭이 세신숍에 오니 ‘관리사님’, ‘선생님’ 등으로 바뀌었다. 제대로 된 직업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대신 대중탕에 비해 세신숍에서 얻는 수익은 다소 줄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의 한 세신숍에서 근무하는 목욕관리사는 “작년까지는 대중탕에서 일했는데 그때는 월평균 400만 원을 벌었다. 세신숍으로 옮겨온 뒤로는 월수입이 300만 원가량”이라고 전했다. 

 

근무시간은 대중탕과 세신숍이 동일하지만 월수입에 차이가 나는 것은 수익 정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목욕관리사들은 이를 ‘벌어먹기’와 ‘나눠먹기’의 차이라 부른다. 대중탕은 그날그날 세신으로 얻은 수익을 모두 목욕관리사가 갖는 ‘벌어먹기’ 방식이다. 그래서 요즘도 손님이 많은 대중탕의 목욕관리사는 한 달에 700만 원 이상 수익을 내기도 한다. 반면 세신숍은 목욕관리사와 세신숍 사장이 ​수익을 ​반씩 나누는 ‘나눠먹기’ 방식이다. 

 

정산 방식만 놓고 보면 세신숍보다 대중탕 근무를 선호할 것 같지만 ‘보증금’이 변수로 작용한다. 대중탕은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의 보증금을 내야 때밀이 베드 한 개를 임대할 수 있다. 또 물 사용료와 청소비 등의 명목으로 월마다 목욕탕에 100만 원가량을 내야 한다. 앞서의 조 원장은 “근무하고 싶어도 보증금이 없어 일을 못하는 목욕관리사가 많았다. 세신숍은 보증금이 없다 보니 이전보다 부담 없이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년이 없고 월수입도 쏠쏠하다보니 목욕관리사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예전 같은 ‘황금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한 목욕관리사는 “목욕업이 사양 산업인 것은 분명하지 않나. 세신숍도 잠시 인기를 끄는 것일 수도 있다”며 “체력적으로 굉장히 고된 직업이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쉽게 생각하고 시작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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