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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동업 막 내리나' 고려아연-영풍 지분 경쟁 막전막후

최씨 일가 우호지분 늘리자 영풍 장씨 일가 지분 매입 맞대응, 4%p까지 좁히며 분리 가능성 제기

2022.12.22(Thu) 17:06:11

[비즈한국] 고려아연을 두고 70년 넘게 동업 관계를 유지해온 두 창업주 일가가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승진과 우호 지분 확보 등으로 계열 분리 조짐을 보이자, 영풍 측이 고려아연 지분을 대거 매입해 방어에 나선 것. 현재 두 오너 일가의 지분 격차는 4%까지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지분 확보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의 승진을 의결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계열사로 황해도 출신인 장병희, 최기호 두 창업주가 1949년 공동으로 영풍기업사를 설립해 아연시장에 발을 디디며 시작됐다. 이후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주)영풍은 장병희 창업주 측이, 1974년 설립돼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는 고려아연은 최기호 창업주 측이 경영을 맡았다. 경영주체는 나눴으나 상호 지분을 보유하는 관계다.

 

영풍은 고려아연 등 7개사와 순환출자로 묶여 있다가 공정위의 압박으로 2017~2018년 고려아연을 제외한 6개사와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고리는 끊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18년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영풍 계열사 인터플렉스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2019년에는 장형진 영풍 고문이 고려아연 계열사인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6%를 1330억 원에 매입해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했다.

 

이 과정에서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 지분을, 최씨 일가는 영풍 지분을 축소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지분 26.11%를 보유하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도 지분 3.63%를 보유해 개인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최윤범 회장(1.72%) 등 최씨 일가의 지분은 14%대로 파악된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 지분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8월 고려아연은 신사업 투자를 위해 4700억 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 한화H2에너지USA가 참여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취득했다. 고려아연이 한화그룹과 사업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최씨 일가에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 당시 장형진 고문은 이 안건을 승인하는 이사회에 불참했다.

 

이후 장씨 일가는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에이치씨유 등을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 0.58%를 매입, 약 3년 만에 지분을 늘렸다. 두 달 동안 잠잠하던 지분 경쟁은 지난달 23일 ​고려아연이 ​자사주 전량(6.02%)을 처분하면서 되살아났다. 이 과정에서 LG화학이 지분 1.97%, 한화가 1.2%를 보유하게 되면서 고려아연이 우호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것.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다른 회사로 넘어가면 의결권이 되살아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질세라 ​장씨 일가도 ​지난 13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했다. 

 

지금은 두 일가 모두 지분 매입을 멈춘 상황으로, 고려아연 지분율은 장씨 일가가 약 31.96%, 최씨 일가는 우호지분을 포함해 27.90%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두 집안의 보유 지분 차이는 16%p에 달했으나 ​약 4%p까지 격차가 줄었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과 관련해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는 11명이다. 최창근 명예회장과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사내이사가 4명, 사외이사가 6명, 그리고 장형진 영풍 고문​이 기타비상무이사다. 

 

이 가운데 최창근 명예회장 등 사내이사 3명과 한철수 사외이사 등 사외이사 3명의 임기가 2023년 3월 만료된다. 한철수 사외이사는 임기 6년 제한에 따라 더 이상 연임할 수 없어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장형진 고문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다른 이사 후보를 추천하면 장씨, 최씨의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앞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맞교환이나 오너 3세 최윤범 회장의 승진 안건에 장형진 고문이 찬성표를 던졌기에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진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영풍으로선 그룹의 캐시카우인 고려아연을 쉽게 내줄 수는 없다. 여기에다 고려아연이 지난 15년 동안 처분하지 않은 자사주를 한꺼번에 매각해 지분 차이가 현저하게 줄었고, 오너 3세 경영이 본격화됨에 따라 분리와 관련된 사안은 계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당장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선 올해 12월 말까지의 지분이 기준이 되기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양측 모두 더 이상 지분을 사들이지 않는 터라 이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지분 차가 크게 줄어든 만큼 계열분리 움직임이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고려아연이 지분 8.75%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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