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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 그냥 따라하기…전국 겨울축제가 '얼음낚시판' 된 까닭

제2 산천어축제 꿈꾸면서 똑같은 프로그램 운영…미숙한 운영에 방문객은 실망감 가득

2023.01.17(Tue) 12:02:56

[비즈한국]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했던 겨울 축제가 3년 만에 개막했다. 잘 키운 축제 하나가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리는 만큼 각 지자체는 축제 흥행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하지만 축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지역별 특색은 사라지고 비슷비슷한 닮은꼴 축제만 늘어 방문객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는 이유로 지역축제의 프로그램이 비슷해지고 있다. 전국 겨울축제의 절반 이상은 얼음낚시 프로그램이다.


#얼음낚시·맨손잡기 프로그램만 수두룩

 

7일 시작한 ‘화천산천어축제’가 연일 화제다. 얼음낚시로 팔뚝만 한 산천어를 잡아 올리는 재미를 느끼려는 관광객이 강원도 화천으로 몰리고 있다. 산천어축제는 행사 첫날에만 13만여 명이 몰렸고, 개막 일주일 만에 방문객이 50만 명을 돌파했다. 

 

2003년 첫선을 보이며 22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했던 산천어축제는 입소문을 타고 2006년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19년에는 방문객 180만 명을 기록했고, 자체 프로그램 수입이 약 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산천어축제는 축제 기간에만 1500명 이상의 고용효과를 내는 등 화천군을 먹여 살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대한자치행정연구원은 축제의 직접경제유발효과가 1300억 원 규모라고 추정한다.

 

산천어축제가 국내 겨울 축제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면서 얼음낚시는 겨울철 지역 축제의 메인 콘텐츠로 떠올랐다. 성공 케이스를 벤치마킹한다는 이유로 지역축제마다 얼음낚시나 물고기 맨손잡기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겨울축제는 추운 날씨 탓에 야외활동이 한정적이라 안 그래도 다채로운 콘텐츠 구성이 어려운 편인데, 축제마다 얼음낚시만 홍보하니 비슷비슷한 행사라는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 지역별 특색을 느끼는 재미를 기대했던 지역 축제는 어느새 차별성을 잃은 채 닮은꼴 낚시 행사로 전락해버렸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강원도 화천산천어축제의 현장. 사진=2023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 홍보영상 캡처

 

한국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열리는 겨울 축제는 20여 개다. 그 중 얼음낚시 프로그램을 기획한 축제가 절반 이상이다. 인제빙어축제, 양평빙어축제, 청평 송어빙어축제 등은 물론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리는 씽씽겨울축제, 인천 강화도왕방마을얼음축제, 경기도 포천의 동장군축제 등도 얼음낚시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올해 충남 공주시에서 첫선을 보이는 흥미진진얼음공주 축제 역시 메인 프로그램은 얼음낚시다. 행사 주최 측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 ‘공주’에서 즐기는 축제라고 홍보를 하면서도 정작 축제 프로그램은 지역 특색과 관련 없는 얼음낚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천어축제가 동물 학대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흥행 요소’가 된다면 너도나도 따라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동물단체들은 산천어축제를 ‘잔인한 생명 경시의 장’이라고 지적한다. 낚시의 재미를 위해 산천어 수십만 마리를 며칠간 굶기고, 살아 있는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는 등 고통과 죽음의 순간을 재미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축제가 기획된 초기부터 줄곧 이어졌지만, 방문객 모으기에만 집중한 지역축제들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행사 프로그램을 따라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베끼듯 똑같이 운영하면서도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제대로 된 운영 노하우 없이 어설픈 따라하기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달 강원도의 얼음낚시 축제에 다녀온 정 아무개 씨는 “3시간 동안 낚시를 했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며 “낚시터가 크지 않아 주변 상황이 다 보이는데, 아무도 잡지 못해 다들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제를 재밌게 즐겨야 다음 해에 또 방문할 생각이 들 텐데 돈벌이 행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얼음낚시 축제를 방문한 또 다른 방문객도 “추운 날씨에 몇 시간씩 낚시를 하면서 한 마리도 잡질 못하니 재미가 없었다. 5시간 동안 낚시에 성공한 사람이 한두 명 정도 불과했다”며 “입장료를 받고 운영하는 행사가 이래도 되나 싶다”고 푸념했다.  

 

축제 관계자들은 운영에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축제 관계자는 “송어 수량을 늘리면서 사이즈를 줄였더니 송어들이 적응에 시간이 오래 걸려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축제의 관계자도 “송어 방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는 있지만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면 송어의 활동성이 떨어진다. 비가 내리면 흙물 때문에 송어 잡기가 어려운데,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매년 900여 개의 지역축제가 전국에서 열리지만 프로그램의 차별성이 없어 방문객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예산 늘어도 변화 없어, 관 주도형 사업 한계점 지적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집계한 지난해 전국에서 계획된 지역축제는 944개다. 그 중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겨우 한 손에 꼽을 정도다. 전년도 축제 방문객이 1만 명을 넘어선 축제는 200개가 채 되지 않고, 그 중 방문객이 1000명도 되지 않았던 썰렁한 축제는 40개나 된다. 

 

매년 지역축제에 투입되는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인 ‘지방재정 365’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가 지역 행사 및 축제에 사용한 비용은 2017년까지 6000억 원 수준으로 유지되다가 2018년부터 1조 원을 넘어섰다. 2019년 비용은 약 1조 5000억 원 규모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축제에 드는 비용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축제 수준은 변화가 없다. 김종원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은 “지역 축제의 콘텐츠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역 축제 예산은 계속 늘어나는데 비해 콘텐츠에 변화를 주거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지역축제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축제 기획 전문가를 선임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비용을 들여 전문가를 초빙하고도 결과물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도 눈에 띈다. 지역축제가 관 주도형 사업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김종원 이사장은 “지역축제에 총감독을 선임해도 주권은 지역 공무원에게 있다. 대부분 큰 변화를 싫어해 의견이 받아들여지질 않는다”며 “결국 똑같은 콘텐츠가 반복되고, 다른 지역축제 프로그램을 모아 놓는 형태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개의 제대로 된 킬러 콘텐츠만 있어도 방문객은 찾아온다. 지역축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해서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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