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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VIP 라운지 이용권 사고팝니다" '그들이 사는 세상' 기웃, 왜?

중고거래플랫폼서 수십만~수백만 원에 거래…백화점들 알면서도 적발 '소극적'

2023.02.23(Thu) 15:12:00

[비즈한국]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올해부터 VIP 선정 기준을 높였다. 지난해 보복소비가 늘면서 VIP 고객이 급격히 증가해서다. 그 때문에 요즘 백화점 VIP 라운지의 분위기는 흡사 ‘시장통’이다. 평일에도 대기를 해야만 입장이 가능할 정도다. 불만이 많은 VIP 고객들은 라운지를 떠나는 분위기이고, 그 자리는 ‘가짜 VIP’ 고객으로 채워지고 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퍼스트 라운지. 연간 구매액이 4000만 원 이상인 VIP 고객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시장통 같다’ 백화점 VIP 라운지, 평일에도 대기 필수

 

21일 오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퍼스트 라운지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으로 붐볐다. 친구 2명과 함께 라운지를 찾은 A 씨는 “쇼핑 후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가려 왔는데, 앞에 세 팀이 있어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 받았다”며 “여기까지 왔는데 커피를 다른 데 가서 마시긴 아쉽다.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A 씨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둔 뒤에도 VIP 라운지를 찾는 고객을 줄을 이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대기 고객은 세 팀에서 아홉 팀으로 늘었다. 입장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은 일부 고객은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 라운지를 떠났다. 

 

이곳 퍼스트 라운지는 신세계백화점의 플래티넘(연간 구매액 4000만 원 이상), 다이아몬드(6000만 원 이상) 고객 대상 VIP 라운지다. 라운지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커피, 디저트류 등이 제공된다. 

 

VIP 고객이 쇼핑 후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요즘은 백화점의 일반 카페보다도 분위기가 더 소란스럽다. 평일에도 대기는 필수고, 주말에는 오전 일찍 방문하지 않으면 입장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른 백화점 메인 점포의 VIP 라운지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 VIP 고객은 “작년과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 주말에만 간혹 대기가 있고 평일에는 여유롭게 이용 가능했는데, 올해는 평일 대기도 10팀이 기본이다. 주말에는 20~30팀 이상이 대기한다”며 “발렛파킹 혜택이 있어도 입장하는 차가 많아 너무 오래 걸린다. 이용하는 백화점을 바꾸고 싶을 지경”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고객도 “VIP 라운지인지 시장통인지 모를 지경”이라며 “앉을 자리도 없어 요즘은 테이크아웃 서비스만 이용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백화점 VIP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시설은 한정적인데 인원이 늘다 보니 생긴 문제”라며 “대형 점포 중심으로 계속해서​ 시설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는 백화점 라운지 이용권. 30만~50만 원대부터 300만 원까지도 거래된다. 사진=당근마켓 캡처

 

#백화점 업계 거래 적발에 소극적인 이유 

 

일부 고객들은 ‘가짜 VIP’가 늘어 제대로 된 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불평한다. VIP 고객의 발렛파킹, VIP 라운지 이용권을 구매해 ‘대접받기’만 누리는 가짜 VIP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는 백화점 VIP 혜택을 사고파는 일이 빈번하다. 

 

혜택 정도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백화점 강남점’ 등 지정된 한 개 점포만 이용하거나, 낮은 등급의 VI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은 30만~50만 원선에 거래된다. 좀 더 상위 등급의 VIP 이용권을 구매하려면 가격은 100만~300만 원을 넘어선다. 발렛 서비스 이용권을 함께 구매하려면 1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백화점 VIP 혜택을 누리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실질적으로 VIP로 선정될 만큼의 구매력을 갖지 못한 일부 고객이 VIP로 대접 받는 경험을 누리고 싶은 마음에 혜택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VIP 혜택을 양도하는 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고객에게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거래가 불가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안내하지만 관련 거래를 완전히 막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구하는 중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지속적으로 거래 금지 요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요청이 다 받아들여지진 않는다”며 “중고거래가 발견되면 직접 댓글을 달며 거래 중단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재 번개장터, 중고나라는 백화점 VIP 전용 혜택 관련 상품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번개장터 측은 “백화점 측 거래 금지 요청에 따라 2022년 9월 7일부터 모든 백화점 VIP 전용 혜택 관련 상품의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며 “특정 키워드와 패턴을 감지하는 기술을 활용해 판매 글을 모니터링하고, 금지 품목의 거래를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당근마켓은 특별히 거래를 막진 않는다. 당근마켓 측은 “과제재 사례가 될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며 “거래를 금지하는 정책은 한 품목이라 하더라도 그와 유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체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VIP 고객의 발렛 서비스, VIP 라운지 이용권을 구매해 ‘대접받기’만 누리는 가짜 VIP가 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백화점 업계는 VIP 혜택 거래가 골칫덩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상 적발에 큰 의지가 없는 분위기다. 중고거래를 일일이 찾아 차단하는 소극적 대응 대신 라운지 입장 시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고객 의견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별도의 본인 확인 없이 멤버십 카드나 휴대폰 앱의 바코드만 있으면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허점 때문에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신용카드나 신분증 등으로 회원 확인을 하면 사고파는 행위를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백화점 측은 적극적으로 거래를 적발하다가 자칫 VIP 고객의 심기를 건드릴까 몸을 사리고 있다.

 

이은희 교수는 “거래를 적발해 제재를 하면 혜택을 내다 판 VIP 고객의 심기를 거스르게 된다. 1년에 억 단위로 소비를 하는 VIP가 기분 상해 백화점을 떠날 수 있다 보니 적발하는 것이 백화점의 손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백화점 업계는 혜택 거래가 적발될 경우 우수 고객에서 퇴출시킨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적발 건수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VIP 눈치를 보느라 혜택 거래를 방관하는 것이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교수는 “돈을 주고 VIP 혜택을 구매한 고객은 그 혜택을 활용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런 고객이 늘면 요즘처럼 라운지 이용률이 높아진다. 결국 진짜 고객인 VIP들이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이탈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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