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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구속영장에서 빠진 '변호사비 대납 의혹' 진짜 내막

법무법인 M 반환한 20억은 M&A 계약금…쌍방울 200억 전환사채는 '자금 돌리기' 일환

2023.01.27(Fri) 14:21:46

[비즈한국]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태국에서 체포돼 지난 17일 귀국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집중됐다. 김 전 회장은 2014년 광림에 쌍방울 지분을 넘겼고, 2021년 5월 양선길 회장이 취임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이후에도 쌍방울그룹을 실질적으로 움직였다. 쌍방울 관계자는 “양선길 회장이 그룹 전반을 관리한다”면서도 “M&A 등 큰 이슈가 있으면 네트워크가 탄탄한 김 전 회장과 논의했다”고 말했다. 수차례 압수수색에도 이렇다 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로서는 김 전 회장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되고 있다. 김 전 회장과 함께 검거된 양선길 쌍방울 회장도 이날 같은 절차로 체포됐다. 사진=최준필 기자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쌍방울그룹이 변호사비를 대신 내준 것 아니냐는 내용이다. 2021년 10월 민주당 경선 당시 한 시민단체가 이 대표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엠(M) 변호사 A 씨가 쌍방울로부터 현금 3억 원과 3년 뒤 팔 수 있는 상장사 주식 20억 원어치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포함해 검찰은 주가조작, 횡령 등 각종 혐의로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변호사비 대납 관련 내용이 빠져 의아함을 자아낸다. 쌍방울의 전환사채(CB) 발행이 수상한 자금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은 맞지만,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연결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의혹이 불거진 200억 원 규모의 쌍방울 전환사채는 그간 쌍방울그룹이 해오던 ‘자금 돌리기’에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수상한 자금 흐름, 변호사비 아닌 M&A 용도 가능성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지난 2022년 8월 사실이 되는 듯했다.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이 속한 법무법인 M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법무법인 M에 쌍방울 계열사의 자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자금은 A 씨와 같은 법무법인에 소속된 다른 변호사 이 아무개 씨가 수임한 쌍방울 계열사와 한 업체의 M&A 과정에서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됐던 계약금 성격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돈은 M&A 결렬 후 쌍방울그룹에 반환됐다. 해당 M&A에 대해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성사되지 않아 관련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쌍방울 계열사 자금을 전달받은 이 변호사는 오히려 ‘윤석열 라인’으로 통한다.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윤 전 세무서장에게 소개했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이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 출신으로 쌍방울과 계열사 미래산업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쌍방울그룹 자금이 법무법인 M을 거쳤던 것은 맞지만, 자금을 전달 받은 인물도 자금의 목적도 알려진 의혹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불법적인 자금 흐름이 있었던 것으로 본다. 금융당국도 쌍방울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전환사채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겠다”며 칼을 빼들었고,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쌍방울에 김 전 회장의 횡령·배임, 전환사채 발행 허위공시 혐의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한 내용은 검찰이 들여다보는 쌍방울의 200억 원 규모 전환사채다. 

 

쌍방울은 5년 전인 2018년~2019년 두 차례 총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전환사채는 김성태 전 회장의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되는 법인들이 인수한 데다 자금흐름이 불명확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의 연관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공시를 통해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변호사비 대납보다는 전환사채를 활용한 쌍방울그룹의 무자본 M&A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은 2018년~2019년 발행한 총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는 김성태 전 회장의 페이퍼컴퍼니가 인수한 데다 자금흐름이 불명확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의 연관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공시를 통해 자금 흐름을 살펴보면 변호사비 대납보다는 전환사채를 활용한 쌍방울그룹의 무자본 M&A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캡처


#쌍방울 무자본 M&A, 어떻게 이뤄졌나

 

쌍방울그룹은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 ‘자금 돌리기’를 통해​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고 이를 ​M&A에 활용해 몸집을 키웠다. 전환사채를 찍어내 모은 자금으로 회사를 인수하고, 인수한 회사가 다시 전환사채를 찍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계열사를 늘려나간 것. 그룹에 새로 인수된 회사는 전환사채를 찍어내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자금을 마련하거나, 인수 시 투입된 자금을 떠맡았다. 이 과정에서 비슷한 시기 함께 몸집을 키운 KH그룹과의 자금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먼저 쌍방울이 2018년 11월 발행한 100억 원 규모의 6회차 전환사채는 착한이인베스트를 대상으로 발행됐다. 착한이인베스트는 김 전 회장이 최대주주이자 실소유주인 페이퍼컴퍼니다. 쌍방울은 전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100억 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착한이인베스트는 2020년 2월~3월 이를 전량 매도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쌍방울은 2019년 10월 희호컴퍼니와 고구려37을 대상으로 50억 원씩 총 100억 원 규모의 7회차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희호컴퍼니와 고구려37은 김 전 회장의 자금 일부를 관리해온 박 아무개 씨와 쌍방울 사내이사이자 친인척인 조 아무개 씨가 대표로 있는 페이퍼컴퍼니다. 이 전환사채는 이후 2020년 1월 21일 광림이 남영비비안을 인수한 직후인 2020년 2월 7일 쌍방울의 계열사가 된 비비안이 인수한다. ①김 전 회장이 쌍방울 전환사채를 인수하자 ②쌍방울이 광림에 자금을 지원하고 ③광림이 비비안을 인수한 이후 ④비비안이 김 전 회장의 쌍방울 전환사채를 떠안은 셈이다. 

 

더불어 희호컴퍼니와 고구려37의 전환사채 매입으로 쌍방울에 흘러들어간 김 전 회장의 자금은 이엑스티(현 KH건설)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희호컴퍼니·고구려37→쌍방울→광림→나노스(현 SBW생명과학)→행복투자1호조합→이엑스티(현 KH건설)’ 구조다. 이들 회사는 비슷한 시기 전환사채 발행과 인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서로 자금을 지원했다.  

 

쌍방울은 희호컴퍼니와 고구려37에 발행한 전환사채 100억 원 가운데 81억 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후 쌍방울은 광림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80억 9999만 원을 투자했다. 비슷한 시기 광림은 나노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99억 9999만 원을 투입했고, 동시에 나노스는 99억 9900만 원을 투입해 행복투자1호조합의 지분 99.99%를 취득했다. 

 

행복투자1호조합은 공시에 나노스의 ‘최대주주’로 명시됐다. 행복투자1호조합의 대표이사 김 아무개 씨는 나노스의 부사장이다. 나노스가 행복투자1호조합 지분 전량을 취득한 날 행복투자1호조합은 100억 원 규모의 KH건설 4회차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그러나 쌍방울그룹은 해당 전환사채 발행과 자금흐름 등에 대해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쌍방울그룹은 자금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전 회장의 횡령·배임 및 전환사채 발행 허위공시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공시했다.​ ​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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