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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직장 내 괴롭힘② 피해를 호소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업무 관련 지적은 불인정 판례 다수…사회 통념 내 지적은 열린 마음 가져야

2023.03.16(Thu) 10:27:49

[비즈한국]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사한 C는 신입사원이라고 하기엔 다소 나이가 많은 30대 후반이었다. 전문직이 되고 싶어서 뒤늦게 대학을 다시 들어가 공부를 했고, 꿈에 그리던 자격증을 따자마자 입사한 케이스였다. 그녀는 이른 결혼생활로 이전에는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사회초년생이기도 했다.

 

첫 수습 3개월은 그럭저럭 지나가는 듯했다. C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교과서에 나온 대로, 실습 때 경험한 대로 최선을 다해 업무에 임했지만, 반복되는 실수는 어쩔 수 없었다. 3년 차 선배가 전담으로 교육하며 시범도 보여주고 상담도 하며 다독여주었으나 일은 좀처럼 손에 익지 않았다. 게다가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소모가 커서 점점 업무를 감내하기 어려워졌다.

 

업무 관련성에 따라 다소 거친 언사의 지적이나 업무 독려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C는 부서원들 중 몇 명이 사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직친’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가뜩이나 잦은 실수로 의기소침해져 있던 터라 자신만 따돌림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한 번 떠오른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몇 명이 모여 대화를 나누기만 해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직속상사가 의도를 갖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모두가 자신이 실수하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C는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에 매몰되어 갔다. 급기야 자신이 실수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지시나 전달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24시간을 녹취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선배나 동료의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고, 사수나 팀장이 알려주는 실무 노하우에 대해서는 며칠 후 교과서에서 찾은 내용을 들고 와 반박하기도 했다. C의 업무가 진척이 없자 담당업무는 축소되었고 그만큼 다른 팀원에게 업무가 가중되었다. 그 사실 때문에 C는 더욱 예민해졌고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그러던 중 집중력이 흐트러져서인지 자칫하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치명적인 사고가 벌어졌다. 팀장이 C에게 이에 대한 경위서와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자 그녀는 팀장을 포함한 부서원 전원을 ‘직장 내 괴롭힘(집단 따돌림)’으로 신고했다. C가 근거자료로 제출한 녹음파일과 업무 일지에는 최근 한 달간 근무 시간 중의 모든 내용이 담겨있었다.

 

팀장은 직속관리자로서 관계의 우위를 갖고 있고, 부서원들 또한 수적 측면에서 다수라는 우위가 있었다. C는 정신적 고통과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자료도 있었다. 보통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은 괴롭힘으로 인정될 요소가 충분하다는 것이 C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제출한 자료를 아무리 들여다 봐도 C가 주장하는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업무 일지에는 누가 언제 무슨 내용의 업무를 지시했고 어떤 피드백을 주었는지 보다는 위에서 열거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이 주로 적혀 있었다. 녹음파일에는 일과시간 동안 C의 실수를 정정해 주고 업무를 다시 가르쳐 주는 사수와 동료, 선배들의 목소리가 모두 담겨 있었는데 조언과 지적의 과정에서 사회 통념을 벗어나는 모욕적인 표현이나 폭언은 물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조차 없었다. 오히려 C가 기계적으로 ‘됐습니다, 괜찮습니다.’ 혹은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라는 답변을 반복하며 도움을 거절하는 내용이 함께 녹음되어 있었다.

 

주위의 진술 또한 마찬가지였다. 동료들 모두 C의 업무 실수에 대해서는 신입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도와주려 해도 거부하거나, ‘알아서 할 테니 지적하지 말아라’, ‘녹음하고 있으니 말조심해라’라는 이야기를 해서 가까이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고 진술했다. C가 제출한 자료들은 제3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그녀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객관적 근거라기 보다는 본인이 스스로를 고립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내용이었다.

 

C는 면담을 하는 내내 ‘나는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해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나는 수석 졸업을 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라는 말을 수 차례 내뱉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사고가 얼마나 위중한 사고였는지, 부서나 회사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의 일반적인 직장인으로서 갖는 정상적인 인지능력이나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리학에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것이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 수록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잘못된 결론에 도달해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메타인지, 즉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아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다. 경험과 기술은 부족한데 적당히 알고 있는 사람일 수록 자기 스스로를 과신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이 지식이나 경험을 공유해주려 해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를 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일수록 그런 경우가 더 많이 발생한다. 이를 빨리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지적에 무조건 방어적이고 폐쇄적인 자세를 취하기 보다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열린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무와 관련된 지적의 내용이나 표현수위가 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거나 이런 행위가 지속된다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지만 상급자가 오류를 지적하고, 업무수행을 독려한다고 해서 무조건 괴롭힘은 아니다. 실제 직장 내 괴롭힘 불인정 판례 대다수가 그렇다.

 

C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자 타 부서로의 전출을 요청했다. 새로 옮긴 부서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채 3개월쯤 지난 후 새로운 팀원들에 대해서 또다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서를 제출했다. 2번의 신고가 모두 인정되지 못하자 C는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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