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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배우 양자경이 보여준 '전성기'의 새로운 의미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 여성에게 용기 부여…전성기는 타인이 아닌 스스로 정하기 나름

2023.03.21(Tue) 11:26:00

[비즈한국] 영화는 제목의 기운을 따라간다더니, 그 말이 맞네 싶다. 지난 12일 열렸던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거의 모든 주요 부분의 상을 휩쓸었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브리씽’)‘ 이야기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까지 무려 7관왕의 수상 영광을 안은 이 작품은 이날 시상식장의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는데, 당일 수상자들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양자경이었다.

 

사진=영화 ‘에브리씽 에브레웨어 올앳원스’​ 한 장면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여우주연상 수상의 역사를 썼기에 더욱 화제가 되었던 배우 양자경.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그녀는 감격에 가득 찬 얼굴로 무대에 올라왔다. 그리고 왼손에는 트로피를 들고 오른손으론 주먹을 꽉 쥔 체 조금은 달뜬 어조로 다음과 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오늘 밤, 이 시상식을 지켜보고 있는 나와 닮은 어린 친구들에게, 나의 수상이 희망과 가능성의 불빛이 되길 바랍니다. 꿈을 크게 가져요. 꿈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여성 여러분,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믿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

 

환갑이 넘는 나이에 배우 인생 최고의 상을 받게 된 양자경의 수상 소감은 발표와 즉시 화제가 되었고, 특히 소감의 마지막 문장인 “여성 여러분, 당신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믿지 마세요,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표현은 국내에선 수많은 SNS를 통해 멋진 수상 소감으로 회자가 되었다.

 

배우가 되기 이전 양자경은 영국의 왕립 발레학교에 입학했던 발레리나를 꿈꿨던 학생이었으나, 척추 부상으로 발레리나의 꿈을 포기하게 된 이력의 소유자다. 발레의 꿈을 슬프게 접었던 그녀는 미스 말레이시아에 출전해 1위의 영광을 얻어 성룡과 CF를 찍으면서 연예계에 데뷔하게 됐다. 그리고 훗날 무용을 했던 유연한 몸을 발판으로 무술을 배워 액션영화 ‘예스마담’ 시리즈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홍콩영화계의 액션 스타가 됐다.

 

사진=영화 ‘예스마담’​ 한 장면

 

대중이 기억하는 양자경의 ‘예스 마담’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예스 마담’ 시리즈의 엄청난 흥행 후 그녀는 결혼했고, 몇 년 후 다시 이혼하면서 5년이라는 공백기를 겪게 됐다. 아쉽게도 그사이에 홍콩영화의 전성기는 사멸했고, 그녀는 그 공백을 홍콩이 아닌 할리우드에 가서 채우기 시작했다. ‘007 네버다이’, ‘와호장룡’, ‘게이샤의 추억’, ’더 레이디‘ 등에 출연하면서 자신만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채워 갔고, ’에브리씽‘을 통해서는 지금까지의 모든 커리어를 치하받는 최고의 연기 평가를 받게 됐다.

 

양자경의 전성기는 그녀가 가장 멋지고 젊었으며, 인기 또한 최고였던 ‘예스마담(1985~1988) 시절이었다고 생각했던 내게 그녀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도, 그녀의 수상 소감 또한 신선한 자극이 됐다. 그래서 자신의 전성기를 과거로 흘러가게 만들지 않고 다시 되돌리게 만든 양자경의 멋진 행보를 생각하며, ’전성기‘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게 됐다.

 

사진=영화 ‘007 네버다이’​ 한 장면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니 전성기는 “형세나 세력 따위가 왕성한 시기를 뜻한다, 개인으로 치면 재능과 능력이 가장 정점에 오를 시기”란다. 전성기를 육체적인 몸의 쓰임의 한계에만 적용한다면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의 전성기는 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그렇지 않은 여러 가지의 영역으로 범주를 다르게 두고 생각해 본다면, 누군가의 전성기는 갈고 닦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혹은 그녀의 전성기는 계속 새롭게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당신의 전성기는 당신이 숨 쉬는 순간까지가 전성기, 그러니까 오늘이 당신의 전성기다.

 

누군가가 당신을 두고 전성기 따위는 지난 사람이라 칭했던 기억에 마음이 쓰라렸던 기억이 있나. 그렇다면 이젠 그런 타인의 시선 따위 일랑 개의치 않길 바란다. 배우 양자경이 ‘예스 마담’ 시리즈 이후 멋지게 대중의 뒤통수를 치고, 전성기를 갈아엎은 것처럼 나의 전성기는 나 스스로 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 인생의 전성기가 언제인지를 따지지 말고, 오늘을 살자. 당신의 전성기는 지금 현재진행형이니까.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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