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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한국판 마리나베이' 밀어준 도시계획 혁신안에 쏠린 기대와 우려

"서울 도시경쟁력 증진" VS "불균형, 개발이익 환수 등 부작용 막을 대책 마련해야"

2023.01.17(Tue) 17:16:17

[비즈한국] 정부가 도시 규제 제약 없이 초고밀 복합개발단지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토지 용도에 따라 밀도를 엄격하게 정해놓은 기존 도시계획 체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도시를 개발할 수 있는 ‘도시계획 혁신 방안’을​ 내놨다. 서울 한복판 마지막 금싸라기 땅인 용산 철도정비창​이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용산 정비창의 대규모 고밀 복합 개발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정부가 지자체·민간 주도 개발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개발 활성화 명목으로 시행되는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는 장치도 미비한 데다 도심으로 인구와 교통, 각종 인프라 등을 더욱 집중시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이번 혁신 방안에 쏠린 기대와 우려를 살펴봤다.​

 

국토부의 도시혁신구역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용산 정비창(아래) 개발 구상과 맞닿아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7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내 복합개발단지 마리나원을 방문해 입지 규제 최소 구역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사진=서울시 제공, 임준선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도시계획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토지 용도와 밀도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도시혁신구역’ 도입 계획을 밝혔다. 도시계획 혁신 방안은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 등 공간혁신 3종 구역을 도입하고 생활권 단위의 도시계획을 제도화하는 게 골자다.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건축의 용도 제한을 두지 않고 용적률·건폐율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개발 사업에서 용적률·건폐율에 자율성을 준다는 것은 곧 건물을 더 높고 넓게 지을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용도지역은 주거·상업·공업·녹지와 같이 땅에 쓰임새를 지정하고 그에 맞게 밀도가 연동된다. 서울시 조례에 따라 2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200%, 준주거지역은 400%, 상업지역은 600% 등으로 정해두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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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도심 속 유휴부지에 주거, 오피스, 병원, 공원, 호텔 등 다양한 시설을 복합 개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복합용도 목적에 맞게 단일용도 비율은 70%, 주거용도는 50+알파(α) 이하 범위에서 지자체가 자유롭게 조정한다.

 

#첫 수혜지는 용산 정비창

 

도시혁신구역의 또 다른 이름은 ‘한국형 화이트 존’​이다. 화이트 존(White Zone)​은 민간 자본을 통해 주거, 상업, 업무 등 토지 용도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지역을 의미하는데 ‘입지 규제 최소구역’으로도 불린다. 노후 항만 배후단지를 주거, 업무, 관광 등이 융합된 곳으로 재개발한 싱가포르의 복합 리조트 시설 ‘마리나베이샌즈’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서울 한복판 마지막 ‘금싸라기 땅’인 용산 철도정비창을 국제업무지구로 만드는 숙원사업에 새 제도를 적용해 고밀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용산 정비창은 2013년 기존의 도시개발사업이 최종 무산된 후 10년째 방치되다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취임 이후 롯데월드타워(123층)보다 높은 직주혼합 다용도 복합시설 개발에 시동을 건 상황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획지를 다양한 기능으로 구분하고, 법적 상한 용적률 1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입지 규제 최소 구역 지정을 계획했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이번 도시혁신구역을 두고 “서울시의 사례를 정부 정책으로 확대하는 측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서울의 도시경쟁력 증진 차원에서 의의가 있다. 일상 도보권에 도시의 기능들이 집적되는 형태로, 추후에 탄소 저감 도시 등 미래 도시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계획에는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민간 사업자가 도시혁신구역을 제안하는 경우 ‘도시개발 사업구역’ 지정으로 의제하고 제안자에게는 도시개발법상 사업시행 자격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길병우 국토부 도시정책관은 변화하는 경제·사회 환경에 맞춰 도시계획을 혁신하겠다면서 “주어진 틀에 박힌 도시개발에서 벗어나 도시계획에서 민간의 제안을 폭 넓게 허용하고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이 개발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없던 도심 ‘무규제’ 고밀 복합 개발을 두고 전문가들은 지역의 성격과 개발 목적 등 제한적인 적용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고층 건물이 밀집한 서울 시내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무규제 고밀 개발​ 향한 우려도 적잖아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먼저 오래된 용도지역제가 도시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만큼 손볼 필요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60년간 제도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 사람들이 토지를 이용하는 방식은 많이 변화했다. 용적률과 건폐율, 용도 등을 보다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가장 핵심 법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21개 용도지역, 26개 용도지구, 4개 용도구역이 등장한다. 군사시설, 문화재 보호구역 등 다른 법과 조례를 따지면 지역·지구 구분은 700개가 넘는다. 어떤 곳은 과도한 규제로 묶인 반면, 또 다른 곳에는 허점이 나타나는 이유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수도권-비수도권, 중심지-외곽지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개발이익 특혜 등 불균형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급량 확대가 절실하던 주택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다. 이제는 기본 제도를 허물어가며 고밀 개발을 밀어붙일 상황이 아니다”며 “인구가 절대 감소 단계로 접어든 현 시점에 대규모 도심 개발이 이뤄지면 다른 쪽에선 큰 규모의 유출이 생긴다. 지방 도시들은 이미 경험하고 있는 문제다. 수도권, 중심지로의 쏠림현상을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정책이 민간 사업자들의 개발이익 수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기 위한 장치가 매우 미비하다”며 “지금의 공공기여 방식이 제대로 개발이익을 환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수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공공기여를 연계하는 안을 세부 과제로 꼽으며 국토계획법 개정 추진시 함께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환수방식은 토지가치 상승 범위에서 지자체와 사업자 간 사전협상으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유 교수는 “어떤 땅에 어떤 식으로 적용되느냐에 따라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무분별하게 도입할 경우 주거환경을 해치거나, 과도한 개발로 인한 집과 상가·업무시설 공실화 등 도시의 건전한 발전을 해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막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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