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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병행수입 하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국내 상표권자 유무 반드시 확인해야…위법 아닌데도 수입업체가 경고장 발송·신고하는 경우도

2022.12.19(Mon) 11:19:56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병행수입은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가 아니지만 기존 국내 수입업체나 상표권자의 견제를 받는다.


공정위 고시에 따르면 ‘병행수입’이란 독점 수입권자가 외국 상품을 수입하는 경우 제삼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진정상품(genuine goods)’을 국내 독점 수입권자의 허락 없이 수입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허락 없이 수입’한다는 표현 탓에 마치 병행수입이 법에 위반된다는 오해를 일으키곤 한다. 실제로 국내 유통업자가 오해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병행수입은 법에 어긋나는 유통방식이 아니다.

 

공정위 고시에는 ‘병행수입은 독점수입권자 외 제삼자가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진정상품을 수입해 일반적으로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를 지니므로, 이를 부당하게 저해하면 법에 위반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병행수입은 적법하고 오히려 이를 단속하는 행위가 법에 위반된다고 규정한 것이다.

 

물론 고시에서 말하는 병행수입은 외국에서 적법한 상표가 표시된 상품인 진정상품을 국내에 수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가품, 상표권 침해품, 위조품 등 진정상품이 아닌 상품을 수입하는 건 병행수입 여부와 관계없이 상표권 침해행위다.

 

판례상 적법한 병행수입으로 취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 외국에서 진정상품이어야 하고 ② 국내·외 상표권자가 동일인이거나 법률·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등 출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③ 병행수입 상품과 국내 상표권자의 상품 간 품질에 차이가 없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종종 두 번째 요건이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외국 상표에 관해 국내 업체가 상표권을 양도받거나 전용 사용권을 받으면, 그 국내 업체는 외국 상표권자와 구별되는 별도의 권리자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병행수입 상품은 외국 상표권에 기반을 두고, 국내 업체 상품은 이와 달리 국내 상표권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병행수입 상품은 출처 동일성이 부정돼 적법한 병행수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최근 국내 업체가 자본과 규모를 키워 외국 상표를 직접 인수하거나 병행수입 방지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외국 업체로부터 직접 라이선스를 받는 사례가 있다. 이런 경우가 두 번째 요건에 따른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상표의 도안이나 문언만으로는 국내 상표인지 외국 상표인지 분간하기 어려우므로, 병행수입 업자는 병행수입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키프리스(특허정보 검색서비스)에서 대상 상표에 대한 국내 상표권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사전 검토를 하지 않고 막연히 외국 상표인 줄 알고 수입했다가 갑자기 국내 상표권자가 권리를 주장하면 반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병행수입 과정에서 제품 사진, 브랜드 명칭 등을 노출하는 것은 가능할까? 최근 병행수입 상품의 국내 유통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루어져 사진이나 브랜드의 노출이 필수적인데, 국내 수입업자가 이를 두고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있다.

 

이에 관한 판례가 있다. ‘버버리’ 병행수입 사건에서 오프라인 판매를 전제로 매장 내부 간판, 포장지, 쇼핑백에 상표를 사용하는 건 허용되지만 사무소, 영업소, 매장 외부 간판, 명함 등에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외국 본사의 국내 공인 대리점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영업 표지가 될 수 있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진정상품의 재판매가 상표권 침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종합하면 병행수입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제품 사진, 브랜드명 등을 게시하고 이를 설명하는 게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 상표를 국내 공인 대리점으로 오인하도록 사용할 때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의 취지와 권리소진의 원칙에 따라서다. ‘국내 공식 수입업체’ 등과 같이 과장된 광고를 하는 경우에 부정경쟁행위로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이다. 

 

수입업체가 병행수입 업체에 경고장을 보내거나 금전적인 대가를 요구할 경우 관련법 위반행위가 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병행수입 자체는 위법이 아닌데도 수입업체가 이런 사정을 불문곡직하고 병행수입 업체에 경고장을 발송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 권리침해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병행수입 업체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우선 수입업체의 임직원이 병행수입 업체에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제품 수입 경로, 거래처 정보 등을 요구하면 변호사법 위반행위가 될 수 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 이익을 받거나 소송사건 등에 관해 대리 등을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따라서 변호사 자격이 없는 자가 형사상 범죄인 상표권 침해행위를 규명하는 목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거나 합의금을 요구한다면 변호사법 위반 시비를 낳을 수 있다.

 

다음으로 의욕이 넘치는 수입업자가 국내외 상표권자와 함께 경고장 등에 ‘병행수입을 단속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명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자체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자인하는 진술로 간주할 수 있다. 국내외 상표권자가 유통업체를 상대로 지정된 판매가격의 준수를 요구하면서 이를 위반한 업체에 불이익·제재 등을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최저 재판매가격유지 행위나 구속 조건부 거래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수입업체가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며 인터넷 쇼핑몰 등 여러 거래처에 거래 중단을 요구하는 경고장을 발송했는데, 적법한 병행수입이어서 경고장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섣부른 경고장 발송은 병행수입 업체의 영업을 방해하고 신용을 훼손하며, 매출 감소 등 손해를 야기하는 행위이므로 수입업체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 

 

병행수입은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가 아니다. 그러나 국내외 상표권자나 국내 공식 수입업자로부터 필연적으로 견제와 감시를 받기 때문에 이 같은 대책을 사전에 숙지할 필요가 있다. ​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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